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적으니 괜찮겠지"... 단순경비율 신고했다가 수천만원 추징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매출 적으니 괜찮겠지"... 단순경비율 신고했다가 수천만원 추징

2025. 11. 24 12:14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단순경비율 적용했다가 '세금폭탄'

국세청·법원 칼 빼들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 '단순경비율'을 적용해 간편하게 세금을 신고했던 프리랜서와 영세 사업자들이 최근 잇따라 과세 당국으로부터 '세금 폭탄' 수준의 고지서를 받고 있다.


국세청이 과거 관행적으로 인정해주던 단순경비율 적용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법원 역시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이 적으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신고했다가, 뒤늦게 수천만 원의 추징금을 물게 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본지는 최근 법원의 판결 경향과 2024~2025년 개정된 소득세법 시행령을 분석해, 납세자들이 놓치기 쉬운 '경비율의 함정'을 짚어봤다.


'단순'과 '기준'의 차이, 천국과 지옥

이 갈등의 핵심 재료는 소득세법 시행령 제143조에 규정된 '경비율' 제도다.


장부를 쓰지 않는 사업자를 위해 나라에서 정한 비율만큼을 비용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인데, 여기서 납세자의 운명이 갈린다.


'단순경비율'은 영세 사업자나 갓 창업한 신규 사업자에게 주는 혜택이다.


증빙 서류가 없어도 매출의 60~80%를 비용으로 인정해 주어 세금 부담이 현저히 낮다.


반면 '기준경비율'은 매출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인 사업자에게 적용된다.


임차료나 인건비 등 주요 비용은 반드시 증빙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고, 나머지 비용은 10~20% 수준의 낮은 비율만 인정된다.


즉, 단순경비율 대상자가 기준경비율 대상자로 분류되는 순간, 인정받는 비용이 대폭 줄어들며 산출 세액은 수직 상승하게 된다. 쟁점은 누가 이 '단순경비율'을 적용받을 수 있느냐에 있다.


가장 치열한 법적 공방은 '사업 개시일'을 언제로 보느냐에서 발생한다.


해당 연도에 처음 사업을 시작한 '신규 사업자'는 매출이 다소 높더라도 단순경비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노리고 실제로는 사업을 영위하면서도 서류상 개업일만 늦추는 사례가 빈번했다.


특히 주택신축판매업(빌라 건축 등)에서 이 쟁점이 두드러진다.


사업자들은 "건물이 완공되지 않았으니 사업 시작 전이다"라고 주장하며 신규 사업자 혜택을 노린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이러한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고등법원과 행정법원의 최근 판결들을 종합하면, 법원은 '분양 계약을 맺고 계약금이나 잔금을 받은 시점'은 실질적인 사업 개시일로 판단했다.


건물이 준공되지 않았더라도 금전 거래가 오갔다면 이미 사업은 시작된 것으로 본 것이다. 형식적인 서류가 아닌 '경제적 실질'을 따지겠다는 사법부의 의지가 확인된 대목이다.


오피스텔이 주택? '실질' 따져보니 반전

반대로 과세 당국의 기계적인 법 적용이 제지당한 사례도 있다.


최근 인천지방법원은 오피스텔을 지어 분양한 사업자가 '주거용 건물 공급업'으로 신고해 단순경비율을 적용했다가 세무서로부터 제재를 받은 사건에서 납세자의 손을 들어줬다.


세무서는 "공부(공적 장부)상 오피스텔은 업무시설이므로 주거용 혜택을 줄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비록 등기부등본에는 업무시설로 되어 있더라도, 실제 구조가 온돌과 주방을 갖추고 있고 입주민들이 주거용으로 살고 있다면 '실질적인 주택'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서류보다 실제 현황이 우선한다"는 실질과세 원칙이 납세자 구제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업종 분류가 모호한 사업자들이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2025년, 더 좁아지는 문... '계속사업자' 판단 주의보

2024년과 2025년 개정된 법령 및 판례 흐름을 보면 '장부 없는 신고'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특히 '계속사업자' 판정이 매우 까다로워졌다.


법원은 "직전 과세기간에 수입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신규 사업자가 아닌 계속사업자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주 적은 금액이라도 작년에 신고된 소득이 있다면, 올해는 '신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또한 정부는 기준경비율 적용 시 세금 부담을 완화해 주는 배율 적용 기한을 2027년까지 연장했으나, 이는 역설적으로 장부 기장을 유도하려는 정책 기조가 변함없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단순경비율은 영세 사업자를 위한 예외적인 혜택일 뿐,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법원이 적용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는 만큼, 애매하다면 섣불리 단순경비율을 적용하기보다 전문가와 상의하거나 간편장부라도 작성하는 것이 '세금 폭탄'을 피하는 지름길이다.


이제 세무서와 법원은 서류 한 장이 아니라 사업의 '실질'을 들여다보고 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