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받다 꺼져간 작은 숨결들… 숨진 아이 절반 이상은 6세 이하였다
학대받다 꺼져간 작은 숨결들… 숨진 아이 절반 이상은 6세 이하였다
가해자 84%가 부모

지난해 아동학대 사건 10건 중 8건은 부모가 가해자였고, 30명의 아이가 끝내 목숨을 잃었다. /셔터스톡
지난해 아동학대 10건 중 8건은 부모 소행이었고, 아이들은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고통받았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아동학대 연차 보고서'는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그늘을 숫자로 드러냈다.
내 집이 가장 위험했다... 학대 10건 중 8건, 부모가 가해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최종 확인된 아동학대 사건은 총 2만 4,492건. 이 중 가해자의 84.1%(2만 603건)는 다름 아닌 친부모였다. 학대가 벌어진 장소 역시 10곳 중 8곳 이상(82.9%)이 아이들이 매일 잠들고 깨어나는 가정이었다. 가장 믿었던 존재에게,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에서 배신당한 셈이다.
학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더 깊이 새겨졌다. 전체 학대 유형 중 소리를 지르거나 위협하는 등 '정서적 학대'가 1만 1,466건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직접적인 폭력이 가해진 '신체 학대'(4,625건)와 아이를 돌보지 않고 내버려 두는 '방임'(1,800건)이 뒤를 이었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성적 학대'도 619건이나 발생했다.
멍든 아이들, 16%는 또다시 학대... 30명은 끝내 별이 되다
시스템의 보호망이 뚫린 자리에선 비극이 반복됐다. 지난해 발생한 학대 사례의 15.9%는 과거에도 학대를 당했던 재학대 사건이었다. 한 번 학대의 늪에 빠진 아이 6명 중 1명은 다시 그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가장 참담한 숫자는 사망 아동 통계다. 지난해 아동학대로 30명의 아이가 끝내 세상을 떠났다. 2022년 44명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한 달에 2~3명의 아이가 어른들의 폭력에 스러져간 셈이다. 희생된 아이들의 70%(21명)는 만 6세 이하 영유아였고, 특히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만 2세 이하 영아가 17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살려주세요" 아이들 외침, 부모의 고백도 늘었다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있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낸 아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전체 아동학대 신고 건수(5만 242건) 중 피해 아동이 직접 신고한 비율은 28%에 달했다. 2020년 14%와 비교하면 3년 만에 두 배로 뛴 수치다.
주목할 점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부모 스스로 신고하는 비율 역시 늘었다는 사실이다. 2020년 16%였던 부모 신고 비율은 지난해 24%까지 상승했다. 이는 일부 부모들이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고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아이들의 절박한 외침과 부모의 고백이 함께 늘고 있는 것이다.
신고해도 90%는 집으로…분리가 아닌 회복에 초점 맞춰야
하지만 아이들의 용기만으로는 비극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학대 피해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해 보호 조치한 경우는 2,292건으로, 전체의 9.4%에 그쳤다. 10명의 피해 아동 중 9명은 학대가 벌어진 그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는 의미다.
정부는 신고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며 중대 사건을 막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신고 이후의 실질적인 보호와 가해자 처벌, 가정 기능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들의 용기 있는 신고가 죽음이 아닌 삶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 우리 사회 전체의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