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2분' 피해 수험생들, 과거 사례로 본 위자료 액수를 예상해봤다
'빼앗긴 2분' 피해 수험생들, 과거 사례로 본 위자료 액수를 예상해봤다
지난 3일, 서울의 한 수능 고사장에서 2분 일찍 시험 종료
뒤늦게 시험지 다시 돌려줬지만 이미 흐름을 끊긴 상태
과거 문제 오류시 1000만원, 반입 가능한 시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가 500만원 위자료

지난 3일, 서울의 한 수능 고사장에서 실수로 2분 빨리 시험 종료 알림을 울렸다. 뒤늦게 수험생들에게 2분의 추가 시간을 줬지만, 수험생 일부는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2분'.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하게 흘러갈 짧은 시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인생이 걸린 시간이다. 특히 1분 1초가 귀한, 한 문제로 당락이 좌우되는 수험생에게는 더 남다를 것이다.
그런데 지난 3일 있었던 수능 시험에서 소중한 2분을 박탈당한 수험생들이 단체로 나왔다. 서울 강서구의 덕원여고에서 운영 측의 실수로 시험 종료 알림이 예정된 시간보다 2분 일찍 울렸기 때문이다.
이미 시험지는 제출한 상황. 뒤늦게 감독관들이 2분의 추가시간을 줬지만, 학생들은 시험지를 돌려받으며 시간이 소요됐기에 정작 문제를 푼 시간은 2분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피해자 숫자도 적지 않다. 알림종은 학교 전체에 잘못 울렸기 때문에 해당 학교에서 수능을 본 학생은 680명 전부가 피해자다. 680명의 학생들이 '빼앗긴 2분'. 그 시간을 구제받을 법적인 방법은 없는 걸까. 변호사와 알아봤다.
먼저 검토해볼 수 있는 소송은 서울시 교육청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이다. 지난 5일 KBS 보도에 따르면 일부 수험생들이 이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두 가지 형태의 소송이 가능하다. ①시험 성적표에 대한 무효⋅취소 소송, ② 재시험 요구 소송 정도다.
행정소송은 행정청의 처분에 대해 소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험 성적표(①)에 문제 제기를 하려면 성적표가 통지돼야 한다. 그런 다음에 수험생은 "시험 시간 2분이 부족해서 문제를 못 풀었으니 교육청의 성적 통지를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중현의 지세훈 변호사는 "만약 행정소송을 한다면 해당 수능 과목의 '표준점수 및 백분위 산정 처분'의 무효 또는 취소를 구해야 할 사안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재시험을 요구(②)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단 '재시험을 보게 해달라'는 요구를 거절 당해야 한다.
법무법인 법과사람들의 우희창 변호사는 "학생들이 수능 재시험을 신청해 거부 '처분'을 받으면 행정소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두 가지 경우 모두 승소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우 변호사는 "현재로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학생들이 재시험 신청을 하고 이것이 거부되면, 거부처분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가능성이 극히 낮기 때문에 권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변호사들은 수험생들이 교육청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우희창 변호사는 "학생들이 이번 사건으로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것은 기존의 사실로도 충분히 증명된 것 같다"며 "손해배상 액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번 일로 제대로 답안지 기재를 하지 못했다든가, 문제를 다 풀지 못했다든가 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어 "2분이 줄었지만 아무 영향도 없었던 수험생도 있을 텐데 이들이 같은 손해배상금을 받는 것이 오히려 더 불공평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한 명의 수험생이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금액은 어느 정도가 될까. 우 변호사는 "이 사건으로 인해 재수를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수험 비용 중 일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렇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위자료로 100만원에서 300만원 정도가 아닐까 예상한다"고 했다.
법무법인 윈스의 허왕 변호사는 "수험생 1인당 100만원 이내로 추측한다"고 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빼앗긴 '2분'과 그로 인해 수험생이 수능 점수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고 대학입시에서도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법률 자문

잘못된 시험 환경 때문에 위자료가 인정된 사례는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과목에서 발생한 문제 출제 오류에 대해서 법원은 "1년 더 대학입시를 준비하거나 추가 합격한 대학에서 1학년 과정을 뒤늦게 이수하게 됨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입은 피해 학생들에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0~1000만원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2년 뒤에 있었던 지난 2016학년도에서는 '시계' 때문에 문제가 불거졌다. 시험감독관이 시험 도중 사용할 수 있는 시계를 "반입 불가능한 시계"라고 안내한 사건이었다. 결국 시계 없이 시험을 치른 학생이 이 감독관에게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감독관은) 시계 없이 시험을 치르게 된 학생에게 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세훈 변호사는 "이 두 판결들이 어느 정도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특별시 강서양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로톡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어떻게 조치할지) 서울시 교육청과 같이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교육청 측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수험생 구제 방안은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