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장남 이선호, 마약 밀수…어떻게 구속 피했나
CJ 장남 이선호, 마약 밀수…어떻게 구속 피했나
검찰, 불분명한 귀가 조치 이유
투약 목적 아니었어도 처벌 불가피
감경요소는 더러 있어
마약을 밀수입하려다 붙잡힌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 / 저작권자 (c) 연합뉴스 & 로고 : CJ그룹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29)씨가 해외에서 구입한 대마를 국내에 밀반입하려다 세관에 붙잡혔다. 인천지방검찰청은 2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씨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미국에서 출발한 항공기에 액상 대마 카트리지 수십 개를 항공화물 속에 숨겨 전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밀반입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액상 대마 카트리지란 전자담배에 끼울 수 있는 교체형 저장용기다.
검찰 조사에서 이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했으며, 소변검사에서도 대마 양성반응이 확인됐다. 이는 이씨가 최근 6개월 이내에 마약을 투약했다는 사실을 뜻한다. 이후 검찰은 경위 등을 조사하고 진술서를 작성하게 한 뒤 이씨를 풀어줬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귀가조치라는 의혹이 나온다. 통상 수사 기관이 마약밀수 사범을 검거하면 긴급 체포하거나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 확보 조치를 취한다. 마약밀수는 처벌부터 단순 투약에 비하여 훨씬 강하다. 대마초를 소지·흡연했을 때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밀수했을 때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사 당국이 고위직 자녀인 이씨를 ‘봐주기 수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앞서 재벌3세를 포함한 유명인들의 마약범죄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이미 수 차례 부실수사 지적을 받았다. 과거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씨 부실수사 논란으로 경찰 2명이 지난 4월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이씨가 구입한 액상 대마 카트리지는 앞서 대마 흡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SK그룹·현대그룹 창업주 손자들이 투약한 것과 같은 종류의 고순도 변종 마약이다. 대마 엑기스인 셈이다. 환각 효과가 대마초보다 2~3배에서 수십 배까지 강력하며, 1mL 당 15만원 선에서 거래된다고 알려져 있으나 밀반입은 폭증 중이다. 인천본부세관에 따르면 올해 액상 대마 밀반입 적발 건수는 상반기에 이미 전년도 총 적발 건수의 4배가량을 초과했다.
이미지 제작 : 안세연 기자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범죄 인정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불구속 입건했다”며 “경찰에 사건을 넘기지 않고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씨가 마약을 ‘수입’했다는 점에서 가중처벌 될 가능성도 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르면 수입한 마약의 거래가액이 500만원 이상이라면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법무법인 신효의 오세정 변호사도 “이씨가 여기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앞서 마약 상습투약 혐의로 구속된 현대가(家) 3세 정모씨에 적발된 대마 양은 72g으로 시가 1450만원 어치였다.
이씨가 "투약 목적이 아니라 단순운반"이라고 진술하더라도, 처벌은 달라지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마약의 ‘수입’은 그 양과 목적에 관계없이 처벌된다. 국외로부터 국내로 반입하는 일체의 행위를 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제우편으로 마약을 배송 받은 경우에도 마약밀수에 해당한다.
다만 쥬리스트 법률특허사무소의 장경래 변호사는 "법원이 이씨의 행위를 명백하게 '매매'가 아닌 '흡연'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경우엔 가중처벌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양형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마약 범죄의 처벌은 단순히 마약의 종류나 양이 아니라 각종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정한다. JY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는 “마약 범죄는 단 한 번의 ‘소지’만으로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한편, “반성 등 여러 가지 제반 상황이 반영된다”고 덧붙였다. 이씨가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는 점이 참작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씨가 만약 “마약이 아니라 담배인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면 역시 참작 사유가 될 수 있다.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가담했을 때다. 실제로 범죄이나, 범죄가 아닌 것으로 인식하였을 경우 형법 제14조의 '과실'이 인정돼 감형이 가능하다. 그러나 오 변호사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선 합리적인 정황을 소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 변호사 역시 "재벌가라는 신분으로 보아 상당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3년에도 필로폰이 아니라 액체로 된 선물인 줄 알았다며 마약밀수 범죄를 부정한 사건에서 법원은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필로폰을 밀수입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한편 이선호 씨는 CJ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차기 회장 1순위에 꼽히는 인물이다.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던 직계 장손인 만큼 그의 마약 밀반입 소식에 CJ그룹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2일 오후 3시 30분을 기준으로 8만 13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0.25%가 내렸다. CJ우, CJ제일제당, CJ ENM, CJ씨푸드, CJ CGV, CJ 프레시웨이 등도 모두 내림세다.
※ 마약류 관련 신고는 경찰청 112, 검찰청 1301, 관세청 125로 하면 된다. 마약 상담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1899-0893을 이용하면 도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