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내고 도주한 아우디 차주, 34시간 뒤 자수…술 마셨어도 음주운전 처벌 어렵다?
사고 내고 도주한 아우디 차주, 34시간 뒤 자수…술 마셨어도 음주운전 처벌 어렵다?
차량 운전하다 인도 돌진⋯그대로 현장에서 도주
34시간 뒤 경찰서 출석⋯시간 지나 음주 확인 어려워
다만, 실제 술 마셨어도 음주운전 처벌 가능성 적어⋯이유는?

운전자 A씨가 차량을 운전하다 사고를 낸 뒤, 그대로 도주했다. 이후 34시간 만에 경찰서에 출석한 그는 '졸음운전'을 주장했다. 시간이 지나 음주 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려운 상황. 그런데 A씨가 술을 마셨다고 해도 음주운전으로 처벌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최근 광주 서구의 한 인도 위에서 아우디 차량 1대가 파손된 채로 발견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차량에 운전자가 없었다. 차량등록정보 등을 토대로 운전자를 추적했으나, 휴대전화 전원도 꺼놓고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34시간이 지나 A씨는 경찰서에 자진 출석했다. 그러면서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졸음운전'을 주장했다. 해당 소식을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음주운전 걸릴까 봐 술 깨고 나타난 거 아니냐"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A씨의 주장대로 졸음운전이 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의견처럼 음주운전인 경우는 어떻게 될까. 현재 경찰은 "사고 당시 음주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카드 결제 내역이나 차량 블랙박스 분석 등을 토대로 사고 경위를 더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로톡뉴스가 분석해 본 결과 해당 아우디 차주 A씨가 술을 마셨다고 해도 음주운전으로는 처벌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어떤 이유인지 정리해봤다.
현재 A씨에게는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가 적용됐다. 이 법은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운전자가 즉시 정차해 구호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한다(제54조). 그렇지 않고 사고 현장을 떠나면 특정범죄가중법에 따라 '뺑소니'로 형사 처벌한다(제5조의3). 여기에 음주 사실이 확인되면, 도로교통법에 규정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에 따라 형사 처벌된다(제44조).
우선, 변호사들은 A씨의 음주가 의심되는 점만으로는 음주운전죄 적용은 어렵다고 봤다. 법률사무소 퍼플의 박철현 변호사는 "운전자가 사고 직후 차량을 내버려 둔 채 현장을 이탈한 상황이라면 정황상 그 도주 원인을 운전자의 음주운전 등으로 의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처럼 사고 발생 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해 체내의 혈중알코올이 모두 분해된 시점에서는 사실상 음주운전 여부에 관한 수사는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한경의 김경태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보통 뺑소니 사고가 나면 수사기관은 운전자가 운전을 시작한 지점까지 CC(폐쇄회로)TV 등을 통해 행적을 파악한다"며 "추후 이 과정에서 A씨가 일정량 이상의 음주를 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몰라도, 현재 알려진 정황만으로는 음주운전 책임을 묻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법률 자문

설사, 경찰이 CCTV 등을 통해 A씨의 음주 사실을 확인해도 바로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2016년 방송인 B씨가 음주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2심과 대법원 모두 음주운전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당시 검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사고 당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했다. 위드마크 공식은 마신 술의 도수와 음주량, 체중 등을 고려해 특정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방식이다. 검찰 측은 B씨가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 수준인 0.05% 이상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법원은 "피고인(B씨)이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는 합리적 의심은 든다"면서도 "사고 전 마신 술이 엄격하게 입증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B씨가 음주운전 단속 기준 수치를 넘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위드마크 공식에 따른 추정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박철현 변호사 역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이 불가능하다면, 위드마크 공식에 의한 추산만으로는 음주운전을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최근 사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청주지법은 술을 마시고 역주행을 하다 사고를 낸 C씨에 대해서도 음주운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C씨 역시 사고를 낸 뒤 구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도주했다.
당시 검찰은 사고 전후 술을 마셨다는 C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위드마크 공식을 사용해 혈중알코올농도를 0.043%이라고 판단했다. 현행법상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 0.08% 미만이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0.08% 이상 0.2% 미만인 경우엔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만약 0.2% 이상이라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이에 대해 청주지법 재판부는 "알코올 체내 흡수율이나 분해량은 사람마다 다르고, 이 밖에 혈중 알코올 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식의 적용에 있어 불확실한 점이 남아있고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작용한다면, 그 계산 결과는 합리적인 의심을 품게 하지 않을 정도의 증명력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수 있는 혈중알코올농도였다고 확신하기엔 어렵다는 취지였다. 이에 청주지법은 C씨에게 사고 후 미조치 등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다만, A씨가 향후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 도주 사실이 양형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김경태 변호사는 "음주운전죄로 처벌은 어렵더라도, 사고 현장을 그대로 둔 채 34시간 도주한 사실은 불리한 양형 사유로 판단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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