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 사랑해요” 사랑받고 싶던 5살 아이, 결국 법이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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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님, 사랑해요” 사랑받고 싶던 5살 아이, 결국 법이 죽였다

2019. 09. 30 18:38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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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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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로 분리됐던 계부에게 돌아간 지 한 달 만에 사망한 A군

"보호기간 끝났으니 데려가겠다" 요구에⋯ 보육원, 막을 방법이 없었다

아동 인권 전문 변호사 "아이의 죽음, 우리 사회의 책임"

[바로 이 사람입니다] 5살 의붓아들의 손과 발을 묶고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부 이 씨(26)가 29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미추홀경찰서를 나와 인천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7년 3월 어느 야심한 밤. 인천 외곽의 한 수녀원에 2살⋅3살배기 형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법원 관계자 손에 이끌려 들어온 두 형제의 몸 곳곳에는 폭행 흔적이 가득했다. 눈동자는 두려움에 물들어 있었다. 그날 당직을 서다 아이들을 받았다는 수녀는 "얼핏 보기에도 상처를 많이 입은 상태였다"며 "지속적인 학대와 폭행에 노출된 전형적인 흔적들이었다"고 기억했다.


보육원에 처음 들어왔을 때 첫째 A군(3)은 폭행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세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몸 크기도 또래에 비해 작았다고 했다. 보육원 측은 '학대 트라우마'가 의심돼 상담 치료와 심리 검사를 여러 차례 시행했다.


형제는 낯선 환경이었지만 보육원 생활에 차츰 적응해 갔다. 특히 형인 A군은 밝은 성격에 인사도 잘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아이였다고 한다. 형제와 함께 생활했다는 한 수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군은 평소에 '수녀님 나 사랑해요? 난 수녀님 사랑해요'라는 말을 하며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아이였다"며 "그럴 때마다 꼭 안아주면 참 좋아했었다"고 말했다.

온 몸에 멍 들도록 때리는 건 예삿일⋯ 아무리 다쳐도 병원 한 번 안 데려간 '악마 아빠'

형제는 수녀원에 오기 전 계부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을 당했다.


아이들 계부 이모(26)씨의 아동학대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2017년 1월 13일 인천시 남동구 자택에서 당시 3살이던 첫째 A군의 얼굴과 목을 멍이 들 정도로 폭행했다. 두 달 뒤에도 바닥에 엎드린 채 웅크리고 자고 있다는 이유로 A군 다리를 잡아 들어 올린 뒤 바닥에 세게 내리치기도 했다.


이씨는 2017년 당시 2살이던 둘째 아들까지 수차례 폭행했다. 손을 한 번 들면 아이들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때린 뒤에나 그쳤다고 한다. 이씨는 아무리 다쳐도 아이들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반복된 학대 끝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고 A군 형제는 임시조치로 부모와 떨어져 보육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씨는 2017년 10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유기·방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4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동종 전과가 없고 피해 아동들의 모친이 선처를 호소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 달에 한 번씩 보육원 찾았던 엄마⋯ ‘접근금지’ 계부도 막무가내 방문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수감되지 않은 이씨는 지난해 7월부터 아이 엄마와 함께 보육원을 찾았다.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왔다고 한다. 원래 가해자는 피해 아동들과 접촉해서는 안 되지만 그는 절차를 어기고 막무가내로 함께 왔다고 전해졌다.


보육원 수녀들은 이씨에게 "이곳에 오면 안 된다"고 막았지만 그는 그때마다 욕설을 내뱉는 등 거칠게 항의했다고 한다. 보육원 측에서 경찰을 불러 이씨를 내쫓은 적도 있었다.


이씨는 "A군 형제의 신체 발달이 늦는다"며 보육원 측에 수차례 민원을 넣었다고 한다. "보육원에 책임이 있다"며 "치료비를 청구하겠다"라고 소리쳤다고도 했다.

"보호기간 끝났으니 데려가겠다" 막을 방법이 없었던 보육원

계부 이씨는 지난달 30일 보육원을 찾아와 "아이들을 데려가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법원으로부터 피해아동 보호 명령을 받은 지 1년이 지난 때였다.


아동학대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피해 아동 보호 기간은 1년을 초과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법정 대리인의 청구에 따라 최장 4년까지 3개월 단위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었지만, 피해 아동의 법정대리인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연장 신청은 없었다.


보육원 측은 "계부 이씨가 주 1회 상담 프로그램에도 성실히 참여해 온데다가, 위법행위를 하지 않아 연장 청구를 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며 "아이들 엄마도 '데려가기를 원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두 형제는 그렇게 보육원에 온 지 2년 6개월만에 집으로 돌아갔다.


'5살 의붓아들 폭행 사망' 사건 일지. /사진=셔터스톡, 그래픽 편집=조하나 기자

손발 묶고 25시간 동안 폭행⋯ 집에 간지 한 달 만에 결국 사망

아이들이 돌아간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어느 날 밤. 계부 이씨는 119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지난 26일 오후 10시 20분쯤이었다. “아이가 쓰러졌는데 숨을 쉬지 않는다.” 경찰과 119구급대가 이씨 자택에 도착했을 때 첫째 A군은 의식이 없었다. 맥박도 뛰지 않는 상태였다. 눈 주변과 팔다리에는 타박상과 함께 시퍼런 멍 자국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지난 25일 오후부터 다음 날까지 25시간 동안 폭행 당한 끝에 사망했다. 이씨는 A군의 손과 발을 플라스틱 케이블 줄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1m 길이의 목검으로 마구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복부 손상으로 나왔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하고 말을 듣지 않아 화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아내는 경찰에서 “남편이 큰 아이를 때릴 때 집에 함께 있었다”면서 “나도 폭행을 당했고 경찰에 알리면 아이랑 함께 죽이겠다고 해 무서워서 신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29일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 당했다. “도주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이씨는 이날 영장실질심사 전 인천 미추홀경찰서에서 “의붓아들을 왜 때렸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답을 하지 않았다.

아동 인권 전문 변호사 "아이의 죽음, 계부 집행유예 기간에 돌려보낸 우리 사회의 책임"

김재련 변호사는 "아동권익은 ‘복지’의 문제가 아닌 기본적 인권의 문제"라고 말했다. /안세연 기자


아동 인권 전문가인 김재련 변호사는 A군의 죽음을 "우리 사회가 방조한 비극"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의붓아들을 죽인 이씨는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다"며 "적어도 2020년 10월(집행유예 만료)까지는 아이를 부모로부터 보호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아동권익 침해의 상당 비율은 보호자인 부모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며 "아이가 보육원을 나올지말지의 문제는 그 부모가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한 요구보다 객관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동은 자신의 어떤 권익이 침해받고 있는지 제대로 인지하고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며 "이번 사건은 아동 권익을 보호할 사회 시스템이 부재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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