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에 막말한 건 어학원 직원인데, 왜 법적으로 위험한 건 배달업체 사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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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원에 막말한 건 어학원 직원인데, 왜 법적으로 위험한 건 배달업체 사장일까

2021. 02. 03 19:15 작성2021. 02. 04 11:00 수정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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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원 등하원 도우미 '폭언' 논란⋯배달업체 사장이 직접 녹취록 공개

"학교 다닐 때 공부잘했으면 배달했겠냐" 등 모욕성 짙은 발언 가득했지만

변호사들 "모욕죄는 성립하기 어렵다, 오히려 배달업체 사장이 위험 소지 있다"

어학원 직원이 배달업체에 모욕적인 발언을 퍼부은 녹음 파일이 공개되며 논란이 됐다. /연합뉴스⋅셔터스톡⋅에이프릴 어학원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하나같이 모욕성 짙은 발언이었다. 배달대행업체 사장이 "인권 비하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수포였다. 손님은 반말과 욕설을 퍼부었다.


'추가 배달비 3000원을 내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벌인 실랑이였다.


"야, 니가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으면 그거(배달업) 하고 있겠어?"

"니네(배달 기사)가 정상인들이예요?"

"하는 꼬라지가 거지 같아서요. 그렇게 배웠어요, 부모한테?"


폭언을 한 손님은 서울의 한 어학원 등하원 도우미로 밝혀졌다. 해당 어학원 본사는 직접 "1개월 정도 근무한 직원"이라며 "사건이 발생한 날 퇴사하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배달대행업체 사장이 녹음파일을 공개하면서 해당 직원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거세다. 그렇다면, 폭언에 대해 모욕죄 등 형사 책임도 물을 수 있을까. 녹음파일을 들은 변호사들은 의외의 분석을 내놨다.


"모욕적인 발언을 한 전 직원보다, 오히려 모욕 발언을 들은 배달업체 사장이 위험하다."


모욕성 짙은 발언한 전 직원을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는 이유 '공연성'

어째서일까. 변호사들은 우선 "전 직원을 모욕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했다. 모욕죄의 기본 구성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①공개적으로 다수 앞에서(공연성) ②특정한 사람(특정성)을 향해 ③경멸적 감정 등을 표현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배달대행업체 사장(②)을 향해 모욕적 언사(③)를 한 건 맞지만, 공연성(①)이 없다. 당사자인 두 사람끼리 전화 통화 중 오고 간 내용이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지율 S&C의 송진성 변호사는 "사장과 전 직원 두 사람 간의 전화 통화 내용이므로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법률사무소 명현의 최영식 변호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제3자가 끼여있지 않은 당사자에 대한 모욕은 전파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녹음파일이 퍼져나갔다고 하더라도 (모욕죄가 인정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배달원에 막말한 등하원 도우미에 대한 변호사들의 생각. /로톡DB⋅민고은 변호사 제공⋅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다 녹음했으니까 언론에 드리겠다" 이 말 때문에 위험

오히려 현재 처벌 가능성이 있는 건 배달업체 사장이라고 변호사들은 분석했다. "협박죄가 성립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과 같은 발언이 문제라고 봤다.


배달업체 사장 : "제가 지금 다 녹음해놨으니까. 이거 다 언론에 드리고 할 거예요. 나중에 딴소리하지 마세요."


최영식 변호사는 "발언만 보면 협박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물론 사장이 '겁을 주려고 한 건 아니다', '핍박을 당하는 상황에서 분에 겨워서 한 이야기다'라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협박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민고은 변호사도 "협박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을 정도라면 우리 법원은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며 "'어떤 사안을 언론에 알린다'는 것 정도로는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송보의 강지웅 변호사 역시 "협박죄 성립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억울함을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렀다는 점에서 배달업체 사장이 오히려 역공을 당할까 봐 몹시 걱정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강 변호사는 "억울한 사연을 인터넷 상에 올리는 건 일반적으로 위험성이 크다"며 "억울함을 호소할 땐 언론사 제보 등의 방법을 통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그 내용이 진실한 사실임을 전제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임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송진성 변호사는 "협박죄 성립이 안 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송 변호사는 "언론에 알리겠다는 말 자체를 공포심을 일으키는 발언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협박죄는 성립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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