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40)] 소송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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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40)] 소송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할 일

2022. 12. 14 11:07 작성2022. 12. 27 18:41 수정
호문혁 교수의 썸네일 이미지
homoo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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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상담, 독촉절차, 보전절차

소를 제기해 승소해도, 채무자가 미리 재산을 빼돌렸다면 손해가 생겼다면 승소 판결이 별 의미가 없게 된다. 본격적으로 소송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을 알아본다. /셔터스톡

이춘풍이 김선달이 생산하는 정수기 1000대를 주문하여 3개월 뒤에 물건을 받기로 하고 계약금 1억원을 지급하였다. 그러나 김선달이 6개월이 지나도록 정수기를 공급하지 않아서 이춘풍이 위약금으로 계약금의 2배인 2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하려고 한다. 이춘풍이 본격적으로 소송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우선, 이춘풍은 자기가 김선달과 소송을 해서 이길 수 있을지를 알아보아야 한다. 그러려면 김선달로부터 2억원을 받을 권리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즉, 자기의 주장에 법적 근거가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다음으로 정작 소송으로 들어가서 김선달이 이미 정수기를 공급하려 했지만 이춘풍이 받기를 거절했다거나 아예 계약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다툴 경우에 이춘풍은 자기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있는지를 알아보아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와 하는 법률상담이다. 상담 결과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여(소송위임) 소송을 맡긴다. 물론 소송은 변호사 없이도 할 수 있지만 법을 잘 모르는 당사자들에게는 무슨 주장을 어떻게 하고 증명은 어떻게 하는지를 아는 것이 쉽지 않다.


이춘풍처럼 금전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에 정식 소송 외에도 빠르고 간단하게 법원의 재판을 받는 절차가 있다. 채권자 이춘풍이 법원에 "김선달은 이춘풍에게 2억원을 지급하라"는 지급명령을 신청하면 법원은 심리를 하지 않고 바로 그대로 지급명령을 내린다. 이에 대하여 김선달이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지급명령은 확정되고, 그 명령이 김선달의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근거가 된다. 이를 독촉절차(督促節次)라고 한다. 만일 김선달이 이의신청을 하면 지급명령은 확정되지 않고 사건이 소송절차로 넘어간다. 그러면 처음부터 소송을 하는 것 보다 오히려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독촉절차는 채무자가 지급할 의사가 있고 재산적 능력도 있는 경우에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춘풍은 독촉절차를 이용할지, 바로 소송을 시작할지를 김선달의 재산상태와 성품, 평소 소행을 보고 판단할 일이다.


소송에서 우선은 승소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승소해도 채무자가 이미 재산을 빼돌렸거나, 또는 소송 중에 권리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겼다면 승소판결이 별 의미가 없게 된다. 소송의 준비 과정에서 이러한 일도 미리 막을 필요가 있다. 이런 방법으로 보전절차(保全節次)인 가압류·가처분절차가 있다.


채권자 이춘풍이 위약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하는 사이에 김선달이 재산을 도피시키는 것을 막으려면 이춘풍이 소제기 전이라도 가급적 빨리 집행 대상이 될 만한 김선달의 값나가는 재산(책임재산)을 잠정적으로 현재 상태로 묶어두는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다. 이를 가압류라고 한다.


이춘풍이 김선달에게 빌려준 물건, 예를 들어 고려자기를 되돌려 받기 위해서 소송을 하려는 경우에는 김선달이 고려자기를 숨기거나 남에게 팔아치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잠정적으로 처분을 금지하는 재판(처분금지가처분)을 받아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종류의 가처분을 다툼의 대상에 대한 가처분이라고 한다.


주식회사 한탄강의 대표 김선달이 회사 재산을 불법으로 빼돌리다가 발각된 경우에 회사가 김선달을 해임하지 않으면 주주 이춘풍이 김선달의 해임을 청구하는 소송을 할 수 있지만, 소송 중에 김선달이 계속 대표로서 근무하면 회사가 회복할 수 없는 큰 손해를 입을 염려가 있을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하여 이춘풍은 김선달의 직무를 잠정적으로 정지시키는 재판(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받아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종류의 가처분을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이라고 한다.

이처럼 소송은 당사자들이 니중에 집행을 할 경우까지 생각하여 치밀하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소장만 덜렁 제출하고 법원이 알아서 다해 준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법관은 소송 초기에는 그 사건에 관하여 아는 것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그 사건을 잘 아는 양쪽 당사자가 자기네들 책임으로 법원을 설득하려 하고, 설득에 성공한 당사자가 이기는 것이 소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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