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기가 돈 받고 100메가만 쏴 줬다…유명 유튜버에 '꼼수' 걸린 KT가 져야 할 책임
10기가 돈 받고 100메가만 쏴 줬다…유명 유튜버에 '꼼수' 걸린 KT가 져야 할 책임
지불요금보다 100배 느리게 공급된 인터넷⋯"우리도 원인 모르겠다" 모르쇠
후기 영상 올리며 '속도 공급 제한' 폭로하자⋯"영상 내려달라" 10기가급 대응
변호사들 "KT의 내 멋대로 인터넷 공급, 소비자 기망행위"

지난 17일 169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명 IT 유튜버가 KT 인터넷 속도 제한 내용을 담은 영상 후기를 올린 뒤 파문이 일고 있다. /KT홈페이지⋅유튜브 채널 'ITsub 잇섭'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메가(Mbps) 대비 100배 빠른 놀라운 속도"
KT의 10기가(Gbps) 인터넷 상품 소개 문구. 여러 명이 써도 속도가 느려지지 않고 사각지대 없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이 상품의 요금은 월 8만원대로, 가장 저렴한 100메가 인터넷 상품에 비해 4배가량 비싸다.
그런데 지난 17일, 169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명 IT 유튜버가 올린 후기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 유튜버는 KT의 10기가 요금제를 이용 중인데, 우연히 인터넷 속도를 측정했다가 100메가로 공급 제한이 걸려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심지어 이런 경우가 처음이 아니었다고 했다.

해당 유튜버가 KT 고객센터에 문의를 했지만, 돌아온 답은 '미봉책'이었다. 소비자가 매번 인터넷 속도를 직접 측정해보고 느려진 게 입증되면 고객센터에 연락하라는 식이었다. 이런 내용을 폭로하자 KT는 "영상을 내려달라"는 댓글을 다는 등 문제 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이었다.
계약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인터넷을 공급했는데도 KT는 정말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운 걸까? 로톡뉴스가 확인한 결과 그렇지 않았다. 앞으로 KT가 도의적인 책임이 아니라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변호사들의 말이었다.
이번 사안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만일 KT가 인터넷 공급 속도를 임의로 조절하고, 소비자 요청이 있을 때만 속도를 조절하는 행위를 했다면 이는 엄연한 기망행위"라고 못 박았다. 기망행위가 인정되면, 고의가 있었는지에 따라 형사상 사기죄 또는 업무방해죄 등에 처할 수 있다.
심앤이 법률사무소의 이지훈 변호사는 "소비자로선 가장 비싼 10기가 상품을 가입해도 공급 속도가 100메가 수준에 그친다는 걸 알았다면, 구태여 해당 상품을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KT가 가입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의도적으로 관련 트래픽 정책을 숨겼다면 명백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KT의 인터넷 상품 페이지에서는 인터넷 공급자가 속도를 상시 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일 사용량을 초과했을 때 당일에 한해 속도를 제한한다는 내용이 있긴 하지만, 이 역시 하루에 1000기가 이상을 쓴 경우에만 적용됐다. 문제를 지적한 유튜버는 "점검 결과 (제가 사용한) 일 사용량은 KT가 제시한 기준의 5분의 1 수준인 200기가 정도였다"고 밝혔다.
법률 자문

율봄 법률사무소의 진선우 변호사는 "이 사건 소비자는 10기가 수준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줄 알고 이에 상응하는 요금을 지불해왔다"며 "그런데 정작 KT가 100메가로 공급 속도를 임의 조절하고, 소비자의 별도 요청이 있을 때만 속도를 상향했다면 고의적인 기망행위에 해당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KT가 애초에 기술적으로 10기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없었다면, 상품 판매 당시부터 소비자에게 설명했어야 한다"며 위법 소지가 짙다고 강조했다.
KT의 고의 여부를 불문하고 과징금이 나올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한 변호사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KT가 일 사용량이 초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비스 중간에 임의로 속도를 조정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는 걸 사전에 밝히지 않았다면, 이는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한다"며 "형사처벌에 필요한 '고의'가 입증되지 않더라도, 관련 법에 따라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우리 전기통신사업법은 통신사업자가 이용자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중요 사항을 설명·고지하지 않았을 때 매출액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53조 제1항).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최저속도 미달 시 피해 보상을 하도록 하는 이용자약관 기준이 있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현장조사를 거쳐 행정처분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KT의 이용자약관에도 '최저보장속도'가 규정돼 있다. 일정 기간 측정했을 때 최저보장속도를 지키지 못하면 해당 기간만큼 요금을 감면해줘야 한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유튜버에게 '일부 감액'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던 KT. 하지만 변호사들은 "KT가 도의적 책임이 아닌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계약한 속도만큼 인터넷을 공급하지 않았다면,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사안이란 판단에서다.
진선우 변호사는 "소비자가 10기가를 제공받기로 했는데, KT는 그에 한참 못 미치는 100메가 수준만 지속적으로 공급했다면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대상이 된다"며 "KT가 제안한 감액 혜택과는 별개로 고의적인 기망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의무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지훈 변호사는 "이 사건 유튜버가 속도 제한 등에 관한 입증자료를 모두 확보한 이상, 통신비 전액 환불은 물론이고 인터넷 속도 저하에 따른 업무상 손실까지 보전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제는 KT 스스로가 10기가의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이번 사안은 실제로 10기가 수준으로 지속 이용하는 개인 사용자가 많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KT 내부적으로 최대 공급 속도를 제한하는 공급 알고리즘을 둔 상황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암묵적으로 이뤄지는 통신사들의 트래픽 조절 정책에 제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영상을 내려달라" 요구하던 KT는 사태가 확산되자 19일 관련 회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KT는 "원인 파악을 먼저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최근 해당 유튜버가 인터넷 장비를 교환했는데, 이 과정에서 식별 소프트웨어에 일부 오류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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