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퇴직했는데 왜 나만 못 받나요? 법원 "차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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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퇴직했는데 왜 나만 못 받나요? 법원 "차별 맞다"

2025. 08. 25 11:15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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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위 문을 두드린 기간제 근로자들

협약이 차별의 면죄부 될 수 없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022년 12월 31일, 현대제철 자회사 현대아이티씨에서 1962년생 직원들이 60세 정년을 맞아 회사를 떠났다. 같은 날, 같은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이었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전혀 다른 대우였다.


정규직으로 정년을 맞은 김모씨(가명)는 회사로부터 경영성과금과 격려금을 받았다. 노동조합과 회사가 맺은 임금협약 덕분이었다. 하지만 같은 날 퇴직한 기간제 근로자 이모씨(가명)에게는 한 푼도 주어지지 않았다.


"이건 차별 아닌가요" 노동위 문을 두드린 기간제 근로자들

"똑같이 회사를 위해 일했는데 왜 나만 성과금을 못 받는 거죠?"


이씨를 비롯한 기간제 근로자들은 분함을 참을 수 없었다. 이들은 회사의 행위가 기간제법이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라며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기간제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중앙노동위원회도 2023년 8월 "회사의 행위가 합리적 이유 없는 불리한 처우에 해당한다"며 같은 결론을 내렸다.


회사의 반격 "우리는 협약대로 했을 뿐"

연거푸 패배한 현대아이티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회사 측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차별시정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노동조합과 맺은 협약에 따라 정규직에게만 성과금을 준 것일 뿐입니다. 기간제 근로자들은 정년을 넘어 일할 수 있는 혜택을 받지 않았나요?"


회사의 논리는 단순했다.


협약은 협약일 뿐이고, 기간제 근로자들은 오히려 정년 후에도 일할 기회를 얻은 것이 혜택이라는 주장이었다.


김준영 부장판사 "협약이 차별의 면죄부 될 수 없어"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 김준영 부장판사는 회사의 논리를 일축했다.


"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이나 임금협정은 사용자로 하여금 조합원들에게 합의에 따른 급여를 지급할 의무를 발생하게 하는 것일 뿐입니다."


김 부장판사는 핵심을 찔렀다. 협약이 있다고 해서 비조합원인 기간제 근로자에게 성과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목소리 낼 기회조차 없었는데" 구조적 차별 지적

재판부의 시선은 더욱 날카로웠다. 기간제 근로자들이 처한 구조적 불평등까지 짚어낸 것이다.


"노조가 체결한 단협에 의하면, 임시직·촉탁직 사원은 노조 가입 대상에서 제외돼 기간제 근로자들로서는 임금협약에 관여하거나 영향을 미칠 통로도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들의 처우를 결정하는 협상 테이블에 앉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기간제 근로자들의 현실을 법원이 직시한 것이다.


"혜택이 아니라 노동의 대가" 회사 최후 변론도 기각

회사 측의 마지막 카드도 통하지 않았다. "정년을 초과해 근로를 제공했더라도 일방적 혜택을 받은 것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준영 부장판사는 최근 현대아이티씨의 차별시정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기간제 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성과금을 지급하지 않아 불리한 처우를 한 데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최종 결론이었다.


기간제 근로자들의 작은 승리, 큰 의미

이번 판결은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단순한 승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노사협약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차별도 법원의 엄격한 잣대를 피해갈 수 없음을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같은 일, 다른 대우"라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용기 내어 목소리를 낸 기간제 근로자들.


그들의 작은 승리가 더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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