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재판에서는 통하는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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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재판에서는 통하는 변명

2022. 04. 16 09:05 작성2022. 04. 18 08:28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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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고양이 '두부'의 꼬리를 잡아들고 담벼락에 수차례 내리쳐 죽인 20대 남성. 그가 진술한 범행 동기는 '취업 스트레스'였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 1월, 고양이 '두부'의 꼬리를 잡아들고 담벼락에 수차례 내리쳐 죽인 20대 남성. 당시 두부의 혈흔이 범행 현장 곳곳에 튀었을 정도로 그 수법이 잔혹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두부를 살해한 범인을 엄중히 처벌해 달라"라는 글이 올라왔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사건 발생 6일 만에 붙잡힌 남성이 진술한 범행 동기는 '취업 스트레스'였다. 취업준비생인 그는 두부의 울음소리 때문에 공부와 수면을 방해를 받았다고 했다. 이 해명에 여론은 분노로 또 한 번 떠들썩했다.


하지만 그가 '취업준비생'(취준생)이라는 점, 그리고 "취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진술은 여론을 악화시켰을지언정 그에게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다. 실제로 대법원에서 공개한 2년 치 판결문을 확인해 봤더니, '취준생'이라는 이유로 선처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총 13건이었다.


성폭행, 불법 도박장 운영 등에도⋯'취업 준비' 감안해 선처

취준생이어서 다시 한번 기회를 준 법원. 법정형이 가벼운 범죄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는 아청법상 강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선고되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10년 이하의 징역인 공문서변조 등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A군은 여자친구 B양에게 이별을 통보받자, 범행을 저질렀다. 수차례에 걸쳐 짧게는 약 30분, 길게는 약 2시간 동안 자신의 주거지에 B양을 감금했다. B양을 성폭행하는 등 성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결국 A군은 △아청법상 강간 △특수협박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 △감금 △협박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20년 2월, 1심에서 A군은 징역 장기 6년 단기 5년을 선고받았다. 소년법상 피고인이 미성년자인 경우 법원은 형량의 상⋅하한선을 둔 부정기형(不定期刑)을 선고할 수 있다.


하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이뤄졌다. 피해자의 선처 등 다른 사유도 있었지만, A군이 '취업 준비'에 남다른 열정과 성실함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면서다. 같은 해 6월, 서울고법 제11형사부(재판장 구자헌 부장판사)는 "건전하고 책임감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선처했다.


보드카페에 불법 도박장을 개설한 대학생 C씨도 취업준비생이라는 등의 상황이 유리한 양형 사유로 고려됐다. 지인들과 도박 시설을 차리고, 딜러까지 고용했던 C씨. 약 2년 동안 그가 차린 도박장에서 오고 간 돈만 약 30억에 가까울 정도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C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는 경우 "취업 자체가 상당히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 2020년 10월,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변민선 판사는 C씨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사회에 첫발 내딛으려는 피고인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

전체 판결문(13건) 중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없었다. 징역형의 집행유예 3건, 벌금형 6건이었다. 선고유예도 4건이나 있었다. 선고유예란, 죄는 인정되지만 선고를 미룸으로써 2년간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선고 자체가 없었던 일이 된다. 사실상 처벌이 없는 셈이다.


술에 취해 경찰의 옆구리를 발로 차 '공무집행방해죄'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생.(벌금 300만원 선고유예)

"이 사건으로 피고인이 목표로 하는 직장에 취업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이제 갓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려는 피고인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


함께 술을 마시던 지인의 특정 신체 부위를 더듬어 '강제추행'으로 재판을 받은 취준생.(벌금 300만원 선고유예)

"피고인은 공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는 취업준비생으로서 한 번의 선처가 그의 장래와 재범방지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고등학생 시절, 주민등록증을 변조한 뒤 술집 출입으로 '변조공문서 행사죄'와 '공문서 변조죄'로 재판을 받은 대학생.(징역 6개월 선고유예)

"피고인이 현재 대학교에 진학해 취업 준비를 위해 노력하는 등 성실히 생활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한다"


대부분의 재판부는 피고인의 '미래'를 언급하며 선처를 택했다. 인생의 꿈을 펼칠 피고인들에게 기회를 주고, 그러한 의도가 이들이 깊이 반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1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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