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 무시하고”…이별 후 도어락 누른 전 연인의 최후
“접근금지 무시하고”…이별 후 도어락 누른 전 연인의 최후
새벽의 불청객…‘알던 비밀번호’가 공포가 되기까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5년간의 관계를 정리하려던 여성 A씨는 연인이 유부남이 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분노한 A씨가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최후통첩을 보낸 그날 새벽, 익숙한 비밀번호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리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A씨의 집에 무단 침입한 이는 바로 그 남성이었다.
그는 “혹시나 해서 와봤다”는 변명을 했지만, A씨가 겪은 이 일은 단순한 애정 문제가 아닌, 명백한 범죄라는 것이 법조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끔찍한 집착의 전말: 유부남의 무단 침입과 반복된 스토킹
A씨는 5년간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온 이 남성에게 여러 차례 관계 정리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남성은 A씨가 술에 취하면 몰래 집에 들어와 잠자리를 갖는 등 관계를 놓지 않으려 했다.
결국 A씨는 모든 연락을 차단하며 관계를 끊어내려 했다.
그러나 남성의 집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발신자표시제한 전화, 인스타그램 부계정 등 수단을 가리지 않고 연락을 시도하며 A씨의 일상을 파고들었다.
결정적인 사건은 남성의 결혼 사실을 A씨가 알게 된 후 터졌다.
분노한 A씨가 “역겹다”며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경고하자, 남성은 그날 새벽 A씨 집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무단으로 침입했다.
A씨가 소리치자 집을 나섰지만, 그의 집착은 끝나지 않았다.
A씨가 “아내에게 알리겠다”고 경고했음에도 연락은 계속됐고, 실제로 A씨가 그의 아내에게 SNS 메시지를 보내자 남성은 발신자표시제한으로 수십 통의 전화를 걸며 메시지 취소를 애원했다.
결국 공포에 질린 A씨는 메시지를 삭제했지만, 이미 일상은 송두리째 흔들린 뒤였다. A씨는 살던 집을 떠나 이사를 택해야만 했다.
"과거 연인이라도 명백한 범죄"... '스토킹'과 '주거침입'의 결합
법률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스토킹범죄'와 '주거침입죄'가 결합된 매우 위험한 유형이라고 입을 모은다.
2021년 10월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 의사에 반해 지속·반복적으로 접근하거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연락하는 행위를 명백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복수의 변호사들은 "A씨가 명확히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발신자표시제한, 부계정 등 수단을 동원해 반복적으로 연락한 것은 전형적인 스토킹 행위"라고 분석했다.
특히 새벽 시간대 주거침입은 죄질이 매우 나쁘다는 평가다. 이유림 변호사(법률사무소 로앤이)는 "비밀번호를 알고 있더라도 명백히 거부 의사를 표현한 상태에서의 침입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서아람 변호사(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 역시 "과거 연인이었더라도 관계가 종료된 후 동의 없이 집에 들어온 것은 형법상 주거침입죄에 해당하며, 법원에서도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선고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관계가 현재의 범죄에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다.
내 안전 지키는 '3단계 법적 대응': 증거 확보가 첫걸음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더 이상 혼자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즉각적인 법적 조치를 통해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응 방안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첫째, 모든 증거를 철저히 수집해야 한다. 남성이 보낸 모든 메시지, 부계정 접속 기록, 발신자표시제한 전화 목록 등을 절대 삭제하지 말고 스크린샷 등으로 보관해야 한다. 최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율)는 "스토킹 사건은 초기 대응과 증거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둘째, 수집한 증거를 바탕으로 경찰에 즉시 신고하고 신변 보호를 요청해야 한다. 경찰은 스토킹범죄 재발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가해자에게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나 '연락금지' 등을 명령하는 긴급응급조치를 내릴 수 있다. 사안이 중대할 경우, 검찰은 법원에 접근금지는 물론 유치장 구금까지 가능한 잠정조치를 청구해 가해자를 즉시 격리할 수도 있다.
셋째, 형사 절차와 별개로 민사 소송을 통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김영호 변호사(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는 "스토킹과 주거침입으로 인한 극심한 정신적 고통(위자료), 공포감으로 인해 이사하게 되면서 발생한 비용 등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준성 변호사(법무법인 공명)는 법원에 별도로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면,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돼 매우 실효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박진우 변호사(법무법인 영웅)는 "이는 결코 '미련'이나 '애정'의 문제가 아니다.
명백한 범죄"라며 "법의 힘을 빌려 이 지긋지긋한 공포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의 집착이 공포로 변질됐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법의 문을 두드리는 용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