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주사기 또 쓴 의사…법원 "면허 정지 3개월, 타당하다"
일회용 주사기 또 쓴 의사…법원 "면허 정지 3개월, 타당하다"
코로나 백신 접종 중 실수
'빈 주사기' 주장했지만 법원 "감염 위험 본질은 동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제미나이
실수로 쓴 주사기 하나가 의사 면허를 3개월간 멈춰 세웠다.
충북 청주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의사 A씨의 시간은 2021년 8월의 어느 날에 잠시 멈췄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던 중, 그는 이미 다른 환자에게 사용했던 일회용 주사기를 새것으로 착각하고 말았다. 주사액이 없는 빈 주사기였지만, 날카로운 바늘은 다음 환자의 팔을 어김없이 파고들었다. 이 한 번의 실수는 결국 그의 의사 면허를 3개월간 정지시키는 행정 처분으로 이어졌다.
"빈 주사기였으니 죄가 아니다?" 의사의 항변
사건 발생 다음 해, A씨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에 따라 피해 환자에게 510만 원을 지급하며 사건을 마무리하는 듯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판단은 달랐다. 복지부는 2023년 7월,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금지'를 명시한 의료법을 근거로 A씨에게 '의사면허 자격 정지 3개월'이라는 철퇴를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했다. 그는 "주사액이 없는 빈 주사기였으므로 의료법상 금지된 '재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주사액을 환자 몸에 주입해야 '사용'인데, 자신은 바늘로 찌르기만 했을 뿐이라는 논리였다.
법원의 서슬 퍼런 일침 "의사에겐 더 높은 주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의료법의 입법 취지는 감염 등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위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며 "주사액이 있었는지, 주입할 목적이 있었는지에 따라 감염 위험을 다르게 평가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바늘이 환자의 피부를 뚫는 순간, 감염의 위험은 이미 발생했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이어 의사의 사회적 책무를 무겁게 강조했다. 재판부는 "고도의 전문 지식을 갖추고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사에게는 높은 수준의 주의 의무가 요구된다"면서 "설령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국민 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엄격히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결국 법원은 복지부의 면허 정지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하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