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부남 의사가 총각 행세하며 7년 속였다" 병원 앞 피켓 시위…사실을 말했지만
[단독] "유부남 의사가 총각 행세하며 7년 속였다" 병원 앞 피켓 시위…사실을 말했지만
병원 앞 1인 시위 사주한 여성 "낙태 두 번에 다이아 반지까지 줬다"
법원 "사실이라도 명예훼손"
벌금 100만 원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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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유부남이 총각 행세를 하며 7년 넘게 속였습니다. 두 번이나 임신하고 낙태하게 만든 파렴치한입니다."
경기도 평택의 한 병원 앞, 붉은 글씨가 적힌 피켓을 든 1인 시위자가 등장했다. 피켓에 적힌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병원장인 의사가 미혼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철저히 속였다는 폭로였다. "난봉꾼 의사"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억울함을 호소하며 '불륜 의사'의 민낯을 세상에 알리려 했던 이 시위. 하지만 법원은 시위를 주도한 여성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아무리 억울해도, 설령 그 내용이 사실일지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강면구 판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다이아 반지 주며 부모 인사까지"… 병원 앞을 막아선 피켓
사건은 지난 2023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고인 A씨는 사람을 고용해 의사 B씨가 운영하는 병원 1층 출입구에서 1인 시위를 벌이게 했다. 시위는 3월 10일부터 17일 사이, 환자들이 붐비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피켓의 내용은 구체적이고 자극적이었다. "B 의사는 유부남이 총각 행세를 하며 미혼녀를 7년 이상 속이고 2번의 임신과 낙태를 시켰다", "믿음의 증표라며 다이아 반지를 사줬고 부모님 인사까지 시켰다"는 주장이 담겼다.
A씨 측은 "네 자식이 귀한 줄 알면 남의 딸 인생 망쳐놓으면 되느냐",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지능적으로 속이고 결혼 적령기 여성을 가지고 놀았다"며 B씨를 "파렴치한", "난봉꾼"으로 몰아세웠다.
법원 "사실을 말해도 죄가 된다"
의사 B씨는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검찰은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쟁점은 피켓 내용의 진위가 아니었다. 우리 형법은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공공연하게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처벌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피켓 내용을 허위가 아닌 사실로 보았음에도,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병원 앞에서 개인의 사생활을 폭로한 행위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에 대해 형법 제307조 제1항(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적용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가 적지 않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병원 운영자로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개인적인 치부가 동네방네 알려진 점을 무겁게 본 것이다.
다만 법원은 A씨가 이 사건 이전에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참작해 징역형 대신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참고]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4고정806 판결문 (2025. 5. 1.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