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어긴 사람을 처벌하는 법원, 정작 대놓고 법을 어긴 법원
법을 어긴 사람을 처벌하는 법원, 정작 대놓고 법을 어긴 법원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법원의 '꼼수' 가구 구매
판로지원법⋅조달사업법⋅국가계약법 어겨

세상만사 온갖 사건을 처리하며 사람들에게 "법을 지켜라"라고 명령하는 법원. 하지만, 법원이 법과 절차를 어긴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박주민 의원실 제공
'법원'이라고 하면 어떤 곳보다도 원칙과 준법정신을 잘 지킬 것을 기대한다. 세상만사 온갖 사건을 처리하며 사람들에게 "법을 지켜라"라고 명령하는 곳이 법원이기 때문이다.
그런 법원이 법과 절차를 어겨가면서 약 3억원 어치의 고가 사무실 가구를 들여놓았다가, 지난 20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지적당했다.
그 '꼼수'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밝힌 법원의 위법행위는 '단순 실수'로 보이지 않는다. 법령을 회피하기 위해 동원한 수단이 상당히 치밀했고, 조직적이었기 때문이다.
로톡뉴스는 박주민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법원이 저지른 세 가지 법령 위반을 정리했다.

법원을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은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때 중소기업 제품을 사야 한다.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법'에 따라서다. 전국에 있는 수많은 공공기관들은 구매 업계의 '큰 손'인데, 그들이라도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해야 '대기업 쏠림 현상'을 억제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런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이 법령에는 특별한 의무조항이 하나 추가돼있다. "1000만원 이상의 물품을 구매할 때는 '그 중소기업이 직접 생산한 물품인지'를 반드시 확인하라"는 조항이다. 물건을 사 오는 곳은 중소기업인데, 그 내용물이 대기업 제품이 될 것을 우려한 안전장치다.
수원고등⋅지방법원은 이러한 법의 명령을 정면으로 위배했다. 실제로는 굴지의 가구 회사 제품들을 3억원 넘게 구매하면서, 서류상으로는 임직원 15명이 일하는 작은 회사로부터 납품을 받는 것처럼 꾸몄다. 판로지원법이 특별히 걱정했던 그 '중소기업 제품인 척 납품되는' 일을 버젓이 저지른 것이다.
현행 법률은 공공기관이 물품을 구매할 때 액수에 따라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납품액 1억원이 기준이다. 이를 넘으면 '경쟁 입찰'을 하도록 하고, 그 아래라면 '수의 계약'을 허락했다.

경쟁 입찰은 경쟁에 참여할 기업을 공개적으로 모집해 그들 중 '가장 좋은 제품을 가장 싸게' 팔겠다고 한 업체에게 해당 제품을 납품하도록 하는 형태를 띤다. 반면 수의계약은 그런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기관이 원하는 납품처를 결정할 수 있다.
조달청은 이 조항이 무력화될 것을 우려했다. 항목을 여러 개로 쪼개면 제품 1개당 가격을 수의 계약이 가능한 액수로 낮출 수 있다. 이런 '꼼수'를 방지하고자 조달청은 특별한 규칙(조달사업법 아래 업무처리 규칙)을 만들었다. "경쟁입찰 회피 목적으로 구매 예산을 분할해선 안된다"는 조항이다.
하지만 수원고등⋅지방법원은 이러한 법의 명령을 정면으로 위배했다. 실제로는 약 3억원짜리 납품 계약이었지만, 이걸 7개로 쪼개 모두 1억원 이하의 납품건으로 만들었다. 조달청이 특별히 걱정했던 그 '쪼개기 납품'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수의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 경우엔 수의계약이 이뤄진 후 사후적으로 '정말 부득이했는지'를 검증한다. 그래서 우리 국가계약법은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납품 건은 발주계획, 입찰 목적물, 계약체결 과정 등 모든 내용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계약 관련 정보의 공개' 조항이 규정한 명령이다.
수원고등⋅지방법원은 이러한 법의 명령을 정면으로 위배했다. 박주민 의원실에 따르면 수원 소재 법원들뿐만 아니라 대법원 아래 거의 모든 법원이 이 명령을 어기고 있다.
박 의원이 공개한 '각 법원별 수의계약 공개 여부'에 따르면, 대법원만이 유일하게 일부 공개하고 있을 뿐 사법연수원부터 지방 곳곳의 작은 지원들까지 모두 다 수의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루에도 수백건씩 "법을 지키지 않아 처벌한다"는 판결을 내리는 법원이, 전국 곳곳에서 법령을 위반하고 있던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