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된 도리로 갚았다지만⋯법적으로 한소희가 '엄마 빚'을 갚은 게 위험한 이유
자식 된 도리로 갚았다지만⋯법적으로 한소희가 '엄마 빚'을 갚은 게 위험한 이유
'빚투' 논란 휩싸인 배우 한소희, 가정사 밝히며 "20살 이후로 빚 변제 중"
"자식 된 도리로 갚았다"지만⋯한소희가 엄마 빚을 갚으면서 무효 행위→유효 행위로
배우 한소희 '빚투' 사례로 본 무권대리(無權代理)와 추인(追認)의 개념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던 배우 한소희가 어머니의 '빚투'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사과의 글을 올렸다. /유튜브 캡처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던 배우 한소희가 어머니의 '빚투' 논란에 휩싸였다. 한소희의 어머니가 딸의 이름을 이용해 빚을 진 뒤 갚지 않았다는 논란이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한소희는 지난 19일 자신의 블로그에 사과의 글을 남겼다. 한소희는 "5살 때 부모의 이혼 후 어머니와의 왕래가 잦지 않았다"며 "20세 이후 어머니의 채무 소식을 알게 됐고, 저를 길러주신 할머니의 딸이자 천륜이기에 자식 된 도리로 데뷔 전부터 힘닿는 곳까지 어머니의 빚을 변제해 드렸다"고 밝혔다.
밝히기 어려운 과거사를 솔직하게 드러내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한소희의 사과문은 20일 널리 알려지며 대중들의 마음을 샀다. 앞서 다른 연예인 '빚투' 논란과 다르게 "그만하면 잘 처신했다"는 우호적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 사과문을 읽은 변호사는 "한소희가 법적으로 위험해졌다"는 견해를 보였다. 어머니가 딸(한소희)의 허락을 받지 않고 딸 명의로 돈을 빌린 건 '없었던 일'로 만들 수 있는 행위인데, 일부 돈을 갚으면서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이었다.
일단 한소희 어머니의 행동은 법률적으로 무권대리(無權代理)다. 권리가 없는 사람이 멋대로 대신해서 일을 저지른 것을 말한다. 진짜 권리가 있는 사람(본인)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무효가 된다는 점에서, 법률적으로는 '유동적(流動的) 무효'라고 부른다.
우리 민법(제130조)은 "대리권 없는 자가 타인의 대리인으로 한 계약은 본인이 이를 추인(追認)하지 아니하면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추인이란 쉽게 말해 '사후적 인정'으로 보면 된다.
어머니가 한소희의 허락 없이 한소희 이름으로 빚을 지는 행위를 한 것이 맞다면, 한소희 입장에서는 그 빚을 '부정'한 뒤에 갚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문제는 한소희가 그 '부정'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오히려 어머니의 행위를 사후적으로 인정하는 행위로 해석될만한 행동을 했다. 바로 빚을 일부 갚았다는 부분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무권대리는 '유동적 무효' 개념이라 (진짜 권리자로부터) 추인을 받지 못하면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지만, (진짜 권리자로부터) 추인을 받게 되면 확정적으로 유효가 된다"고 말했다.
즉, 한소희의 변제 행위를 추인으로 볼 수 있다면 어머니가 진 빚을 한소희 본인이 떠안겠다고 밝힌 셈이라는 말이다.
법원은 이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이런 경우 "추인이 맞는다"는 판례와 "추인이 아니다"는 판례가 모두 존재한다.
① 무권대리로 발생한 의무 이행했다면 "추인이 맞는다"
법무법인 현의 김용일 변호사(대한변협 부동산법 전문변호사)는 이데일리와 기고문에서 '무권대리행위 추인'에 대한 판례의 기준을 정리했다.
김 변호사는 "무권대리 행위에 기한 의무를 이행하거나 이행에 필요한 행위를 한 경우 추인이 인정된다"며 "당사자 본인이 무권대리 행위의 상대방에게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권대리 행위를 추인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무권대리 행위에 기한 의무의 이행에 대하여 상대방에게 기한유예를 구하거나, 의무이행에 관하여 별도의 합의를 한 경우에도 무권대리 행위를 추인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소희가 어머니 빚을 갚는 행위를 '상대방에게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로 본다면, 그 행위를 추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②본인의 '법적 지위' 명확히 이해한 것 아니라면 "추인이 아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추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본 대법원 판례도 있다.
대법원은 2009년 "추인에는 특별한 방식이 요구되지 않고 묵시적 추인도 가능한데, 묵시적 추인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당사자 본인이 그 행위로 처하게 된 법적 지위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럼에도 진의에 기하여 그 행위의 결과가 자기에게 귀속된다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며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관계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신중하게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다37831 판결)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한소희의 채무 변제가 '본인의 법적 지위를 충분히 이해한 뒤'에 한 행동이 아니라면, 추인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