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술자리에서 아내 머리채 잡고 흔든 남편…뜯어말린 친구의 주먹은 '무죄'였다
[단독] 술자리에서 아내 머리채 잡고 흔든 남편…뜯어말린 친구의 주먹은 '무죄'였다
중학교 동창 집들이 갔다가 폭행 휘말린 20대 남성
검찰 "상대방 때렸으니 폭행죄" 기소 vs 법원 "필요 최소한의 방어"
긴박했던 상황 참작해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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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당하던 친구 아내를 말리다 몸싸움에 휘말린 남성이 정당방위로 인정돼 무죄를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오랜만에 만난 중학교 동창의 집, 즐거웠던 술자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친구가 갑자기 자신의 아내를 폭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를 말리던 남성은 친구의 머리채를 잡고 몸싸움을 벌이다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광주지방법원 김태균 판사는 최근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지난 2023년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12월 23일 밤, 나주의 한 가정집에서 벌어졌다.
"아내 머리채 잡고 안 놔줘"… 광란의 집들이
사건 당일, A씨는 중학교 동창인 B씨(29)의 집을 찾았다. B씨 부부와 함께 식사하며 술잔을 기울이던 중이었다. 평온했던 분위기는 B씨의 아내가 방에 들어가 아이를 재우고 나오면서 깨졌다.
술에 취한 B씨가 돌연 아내를 폭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놀란 A씨가 친구를 뜯어말렸지만, B씨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말리는 A씨에게까지 주먹을 휘둘렀다. 거실은 순식간에 비명과 고성이 오가는 난장판이 됐다.
검찰은 A씨를 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B씨가 먼저 폭행을 시작했더라도, A씨 역시 B씨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팔뚝과 어깨를 때리는 등 유형력을 행사했다는 이유였다. 통상적인 '쌍방 폭행' 논리였다.
도망칠 수 없었던 이유
하지만 법정에서 드러난 그날의 진실은 단순한 싸움이 아니었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이 A씨가 물리력을 쓰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긴박한 위기였다고 판단했다.
우선 B씨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B씨는 1년 전 감전 사고로 큰 수술을 받은 후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다. 사건 다음 날 출동한 경찰관조차 "B씨가 한동안 정신질환이 있는 것처럼 진정되지 않았다"고 보고할 정도였다.
무엇보다 A씨가 자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방 안에는 B씨 부부의 어린 자녀가 자고 있었다. B씨가 아내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놓지 않는 상황에서, A씨가 혼자 도망친다면 남겨진 아내와 아이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었다. B씨의 아내 역시 시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와서 좀 말려달라"고 요청할 만큼 절박했다.
상처투성이 피고인 vs 멀쩡한 피해자…정당방위 인정
재판부는 상처의 정도에도 주목했다. 싸움이 끝난 뒤 A씨의 몸은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신체 곳곳에 여러 개의 상처를 입었다. 반면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B씨의 몸에는 별다른 상처가 없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A씨의 행동이 공격이 아닌 방어였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A씨)의 행위는 자신 또는 친구의 아내를 보호하기 위한 필요·최소한의 조치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결국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친구 아내)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성이 있다"며 형법 제21조 정당방위를 인정, 무죄를 선고했다.
[참고] 광주지방법원 2024고정724 판결문 (2025. 10. 31.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