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처럼 쌓아둔 분뇨…'故정주영 소' 키운 현대서산농장이 지게 될 책임
산 처럼 쌓아둔 분뇨…'故정주영 소' 키운 현대서산농장이 지게 될 책임
故정주영 방북 소 떼 키운 현대서산농장, 수년간 분뇨 수백 톤 불법 방치
현대서산농장 "임시로 쌓아뒀을 뿐" 해명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방북 소를 키웠던 현대서산농장에서 가축 분뇨 수백 톤을 불법으로 쌓아뒀다가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YTN 캡처
지난 1998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소 떼 1001마리를 이끌고 북한을 방문했다. 한반도에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남북 교류의 첫 단추를 끼운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 소 떼를 키웠던 현대서산농장에서 가축 분뇨 수백 톤을 불법으로 쌓아뒀다가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 서산시가 확인한 결과 들판에 25톤 덤프트럭 20대 분량의 분뇨가 쌓여 있었다. 공익제보자에 따르면 이렇게 분뇨를 무단으로 방치한 기간이 3~4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산시는 현대서산농장 측에 개선 명령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했다. 하지만 단순 과태료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가축분뇨법 위반으로 현대서산농장 대표이사를 입건하는 동시에 농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전격 수사에 나섰다.
가축분뇨법(제10조 제1항)은 "가축분뇨를 배출하는 자는 이를 유출⋅방치하거나, 공공수역에 유입시켜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분뇨 배출시설 설치 허가를 받은 업체가 이를 고의로 위반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제49조 제2호).

그런데 YTN 보도에 따르면 현대서산농장 측은 "퇴비 처리시설이 부족해 분뇨를 외부에 쌓아둔 것은 맞지만, 임시로 쌓아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해명이 사실이라면, 법적 책임을 벗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통하기 어려운 변명"이라며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마이법률사무소의 김지혁 변호사는 "부득이한 사유로 아주 단기간 쌓아뒀다면 책임을 피할 수 있겠지만, 공익 제보에 따르면 3~4년 동안 반복된 행위로 보인다"며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조항 위반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의 의견도 비슷했다. "분뇨를 지붕 없는 들판에 방치해두면 빗물 등으로 인해 오염물질이 연안 해역으로 유입될 수 있음은 쉽게 예상 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제보 내용 대로) 수년간 고의로 분뇨를 쌓아뒀고, 그 결과 인근 양식장에도 피해를 줬다는 점에서 처벌이 예상된다"고 봤다.
법률 자문

현대서산농장이 져야 할 책임은 형사 책임에서 그치지 않는다. 분뇨에서 나온 오염물질이 빗물과 함께 지하수로 들어가면서 생태계는 물론, 인근 바다 양식장에도 피해를 준 것으로 확인된 상황. 이에 변호사들은 "양식장 피해를 입은 인근 어민들이 현대서산농장을 상대로 환경오염 소송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환경정책기본법(제44조)은 "환경오염으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여기에 원인을 제공한 자가 그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때 해당 피해를 현대서산농장이 고의 또는 과실로 일으킨 게 아니더라도 손해배상을 부담할 책임이 있다.
불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엄격한 인과관계 대신 '개연성(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그럴 것이라고 생각되는 성질)' 정도만 입증하면 된다.
이동찬 변호사는 "환경오염소송은 원고(피해자)에게 위와같이 입증 책임을 완화해주고 있다"며 "피해 어민들은 환경오염이 '현대서산농장의 분뇨로 인해 발생했다'는 개연성만 입증하면 손해배상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혁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양식장 폐사 등의 손해가 있다면, 이에 대한 손해와 환경 오염이 회복될 때까지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손해 등에 대해 배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