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싸우랴, "직업정신 없다" 비난 보도와 싸우랴⋯백의의 천사들, 더 지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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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싸우랴, "직업정신 없다" 비난 보도와 싸우랴⋯백의의 천사들, 더 지쳐간다

2020. 03. 03 20:03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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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인력난⋯퇴근 못 한 채 쪽잠·인스턴트로 끼니 때우는데

간호사들 노력에 찬물 끼얹는 "무단결근" "집단 퇴사" 오보

이마는 푹 패이고, 광대는 붉은 멍이 가득했다. 마스크 위로 드러난 푸석한 혈색과 제대로 씻지 못해 기름진 머리칼에서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모습을 짐작게 한다. /연합뉴스

방호경에 짓눌린 이마는 푹 패이고, 광대는 붉은 멍이 가득했다. 마스크 위로 드러난 푸석한 혈색과 제대로 씻지 못해 기름진 머리칼에서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모습을 짐작게 했다.


방호복을 벗은 간호사들의 고된 얼굴이 보도되며 코로나19 현장의 의료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손이 부족한 의료 실정도 연일 보도되고 있다.


'집단 퇴사' 오보에…"직업정신 없다" 비난과 싸워야 했던 하루

이런 와중에 지난 2일, 포항의료원의 간호사들이 격무에 시달리다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간호사들에겐 의료진의ㄷ 책임을 저버렸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는 '오보'였다. 난데없는 논란에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까지 나서서 "사직서를 제출한 간호사들은 이미 사직이 예정된 직원들로, 신규 인력 투입까지 기다려 준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한 달 넘게 고군분투한 의료진들의 노력을 깎아내린 오보. 힘을 실어줘야 할 상황에 오히려 간호사들의 힘을 빼는 기사가 됐다.


코로나와 싸우는 간호사의 하루…12시간 교대, 장례식장 쪽잠, 인스턴트 도시락

SNS에 '코로나 병동 도시락' 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글. /트위터 캡처
SNS에 '코로나 병동 도시락'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글. /트위터 캡처

코로나19 사태에 의료진은 평소보다 과중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대구의료원의 경우 간호사들은 12시간씩 2교대 근무를 하다가 최근 3교대 근무로 전환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간호사들이 12시간 이상 휴식시간 없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근 후엔 가족들의 감염이 우려돼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장례식장 등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피로가 계속 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료용 마스크 등 보호장비 부족도 간호사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달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장비 부족의 문제는 간호사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라며 지원을 강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의료진에 대한 장비 지원을 촉구하는 게시글도 등장했다.


끼니라도 든든히 해결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최근 한 간호사가 자신의 트위터에 '코로나 병동 도시락'이라며 올린 인스턴트 컵밥과 200ml 우유 사진은 의료진들의 처우 또한 열악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등에 따르면 해당 병원의 직원들은 지난 주말 이런 부실한 식단을 제공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보'에 법적인 책임 물을 수 있긴 하지만…

간호사는 의료진이기에 앞서 사람이다. 사명을 갖고 현장에 뛰어들지만 "의료진이라면 이 정도는 견뎌야지"라고 희생정신을 요구하는 것은 간호사들을 더욱더 힘들게 한다.


이런 가운데 '포항의료원 간호사' 오보 사건은 간호사들이 받지 않아도 될 비난을 받게 했다. 허위사실을 전달해 간호사들의 노력과 명예를 훼손했다.


우리 형법은 구체적으로 사실이나 허위의 내용을 적시(摘示·지적하여 보임)했을 경우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처벌한다. 이번 경우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박창규 법률사무소'의 박창규 변호사. /로톡DB
'변호사 박창규 법률사무소'의 박창규 변호사. /로톡DB

'변호사 박창규 법률사무소'의 박창규 변호사는 "집합명칭을 쓴 경우에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는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에선 사직서를 제출한 의료진에 대해 간호사 16명이라고 집합명칭을 사용해 지칭했다. 이 내용으로 간호사들이 누군지 알 수 있는 경우라면 명예훼손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해자현의 조은결 변호사는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의 경우 판례상 집단 구성원이 대략 50명 이하 수준이면 인정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간호사들의 숫자는 판례에서 말하는 집단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방법들도 간호사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법적 지원을 비롯해 충분한 경제적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당장 실행하기 어려운 중장기적인 대책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간호사들의 희생정신에 기대 사태가 진정되길 바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간호사들의 노력에 흠집을 내는 언론의 이런 오보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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