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알고 잠적한 남친 찾아갔다가 '스토킹처벌법' 적용돼 송치된 여성…검찰, 무혐의 처분
임신 알고 잠적한 남친 찾아갔다가 '스토킹처벌법' 적용돼 송치된 여성…검찰, 무혐의 처분
'임신·임신중절' 알렸는데 연락 무시⋯도리어 "스토킹 당했다"며 신고
경찰, 스토킹처벌법 적용해 검찰 송치⋯검찰, 무혐의 처분

남자친구에게 임신 사실 등을 알리려 연락을 하고 찾아갔던 여성이 스토킹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경찰은 수사 후 여성을 스토킹처벌법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는데, 이에 대한 결과가 지난 5월 나왔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여성 A씨는 전 남자친구 B씨에게 '스토킹 혐의'로 고소당했다. A씨가 B씨에게 수차례 전화하고 회사까지 찾아갔다는 이유에서였다. 보통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접근하는 등의 행동을 한다면 스토킹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이에 비춰보면 B씨 입장에선 A씨가 스토킹한다고 여길 수는 있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안감 등을 일으키는 행위 등을 반복적으로 하면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A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A씨가 B씨에게 연락을 하고, 찾아간 데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사연일까.
지난해, A씨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남자친구였던 B씨에게 이를 알렸지만, B씨는 A씨의 말을 믿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서 A씨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리버티의 김지진 변호사는 "A씨가 B씨와의 성관계로 인해 아이를 임신했는데도, B씨는 이를 거짓으로 치부했다"며 "오히려 A씨를 꽃뱀 취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런 B씨에게 해명하고 싶었다. B씨의 아이를 임신한 게 맞고, 어떤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지 등을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결국 임신중절 수술까지 받은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B씨에게서는 답장이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B씨의 회사에 찾아간 A씨. 어렵게 B씨를 만났지만, 여전히 그는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했다. 이후에도 A씨는 B씨에게 여러차례 연락을 했지만 받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뒤, "A씨가 스토킹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B씨의 고소장이 날아들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수원중부경찰서는 A씨에게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쉽게 말해 "A씨에게 죄가 있으니 재판을 받아 처벌받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해 불안감 등을 일으키는 행위 일체를 스토킹행위로 본다(제2조 제1호). 직접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뿐만 아니라 집 근처에서 지켜보는 행위,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 집 근처에 편지 등 물건을 두는 행위 모두 '스토킹행위'에 포함된다. 이러한 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뤄지면 처벌 대상이다(제2조 제2호).

김지진 변호사는 "A씨가 B씨에게 지나치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연락을 취한 건 맞다"면서도 크게 세 가지 이유로 A씨의 행동은 스토킹이 아니라고 수원지검 측에 강조했다.
일단 A씨가 ①스토킹의 고의가 없었음을 주장했다. 임신 사실과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음을 알리려는 데 목적이 있었지, 괴롭히려는 취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어 ②A씨의 연락이 B씨의 의사에 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도 짚었다. B씨는 A씨의 연락에 답을 하지 않으면서도, "연락하지 말라"고 명시적인 표현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③A씨의 연락엔 정당한 이유도 있었다고 했다. B씨는 A씨에게 '임신테스트기를 조작했다'거나, '산부인과 의사를 매수했다'고 말하며 임신 사실 등을 거짓으로 몰아붙였다. A씨는 이를 따지기 위해 연락을 한 것이지, 스토킹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더군다나 B씨가 돌연 "책임진다"고 태도를 바꿔 A씨를 오해하게 만들기도 했다.
김지진 변호사는 이러한 정황을 고려하면 A씨의 연락엔 '정당한 이유'가 없던 것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스토킹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 5월,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송치된 A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지진 변호사는 "경찰이 법률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억울한 피해자가 나올 뻔한 사안이었다"며 "다행히 검찰이 사건을 충분히 검토해줘,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이 아직 시행 초기라 여러 가지 혼선들이 있는데, 수사기관도 관련 사실 관계들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