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만 놓으라" 믿고 맡겼더니... 집주인 도장으로 '4억 전세판' 벌인 중개사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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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만 놓으라" 믿고 맡겼더니... 집주인 도장으로 '4억 전세판' 벌인 중개사의 최후

2025. 12. 02 17:36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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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 실패 메우려 대학가 원룸촌서 대규모 '이중계약' 사기극

법원 "피해 회복 전무, 징역 3년 6개월" 엄벌

월세 권한만 가진 공인중개사가 집주인 도장을 도용해 전세 계약을 맺고 4억 원대 보증금을 주식 투자 등에 탕진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경산시 대학가 원룸촌 일대에서 수년간 임대 관리 업무를 도맡아오며 집주인들과 세입자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던 공인중개사가 하루아침에 4억 원대 전세 사기범으로 전락했다.


그는 집주인에게는 "월세 계약만 하겠다"고 안심시킨 뒤, 뒤로는 세입자들과 '전세 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가로채는 치밀한 이중계약을 설계했다. 피해자들의 피 같은 보증금은 공인중개사의 주식 투자와 사채 빚을 갚는 데 탕진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세는 안 해요"라더니... 위임장 악용한 이중계약의 덫

사건의 중심에 선 공인중개사 A씨는 2020년경부터 경산시 일대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해왔다. 그는 해당 지역 건물주들로부터 건물 관리와 임대차 계약 업무를 위임받을 정도로 두터운 신뢰를 쌓았다.


하지만 이 신뢰 관계에는 명확한 선이 있었다. 집주인들은 A씨에게 '월세(사글세)' 계약에 대한 권한만 위임했을 뿐, 보증금 규모가 큰 전세 계약은 반드시 집주인과 사전 협의하거나 승낙을 받도록 못 박았다. 심지어 일부 집주인은 2025년 1학기에는 아예 전세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이 '월세 계약용 위임장'과 집주인의 도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악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금난에 시달리자 집주인 몰래 세입자들을 끌어모으는 범행을 계획했다.


가짜 계약서에 찍힌 진짜 도장, 감쪽같이 속은 세입자들

2022년 말부터 A씨의 범행은 본격화됐다. 그는 대학가 원룸을 구하는 학생과 사회초년생들에게 접근해 "집주인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속였다.


A씨는 사무실에서 임의로 컴퓨터를 사용해 가짜 '부동산 임대차 계약서'를 만들었다. 계약서에는 집주인이 전혀 알지 못하는 '전세 보증금 4,000만 원'이라는 숫자가 적혔지만, 임대인 서명란에는 A씨가 보관하고 있던 집주인의 '진짜 도장'이 찍혔다.


세입자들은 공인중개사라는 직함과 그가 보여주는 위임장, 그리고 실물 도장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이런 수법으로 2025년 3월까지 총 12명의 피해자로부터 전세보증금과 관리비 명목으로 합계 4억 8,350만 원을 받아 챙겼다.


주식과 사채로 사라진 보증금... 집주인에게도 '뒤통수'

A씨가 가로챈 돈의 행방은 허무했다. 수사 결과 그는 세입자들에게 받은 거액의 보증금을 주식 투자 손실을 메우거나 개인적인 사채 빚을 갚는 데 탕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는 세입자들에게만 그치지 않았다. A씨는 집주인을 위해 보관하던 전세보증금 4,000만 원을 임의로 꺼내 쓰는가 하면, 또 다른 집주인에게는 거짓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는 집주인에게 "세입자 전세가 만기 되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속여, 정산해줘야 할 수익금 중 4,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고 자신이 챙기는 대범함을 보였다. 결국 집주인들은 자신의 건물에 전세 세입자가 들어산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갑작스럽게 수천만 원의 보증금 반환 채무를 떠안게 됐다.


법원 "전문직 지위 악용해 막대한 피해... 엄벌 불가피"

대구지방법원 형사단독(판사 김미경)은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공인중개사법위반, 업무상배임,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한 배상신청인들에게 편취한 금액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주요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사기 및 사문서위조 성립 법원은 A씨가 임대인들로부터 전세 계약 체결 권한을 위임받지 않았음에도, 권한이 있는 것처럼 세입자들을 기망하고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행사한 점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거래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 행위로 판단됐다.


2. 공인중개사법 위반 및 배임·횡령 공인중개사로서 거래의 중요 사항(위임 여부)을 거짓으로 고지하여 의뢰인의 판단을 그르치게 한 점, 임대인들의 신뢰를 배반하여 그들에게 보증금 반환 채무라는 손해를 입힌 점(배임), 보관 중인 자금을 임의 소비한 점(횡령) 역시 모두 유죄로 판단됐다.


3. 양형 이유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인중개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다수의 피해자로부터 거액을 편취하고, 이를 주식 투자 등 개인적 용도로 탕진했다"며 "피해 규모가 상당함에도 현재까지 피해 회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동종 전력이 없는 점은 양형에 참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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