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자님, 법 제대로 확인하고 '그 경찰' 처벌 못 한다고 말한 거 맞나요?
담당자님, 법 제대로 확인하고 '그 경찰' 처벌 못 한다고 말한 거 맞나요?
"마음에 들어서⋯" 민원인 연락처 알아내 사적 연락한 경찰
전북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판단에 따르면 법 위반 아니라 처벌 못 한다"
사안 검토해 본 변호사 "처벌 가능한 법 조항 충분"

한 여성 민원인에게 "마음에 든다"며 연락을 해 논란이 됐던 순경에 대해 전북경찰청이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 7월 경찰서 민원 업무를 보다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난 A 순경. 여성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내 "관심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이 사실이 공개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건 발생 직후 해당 경찰서는 "즉각 징계 조치하겠다"고 했지만, 넉 달이 지나도록 A 순경이 처벌을 받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전북경찰청이 "A 순경을 처벌할 수 없다"고 깜짝 발표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판단을 받은 결과 그렇다는 것이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A 순경 지위가 낮다는 이유에서 그렇게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으로 A 순경을 처벌하려면 개인정보를 다루는 책임자인 '개인정보처리자'여야 하는데, A 순경은 실무 업무를 하는 '취급자'에 불과하다는 해석이었다.
결론적으로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해 '작업'을 시도한 A 순경은 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건을 검토한 변호사의 의견은 달랐다. 변호사는 경찰관이 개인정보취급자라는 판단은 타당할 수 있다면서도 '위법'한 행동을 한 것도 맞기 때문에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무용으로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보는 것과 '사적인 사용'은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사안이 가리키는 쟁점이기도 하다.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인정보처리자(제2조)는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 파일을 운용하기 위해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등을 말한다. 즉 개인정보를 처리하면서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는 주체다.
한편 △개인정보취급자(제28조)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사람을 말한다.
①'양벌규정'으로 담당자와 기관장 함께 처벌 가능
법무법인 윈스의 허왕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제74조(양벌규정) 제2항을 근거로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양벌규정(兩罰規定)'이란 어떤 법인에 속해있는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면 그 사람뿐 아니라 그 사람을 고용한 법인까지 함께 처벌하는 것을 말한다. 종업원이 위법행위를 했다면 그를 관리·감독하는 고용주도 함께 책임지는 식이다.
A 순경이 처리한 민원인의 업무는 국제운전면허증 발급이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면허증을 발급할 수 있는 권한은 지방경찰청장에 있다. 고창경찰서장은 이 업무를 위임받아 면허증 발급 담당자인 A순경의 정보취급 업무를 지휘·감독했다. 따라서 A 순경과 소속 기관장인 고창경찰서장은 업무 행위자와 감독기관 관계로 볼 수 있고, 양벌규정에 의해 함께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허 변호사는 "사건의 경찰관은 양벌규정에서 말하는 법인 또는 개인의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으로 볼 수 있다"며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목적(업무) 범위에서 벗어나 사용했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의 제18조(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ㆍ제공 제한) 제1항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허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마치 사랑하니까 죄가 안 된다는 마치 스토킹에 면죄부를 준 것으로도 볼 수 있어 오해가 될 소지가 있는데, 이 부분은 그 해석의 배경에 대해서 추가적인 정보나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②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로 처벌 가능
법무법인 제하의 이인환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로도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해당 조항은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제공 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할 수 없다는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다"며 "여기에서 말하는 '개인정보를 제공 받은 자'는 개인정보 취급자인 A 순경으로 볼 수 있으며, 처벌 규정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 처리자가 아니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사유는 법리적인 측면에서는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③ 국가에 '손해배상' 소송 → 구상권 청구
개인정보처리자인 A 순경을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장헌 법률사무소의 신동현 변호사는 "경찰 공무원을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처벌했던 사례가 있긴 하지만 개인 정보를 누설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이용하도록 제공한 경우"라고 했다. 신 변호사는 "이 사건의 A 순경은 업무상 알게 된 개인 정보를 목적을 초과해서 이용한 것에 불과할 뿐"이라며 "누설하거나 제공한 것이 아니어서 이 조항으로 처벌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민사적인 해결책이 우회적으로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피해를 본 민원인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이로 인해 (연쇄적으로) 국가가 A 순경의 고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구상권(求償權)을 행사하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가가 먼저 민원인에게 돈을 배상하고, 그 돈을 A 순경에게 청구하는 방법이 가능할 것이라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