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딸 뺏겼다" 프랑스 엄마의 도움 요청, 한국 검찰은 2번이나 외면했다
[단독] "딸 뺏겼다" 프랑스 엄마의 도움 요청, 한국 검찰은 2번이나 외면했다
5살 때 전 남편이 데려간 딸, 5년 만에 되찾아 프랑스로 귀국
"엄마가 키워라" 프랑스·한국 법원, 같은 판단⋯ 왜 5년간 못 만났을까?
해당 사건 담당한 김재련 변호사 "미성년 자녀에게 '누구랑 살래?' 묻는 게 모순"
이혼 절차 중 면접교섭권을 가진 남편이 딸아이를 한국에 데려갔다. 그리고 그 이후 5년간 딸을 만날 수 없었다. 지난 2016년 6월 SBS ‘궁금한 이야기 Y’에 출연한 아가타씨. /SBS 캡처
10살 프랑스 소녀 레아는 5년 3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갔다. 1929일 만이다. 그동안 레아는 한국에 있는 아빠 거주지에 머무르고 있었다. 프랑스 법원과 한국 법원이 "레아가 있을 곳은 프랑스 엄마 집"이라 판결했지만, 아빠는 따르지 않았다.
말을 듣지 않는 아빠에게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되고, 국제체포 영장이 발부되고, '딸 아이를 인도하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지만, 레아는 엄마에게 갈 수 없었다. 아빠가 고집부릴 수 있었던 데엔 검찰의 미온적인 태도, 유아(幼兒) 인도 '집행'의 실효성, '미성년 자녀 인도 거부죄'가 없는 점 등이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2014년 7월. 5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인 엄마 아가타씨는 한국인 남편과 이혼 절차를 밟고 있었다. 당시 레아는 5살이었다. 프랑스 법원은 이혼 성립에 앞서 일차적으로 아가타씨에겐 양육권을, 남편에겐 면접교섭권을 부여했다.
면접교섭권은 '남편은 여름방학 중 한 달 동안 딸아이를 어디든 데려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가타씨의 반대에도 남편은 이를 이용해 레아를 한국으로 데려갔다. 그 뒤 돌려보내지 않았다. 약속한 날짜가 지나도 레아가 프랑스에 오지 않자 아가타씨는 2014년 8월 프랑스 경찰에 고소했다. 남편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프랑스 법원은 남편에게 미성년자 약취죄를 인정,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국제체포 영장까지 발부했다. 그러면서 양육권이 엄마인 아가타씨에게 독점적으로 있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가타씨는 한국 법원에 판단을 구했다. 수원지방법원은 2016년 7월 남편에게 레아를 아가타씨에게 보내라는 심판을 확정했다. 역시 남편은 움직이지 않았다. 엄마가 판단을 받아내는데 시간을 쓰는 동안 레아는 아빠와 함께 지냈다.
한국인 남편이 5년간 딸을 돌려주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 법에 세 가지 구멍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① '미성년 자녀 인도 거부죄'가 없는 점
남편이 면접교섭권을 통해 아이를 한국에 데려온 뒤 돌려보내지 않아도 한국에서는 이 행동을 처벌하지 못했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 현행법상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미성년자 약취유인죄'로 고소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 형법은 “법은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는 고대 로마법 정신에 기원을 둔 '최소개입 원칙'을 따르고 있다.
실제 이혼가정의 부모 중 일방이 면접교섭권을 악용하여 정당한 사유없이 아이를 돌려보내지 않는 경우 '미성년자 약취유인죄'로 재판이 열리는 경우가 거의 없고, 유죄판단에도 '선고유예' 등 관대한 처분이 내려지고 있다.
프랑스가 형법에 '인도거부죄'를 명시하고 레아 아빠와 같이 자녀를 돌려보내지 않는 경우 1년의 구금형 또는 1만5000유로의 벌금에 처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② 아이 의사에 반하여 강제할 수 없는 유아 인도 '집행'

2016년 8월 23일. 법원 관계자들이 아빠 집에 출동했다. 수원지방법원 결정에 따른 집행을 위해서였다. 당시 7살이었던 레아는 아빠와 살겠다고 했다. 집행은 10분 만에 무산됐다.
당시 엄마 아가타씨 대리인으로 현장에 갔던 법무법인 온세상 김재련 변호사는 레아에게 ‘그게 네 마음속에 있는 생각이니’라고 물었다. 레아는 “아빠가 그렇게 말하라고 했어요”라고 답했다. 김 변호사가 “판사님이 이제 엄마랑 프랑스 가서 살아도 된다고 허락해 주셨다”고 말했지만 “엄마랑 프랑스로 가면 아빠가 죽잖아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 법은 법원이 아이가 인도를 거부할 경우 강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 예규가 그렇다. 법원 명령을 어기는 남편에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과태료 부과 정도다. 그마저도 별도 심문 절차를 밟아야 한다.
③ ‘미성년자약취유인죄’에 대한 검찰 등의 관대한 처분
아빠는 프랑스에서 미성년자약취유인죄를 인정 받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한국에서도 현재 같은 죄명으로 수원지방법원에서 항소심(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2019년 5월 수원지법 1심 재판부는 아빠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아빠는 아예 처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었다. 검찰이 기소에 나서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앞서 수원지검은 2016년 4월 아가타씨의 고소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전 남편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아가타씨측이 고등검찰청에 항고했지만 이것 역시 같은 해 12월 기각됐다.
마지막 남은 수단은 법원의 재정신청 뿐이었다. 재정신청이란 검찰의 무혐의 처리가 옳은지 법원에 따져보는 절차다. 아가타씨는 2017년 법원에 재정신청서를 접수했다.
이 신청이 받아들여지며 재판이 열렸다. 법원 결정이 아니었다면 열리지 않았을 이 재판에서 남편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2019년 5월의 일이다. 처음 고소를 시작한지 3년 1개월 만에 나온 결과였다.
하지만 이 판결에도 전 남편은 레아를 돌려보내지 않았다. 전 남편이 항소하며 2심 재판이 열렸다. 이번 재판 결과가 1심과 똑같더라도 레아가 엄마 품에 돌아간다는 보장이 없었다.
이 때 수원지법 2심 재판부가 나섰다. 재판부는 재판이 끝나기 전에 전 남편에게 말했다. “아이를 돌려주십시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선처가 불가능합니다.” 지난 15일 열린 재판에서 재판장은 전 남편의 선고 기일까지 연기하며 아이를 보내도록 설득했다.
이 말에 전 남편이 움직였다. 레아는 엄마 품으로 돌아갔다.
지난 4년간 해당 사건을 수행한 법무법인 온세상 김재련 변호사는 “이혼 사건의 시시비비를 쉽게 단정하여 어느 한쪽을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부부 사이에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달리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탈취된 아동에게 의사를 묻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이해관계 중립적인 전문가가 적극 개입하여 실질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짚었다. 프랑스에서는 한쪽 부모가 친권,양육권을 독점할 경우 의사 확인 없이 해당 부모에게 곧바로 인도한다.
김 변호사는 “아동들은 자신을 데리고 있는 측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그들이 원하는 바를 자신의 의사로 표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아동의 의사표시가 제대로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또한 김 변호사는 유아 인도 집행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집행을 민사소송법에 준해 처리하는 것은 정말 잘못”이라며 “가사소송법에 별도의 집행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아동권익의 보호를 위한 국가의 책무는 헌법에서 비롯된다”며 “아동권익은 ‘복지’의 문제가 아닌 기본적 인권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