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숨진 채 발견된 장미란씨…'허위 종결' 경찰, 국가배상 책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숨진 채 발견된 장미란씨…'허위 종결' 경찰, 국가배상 책임 피하기 어렵다
담당 경찰 허위 보고로 수색 2개월 지연
법조계 "경찰 직무유기로 국가배상 청구 가능"

24일 제주시 한림읍에서 장미란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이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 농장의 출입을 통제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5월 제주에서 실종 신고된 장미란(37) 씨가 결국 숙소에서 불과 500m 떨어진 야자수 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의 애타는 기다림을 묵살한 것은 다름 아닌 담당 경찰관의 거짓말이었다.
당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 경장은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도 "장씨와 연락이 닿았지만 위치를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며 임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로 인해 2개월 넘게 수색이 중단됐고, 애타는 연인의 재신고마저 차단됐다. 제주경찰청은 25일 진행된 부검에서 치아 감정 결과 장씨와 일치한다는 구두소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어처구니없는 경찰의 대응과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성인 실종자 문제를 법의 테두리 안에서 들여다봤다.
성인 실종자는 왜 '가출인'으로 묶이나
경찰은 왜 장씨의 실종을 이토록 안일하게 처리했을까. 근본적인 원인은 현행법의 이분법적 한계에 있다.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은 보호 대상을 18세 미만 아동,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 환자로 엄격히 한정하고 있다.
이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18세 이상의 비장애 성인은 원칙적으로 법적 보호 대상이 아니다. 이들은 경찰 내부 예규인 실종아동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에 따라 단순 가출인으로 분류된다.
실종아동법이 적용되면 개인 위치정보 제공 요청이나 공개 수색 등 강력한 조치가 즉각 이뤄지지만, 가출인으로 처리되면 경찰서장이 전산망 조회나 진술 청취 등 예규상 의무만 다하면 될 뿐 수사 강제력이 크게 떨어진다.
성인 실종이 강력 범죄나 위급 상황과 직결될 수 있음에도, 제도적 한계 탓에 초기 대응이 부실해지는 구조적 이유다.
경찰 거짓말로 놓친 골든타임, 국가배상 가능할까
제도적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A 경장의 행위는 단순한 직무 소홀을 넘어선 명백한 위법 행위다.
법조계에서는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봤다. 국가배상법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나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가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 경장은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기재하고 사건을 임의 종결해 경찰의 직무상 의무를 강하게 위반했다.
법원 역시 유사 사례에서 경찰이 최종 목격자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수색을 소홀히 한 행위를 위법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특히 허위 종결로 인해 약 2개월간 수색이 차단되며 구조 골든타임을 놓친 점은, 국가배상 핵심 요건인 상당인과관계를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고인의 일실수입(사망하지 않았다면 장래에 얻을 수 있었던 소득)과 장씨 본인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상속받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유족 고유의 위자료와 장례비도 청구 대상이 된다. 다만, 재판부가 경찰의 허위 종결이 없었더라면 장씨가 생존했을 가능성을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구체적인 책임 비율이 정해질 전망이다.
A 경장의 행위는 형사상 직무유기죄 및 허위공문서작성죄로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처벌과 배상으로도 잃어버린 생명을 되돌릴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