4년간 '고백 공격'한 버스기사 해고 정당…이 정도면 회사 잘립니다
4년간 '고백 공격'한 버스기사 해고 정당…이 정도면 회사 잘립니다
해고 당하는 '직장 내 비위' 수준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4년간 동료에게 일방적인 '고백 공격'을 멈추지 않은 버스기사의 해고는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상대방의 명확한 거부에도 집요하게 이어진 구애는 단순한 애정 표현이 아닌, 직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해고 사유'라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다.
거절해도 멈추지 않은 4년
사건의 시작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운수회사 남성 버스기사 A씨는 3살 어린 여성 동료 B씨에게 선물을 건네고 전화를 거는 등 호감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B씨는 A씨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 식사 제안을 여러 차례 거절했고, 2020년 5월에는 명확하게 "더 이상 연락하지 말아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주변 동료들까지 나서 A씨를 말렸지만, A씨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A씨는 B씨가 운행 중인 버스에 승객으로 올라타 1시간 동안 버티다, 마지막 손님이 내리자 앞으로 다가와 B씨를 공포에 떨게 했다. 견디다 못한 B씨가 회사에 고충을 토로하자 회사는 근무조를 변경해 두 사람을 분리했지만, A씨의 집착은 계속됐다. 결국 B씨는 2023년 6월, A씨를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으로 정식 신고했다.
엇갈린 노동위와 법원…"관계의 우위가 갈랐다"
회사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A씨의 해고를 결정했다. △직장 내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정당한 업무 지시 불이행 등을 해고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A씨는 이에 불복했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직장 내 성희롱만 인정될 뿐 해고는 과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행정법원은 중노위의 판정을 뒤집고 회사의 해고가 정당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힌 후에도 반복된 행동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초래한 직장 내 성희롱"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법원은 A씨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도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직장 내 괴롭힘의 판단 기준인 '관계의 우위'는 직급이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A씨가 2년 선배인 점, 남성 직원이 다수인 근무 환경, 피해자의 거부에도 행동을 반복한 점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의 우위를 이용한 괴롭힘이 맞다"고 설명했다.
A씨가 스토킹 범죄로 벌금형을 받은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더 이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가 무너졌다"고 최종 판단했다.
이 정도는 돼야 '해고'…법원이 본 기준은?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비위를 저질러야 해고가 정당하다고 인정될까. 법원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를 핵심 기준으로 본다.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가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비위행위가 장기간 반복되고 ▲회사의 시정 조치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피해자에게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주고 ▲나아가 형사처벌까지 이어진 경우라면 해고를 피하기 어렵다.
반면, 비위 행위가 비교적 경미하거나 1회에 그치고, 행위자가 깊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에는 해고가 아닌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징계가 내려지기도 한다.
이처럼 법원은 해고 정당성을 판단할 때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핀다.
- 행위의 심각성: 비위행위가 얼마나 심각하고 지속적이었는가?
- 개선 의지: 피해자의 거부 의사나 회사의 시정 조치에도 행위를 계속했는가?
- 가해자의 태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지, 과거에도 유사한 비위행위를 저지른 전력은 없는가?
- 조직에 미친 영향: 해당 행위가 직장 환경과 다른 동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결국 법원은 A씨의 행위가 일시적 감정 표현을 넘어, 동료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직장 질서를 무너뜨린 '해고 사유'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