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때 ‘소신’ 지킨 대령에 ‘장군’ 달아준다…특진 막던 계급의 벽 무너져
계엄 때 ‘소신’ 지킨 대령에 ‘장군’ 달아준다…특진 막던 계급의 벽 무너져
군인사법 시행령 개정

조성현 대령이 2025년 2월 13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증인 선서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위법한 계엄군의 서울 진입을 막았던 대령에게 '장군' 계급장을 달아줄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군인의 본분을 지킨 대가로 좌천을 걱정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헌법 수호의 공을 인정받아 별을 달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서강대교 넘지 마라", 역사를 바꾼 한 마디
사건의 발단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이던 조성현 대령은 상부의 서울 진입 지시에도 불구하고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결단을 내렸다. 그의 '항명'에 가까운 소신 덕분에 군부대의 서울 도심 진입이 막혔고, 자칫 발생할 수 있었던 대규모 유혈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공적을 높이 산 이재명 대통령은 안규백 신임 국방부 장관에게 "불법 부당한 지시에 소극적으로 임했던 간부들에 대한 특진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중령 이하'만 가능했던 특진, 법의 벽을 넘다
현행 군인사법상 특진(특별진급)은 원칙적으로 '중령 이하' 장병에게만 가능했다. 계급 질서와 진급 체계의 안정을 위한 조항이었지만, 조성현 대령과 같이 결정적 공을 세운 대령급 지휘관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국방부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기 열흘 전, 마치 약속한 듯 '군인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입법예고하며 이 벽을 허물었다. 평시 공적이 있는 군인의 특진 가능 계급을 '대령 이하'로 확대한 것이다.
개정안은 특진 요건으로 ▲작전 수행 중 큰 공을 세운 경우 ▲재난 발생 시 인명·재산을 구조한 경우와 함께 "기타 직무수행능력이 탁월하고 군에 큰 공헌을 한 사람"이라는 조항을 포함했다. 바로 이 포괄적 조항이 위법한 명령을 거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 조성현 대령 같은 군인에게 '준장' 계급장을 달아줄 '만능열쇠'가 된 셈이다.
이는 올해 3월 개정된 군인사법의 후속 조치이기도 하다. 당시 법 개정으로 '군 복무 중 국가를 위해 뚜렷한 공적을 세운 사람'은 최저 복무기간을 채우지 않아도 특진이 가능해졌고,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그 대상과 요건이 구체화됐다.
위법한 명령 불복종, 대법원도 인정한 '정당행위'
위법한 비상계엄 명령에 불복종한 행위는 이미 사법부의 판단을 통해 그 정당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대법원은 과거 5·18 내란 사건 판결에서 "비상계엄의 전국확대는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6 판결). 위법한 명령에 따르지 않은 것이 오히려 헌법을 수호한 행위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조성현 대령뿐 아니라,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박정훈 대령에게도 특진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군 안팎에서는 이번 조치가 위기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린 지휘관에게 합당한 포상을 내리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