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62조 오지급 나비효과… 빗썸 안 쓴 '선물 투자자'도 소송 가능할까?
빗썸 62조 오지급 나비효과… 빗썸 안 쓴 '선물 투자자'도 소송 가능할까?
빗썸발 비트코인 급락에 타 거래소 선물 청산
법조계 "인과관계 입증이 관건"

이재원 빗썸 대표이사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무려 62조 원 규모의 오지급 사태가 발생했다. 단순한 전산 오류로 치부하기엔 시장에 미친 충격파가 너무 컸다. 비트코인 가격이 순식간에 타 거래소 대비 17%나 급락했고, 이 '나비효과'는 빗썸을 쓰지 않는 투자자들에게까지 번졌다.
특히 타 거래소에서 선물 투자를 하던 이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빗썸의 가격 하락이 차익거래(아비트리지)를 유발해 전체 시장 가격을 끌어내렸고, 이로 인해 강제 청산을 당했다는 주장이다.
과연 빗썸 회원이 아닌 이들도 빗썸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또, 코인을 팔지 않고 버틴 투자자들의 '놀란 가슴' 값은 받을 수 있을까?
"나는 빗썸 안 쓰는데 빗썸 때문에 망했다"… 제3자의 소송, 가능할까
선물 투자자들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그럴듯하다. "빗썸의 과실 → 시세 급락 → 타 거래소 가격 하락 → 선물 포지션 강제 청산"이라는 연쇄 반응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조계는 "법리적 청구는 가능하나, 승소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핵심은 '상당인과관계'의 입증이다.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제750조)을 묻기 위해서는 가해 행위와 손해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례는 '아비트리지(재정 거래)'라는 시장 참여자들의 자발적 행위가 중간에 끼어 있다.
법원은 통상 간접적, 2차적 손해에 대해서는 인과관계를 매우 엄격하게 판단한다. 선물 거래 자체가 고위험 투자라는 점도 투자자에게 불리한 요소다.
다만, 희망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사고 당시 빗썸의 비트코인 유통량이 전 세계 발행량의 3%에 육박할 정도로 시장 지배력이 컸다는 점은 변수다.
한 금융 전문 변호사는 "과거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처럼 갑작스러운 변동성으로 인한 피해라면 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팔지는 않았지만 공포에 떨었다"… '패닉' 위자료 받을 수 있나
폭락장에 놀라 가슴을 쓸어내린 투자자들은 어떨까. 빗썸은 저가 매도자에게 '차액+10%' 보상안을 내놨지만, 매도하지 않은 투자자들은 "나도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위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매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우리 법원은 통상적으로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가격이 떨어져서 불안하다"는 감정은 코인 투자자가 으레 감수해야 할 리스크로 보기 때문이다.
물론 빗썸의 과실이 극히 중대하고, 투자자가 입은 정신적 충격이 통상적인 수준을 현저히 넘었다는 특별한 사정을 입증한다면 소액의 위자료가 인정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턱은 매우 높다.
빗썸이 준다는 '110% 보상', 받으면 소송 못 하나
빗썸은 발 빠르게 피해자들에게 '매도 차액의 110% 보상'을 제안했다. 여기서 중요한 법적 쟁점이 생긴다. 이 돈을 받으면 나중에 더 큰 손해가 밝혀져도 소송을 못 하는 걸까?
원칙적으로 합의금을 받고 '부제소 합의(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약속)'를 하면 추가 청구는 불가능하다. 빗썸이 제시한 보상안을 덥석 받았다가는 "피해에 대해 만족하고 합의했다"고 간주될 수 있다.
만약 보상금은 챙기면서도 추후 소송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다면, 반드시 '이의 유보'를 해야 한다. 돈을 받을 때 "이 금액은 재산상 손해의 일부일 뿐이며, 나머지 손해와 정신적 피해보상에 대해서는 별도로 청구하겠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명확히 남겨야 한다는 뜻이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빗썸의 제안은 사적 화해의 영역"이라며 "피해 규모가 크거나 정신적 피해까지 보상받길 원한다면 섣불리 합의하기보다 집단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