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만 받고 돈은 안 줘… 파산했다면 끝인가요?” 거래대금 떼인 사장님
“물건만 받고 돈은 안 줘… 파산했다면 끝인가요?” 거래대금 떼인 사장님
법원 문턱에서 좌절, 파산 소식에 막막
미수금 회수, ‘형사 고소’라는 마지막 카드가 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지급명령 신청은 각하됐고, 다른 업체는 파산했다는데… 제 돈, 정말 받을 방법이 없나요?”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한 한 사업주가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법원의 각하 결정과 채무자의 파산 가능성이라는 이중고에 부딪혔다.
성실히 물건을 납품하고도 대금을 받지 못하는 중소 사업주들의 막막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민사적 절차가 막히더라도 형사 고소라는 마지막 카드가 남아있다”고 조언한다.
“서류 미비”… 첫 법적 대응부터 ‘각하’의 벽
사업주 A씨는 약속한 날짜가 지나도 대금을 입금하지 않는 거래처를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지급명령은 채무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소송 없이 신속하게 채권을 확정할 수 있는 제도다. A씨는 거래 내역서와 인터넷에서 열람한 채무자 업체의 등기사항증명서를 첨부해 전자소송으로 신청했지만, 법원으로부터 돌아온 것은 ‘신청 각하’ 결정이었다.
이에 대해 김경태 변호사는 “지급명령 신청이 각하된 경우, 서류를 보완해 재신청이 가능하다”며 “각하 결정은 채권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신청 요건이나 소명 자료가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오지영 변호사 역시 “채권의 발생 원인을 증명하는 계약서, 거래명세서, 물품 인도증명서, 세금계산서 등을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이 채권자와 채무자의 법적 관계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공식적인 증빙 서류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채무자가 ‘파산·회생’하면 모든 게 끝일까?
A씨의 더 큰 고민은 장기간 대금을 미납한 다른 거래처다. 이 업체가 개인회생이나 파산 절차에 들어갔을 수 있다는 소문 때문이다. 채무자가 법원에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면, 채권자들은 개별적으로 소송을 걸거나 재산을 압류하는 등의 강제집행을 할 수 없게 된다. 모든 빚이 법원의 관리하에 조정되기 때문이다.
김기윤 변호사는 “채무자가 회생이나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면 민사소송 및 강제집행은 제한될 수 있다”며 “채권자는 법원이 진행하는 회생 또는 파산 절차 내에서 채권을 신고하고 변제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민사적으로는 사실상 손발이 묶이는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 길이 완전히 막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변호사들은 ‘형사 고소’의 가능성을 주목했다. 엄건용 변호사는 “상대방 회사가 회생·파산할 계획을 가지고도 물품 거래를 계속했다면 사기죄로 고소가 가능하다”며 “실제 징역형으로 처벌된 사례도 많다”고 밝혔다.
형사 고소는 대금을 직접 돌려받는 절차는 아니지만, 채무자 대표를 압박해 변제를 유도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기죄’의 칼날, 고의성을 입증하라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의 고의’, 즉 처음부터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 없이 상대를 속이려 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 단순히 사업이 어려워져 돈을 못 갚는 상황과는 다르다.
정현영 변호사는 “파산을 신청한 시점에 근접한 물품 공급 부분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산이 임박한 것을 알면서도 대량으로 물품을 주문하고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이는 명백한 기망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특히 채무자가 파산이나 회생 신청 사실을 고의로 알리지 않고 거래를 계속했다면 이는 사기죄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 김경태 변호사는 “채무자가 도산절차 신청 사실을 고의로 통지하지 않았다면 관련 내용을 꼼꼼히 기록해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소송의 ‘골든타임’은? 5년의 소멸시효를 기억해야
법적 대응을 결심했다면 시간도 중요하다.
물품대금과 같은 상거래 채권의 소멸시효(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는 5년이다. 홍현필 변호사는 “거래의 기준일은 물품을 공급한 날이 아니라 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날짜”라며 “이로부터 5년 안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지급명령을 신청해야 권리를 잃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거래처의 대금 미지급으로 고통받는 사업주는 포기하기 이르다.
지급명령이 각하되었다면 증빙 서류를 철저히 보강해 재신청하고, 채무자가 파산했더라도 고의성이 의심된다면 주저 없이 사기죄 고소를 검토해야 한다.
모든 계약서와 거래명세서, 심지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까지, 거래의 모든 흔적이 채권자의 권리를 지키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
민사의 벽에 막혔을 때, 형사의 문은 여전히 열려있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