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미성년자여도, 합의하지 못했어도…가해자의 유리한 양형 '청년'
피해자가 미성년자여도, 합의하지 못했어도…가해자의 유리한 양형 '청년'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2)] 판결문 98건 분석
"막 만 19세를 지난 청년"⋯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에도 '유리한 양형'으로

청년이란 이유가 재판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다 보니 이를 아예 '선처 전략'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1편에 등장한 A씨처럼, 청년이란 이유가 재판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다 보니 이를 아예 '선처 전략'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로톡뉴스가 대법원이 공개한 98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일부 판결들은 범행에 대한 단죄는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이러한 피고인들의 개별 사정만을 우선 고려해주는 듯한 양상을 보였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전체 피고인 105명 중 11명(10.47%)은 만 7세에서 15세 사이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 그리고 이들 11명 중 단 1명을 빼곤 모두 '나이 어린 청년'이란 이유가 유리한 양형으로 고려됐다. 피고인 11명 중 7명은 피해자와 합의를 하지 못했는데도, 그랬다.
대표적인 사례가 만 7~11세 아동들을 따라다니며 추행하고 치마 속을 불법 촬영한 C씨의 경우다. 그는 초등학교에서 노는 아이들을 노렸고, 집 앞까지 따라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범행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 사건을 맡은 제주지법은 "피해 아동들이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C씨를 꾸짖긴 했다. 하지만 "피고인이 이제 막 만 19세가 된 청년"이라면서 "형사 처벌 전력이 없고, 반성하고 있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택했다.
만 16세도 되지 않은 미성년자 피해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는데도 그랬다. 이 사건 D씨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성착취 행위도 강요했다. 사건 이후 피해자의 가족들은 D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부산지법은 D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이 사건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의제강간과 강제추행 범죄가 경합돼, 실질적으론 가중처벌 대상이었다. 이 판결은 지난해 7월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는데, 당시 재판을 맡은 부산고법의 판결 이유는 이러했다.
"피고인도 범행 당시 만 19세를 갓 지난 청년이었던 점은 유리한 정상이다."
로톡뉴스는 이번 분석 결과를 대법원 공보관실 측과 공유했다. 법원 내부에선 '청년'이라는 이유를 유리한 양형으로 반영하는 것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있는지 듣기 위해서였다.
구체적인 답변을 위해 총 4가지의 질문을 보냈다. 판결문에 생략된 다른 사정이 있었던 건 아닌지, '청년'이 형식적으로 언급만 됐을 뿐 실제 감형에 미친 영향이 미미했던 게 아닌지, 형법(제51조)에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 등을 참작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청년'을 언급한 것은 아닌지 다각도로 물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법원이 형벌의 목적을 범죄에 대한 '응보'보다도, 범죄자들에 대한 '교화'로 보고있기 때문은 아닌지 등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하지만 대법원 측에선 위 질문들에 대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재판 내용에 대한 판단은 답변드릴 수 없음을 양해해 주길 바란다"고 했을 뿐이었다.
대법원 측에선 그 근거로 '헌법 제103조'를 언급했다. 해당 조항은 법관의 독립성과 신분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대법원 측은 "해당 규정의 취지에 따라 구체적인 재판에 대해선 해당 법관 외에 누구도 관여할 수 없다"고 답했다.

'법관의 판결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다'. 비슷한 취지의 지적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대법원 측에선 '재판 독립'을 이유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지금도 '청년'이라는 이유로 형을 깎아주고, 이런 선례에 기대 "청년이니 봐달라"는 주장이 재생산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음에도 법원은 별도의 답은 내놓지 않았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