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다국적 군함 정비 거점 우뚝...주권면제 리스크 어떻게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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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다국적 군함 정비 거점 우뚝...주권면제 리스크 어떻게 넘을까

2025. 11. 18 17:00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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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캐 군함까지 정비하는 한화오션

미국 해군참모총장,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방문 / 연합뉴스

한화오션이 미국을 넘어 영국, 캐나다 해군 함정의 MRO(유지·보수·정비) 사업까지 잇달아 수주하며 글로벌 방산 시장의 핵심 주체로 급부상했다.


지난 8월 한화오션은 영국 해군 호위함 'HMS 리치먼드'의 MRO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9월에는 캐나다 해군 초계함 'HMCS 맥스 버네이스'도 부산 해군기지에서 정비했다.


특히 캐나다가 60조 원대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이번 실적은 수주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이미 지난해 국내 조선사 중 처음으로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을 따낸 이후 군수지원함 '윌리쉬라함', 급유함 '유콘함', 보급함 '찰스드류함' 등을 연이어 정비하며 꾸준히 실적을 쌓아왔다.


최근 한미 양국이 미 해군 함정의 한국 내 건조를 허용하는 데 합의하면서, 부산 해군기지와 마산가포신항은 사실상 다국적 해군 함정의 핵심 정비 거점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한국 땅에서 정비 중인 외국 군함, 사고 나면 한국 법원에 소송 가능할까?

이처럼 한국 영해 내 외국 군함에 대한 정비가 증가하면서, 정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나 계약 분쟁에 대한 한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이 법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땅에서 계약이 이뤄지고 서비스가 제공됨에도 불구하고, 분쟁이 생길 경우 한국 법정에 서지 못할 수도 있다는 '주권면제 원칙' 때문이다.


국제관습법상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며, 외국 군함은 기본적으로 해당 국가의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으로 보아 주권면제를 향유한다.


「영해 및 접속수역법」 제9조 역시 외국의 군함 등에 대해서는 나포 등 강제 조치를 취할 수 없고, 시정이나 퇴거 요구만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조선소와 외국 해군 간 체결된 MRO 계약과 관련 분쟁은 어떻게 해결될까?


재판관할권의 경계: 상업적 분쟁 vs. 군사적 주권 행위

법률 전문가들은 MRO 계약의 법적 성격에 따라 한국 법원의 재판관할권 행사 여부가 달라진다고 분석한다.


1. 순수 상업적 분쟁일 경우:


정비 대금 청구, 단순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등 순수한 상업적 분쟁의 경우, 이는 외국의 사법적(상업적) 행위로 볼 여지가 크다.


우리나라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외국의 사법적 행위에 대해 재판권 행사가 그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없는 한, 한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2. 군사적 주권 행위와 밀접한 경우:


반면, 정비 업무가 군사기밀이나 군수품 보급 체계, 또는 군사적 작전에 즉각 투입될 준비태세와 같이 군사적으로 민감한 정보와 관련된 활동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러한 분쟁은 해당 국가의 주권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어, 한국 법원의 재판권 행사가 제한될 수 있다.


정비 중 발생한 환경오염이나 인명사고 등 불법행위와 관련한 분쟁 역시 그 행위가 비주권적·사법적 성격을 가진다면 한국 법원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군함이라는 특수성이 항상 변수로 작용한다.


법적 딜레마의 유일한 해결책: 계약서에 '주권면제 포기' 명시해야

이러한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해결책은 계약서 작성 시 명확한 조항을 마련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화오션과 외국 해군 간 MRO 계약 체결 시 분쟁해결 조항(관할법원, 준거법, 중재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특히 외국 정부를 상대로 한 계약의 경우, 분쟁 발생 시 해당 국가가 주권면제를 주장하지 않도록 '주권면제 포기 조항'을 명시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계약의 준거법은 당사자 간 합의가 없다면 용역 제공자인 한화오션의 영업소가 있는 대한민국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무상 분쟁 예방을 위해 대한민국 법 또는 제3국의 법 등 명시적인 준거법 조항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화오션의 글로벌 MRO 사업 확대는 대한민국 방위 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쾌거이지만, 외국 군함과의 계약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사전적인 법률 검토와 계약상 안전장치 확보가 지속적인 성장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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