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이메일 훔쳐보며 18억 번 대형 로펌 직원, 78억 토해낸다
변호사 이메일 훔쳐보며 18억 번 대형 로펌 직원, 78억 토해낸다
추징금 18억+벌금 60억
2년간 변호사 14명 이메일 해킹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대형 로펌 전산실 직원들이 소속 변호사들의 이메일을 무단 열람해 빼낸 미공개정보로 거액의 주식 수익을 올렸다가 실형과 수십억 원의 벌금 폭탄을 맞았다.
단순히 업무 중 알게 된 정보를 넘어, 해킹에 가까운 방식으로 타인의 이메일을 훔쳐본 이들의 도박은 결국 번 돈의 몇 배를 토해내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
변호사 14명 이메일 뒤져 공개매수 정보 빼돌려
로엘 법무법인의 문지은 변호사는 10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해 법조계에 충격을 안긴 이 사건의 전말을 분석했다.
문 변호사에 따르면, 대형 로펌 전산실 직원 A씨와 B씨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약 2년간 소속 변호사 14명의 이메일 계정에 무단으로 접속했다. 전산 관리자로서 시스템 접근 권한을 쥐고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문 변호사는 "이들은 기업 자문팀 변호사들이 주고받는 이메일에서 주식 공개매수, 유상증자, 주식양수도계약 체결 등 주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공개 정보를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해당 로펌이 자문을 맡았는데, 이 정보가 공시되기 전 이메일을 훔쳐본 것이다.
이렇게 A씨는 5개 종목을 매매해 약 18억 2000만 원을, B씨는 약 5억 27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원래 사던 주식인데?" 변명…법원 "확신 없인 불가능한 거래"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직무상 정보를 얻은 것뿐이고 일부 종목은 범행 이전부터 매매한 것"이라며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일축했다.
문 변호사는 판례를 인용해 "미공개중요정보를 인식한 상태에서 주식거래를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공개정보를 이용하여 거래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거래가 전적으로 미공개정보 때문에 이루어지지는 않았더라도 미공개정보가 거래를 하게 된 요인의 하나임이 인정된다면 미공개정보를 이용하여 거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재판부는 "공시 전 가족과 지인 명의를 동원해 집중 매수하고 공시 직후 곧바로 매도해 현금화한 거래 양태를 보면 주가 상승에 대한 확신 없이는 하기 어려운 거래"라고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더불어 단순히 정보를 들은 것을 넘어 타인의 계정에 무단 접속했기에, 자본시장법 위반 외에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까지 추가로 적용됐다.
18억 벌었는데 추징금 18억+벌금 60억
이들에게 내려진 경제적 제재는 상상을 초월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과 함께 추징금 18억 2000여만 원, 그리고 벌금 60억 원을 선고했다. B씨에게는 징역 3년에 추징금 5억 2700여만 원, 벌금 16억 원이 내려졌다.
문 변호사는 "추징은 범죄로 얻은 이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불법으로 번 돈을 토해내는 것이고, 벌금은 범죄에 대한 형사적 제재로 부가되는 것"이라며 "사실상 번 돈을 다 토해내고도 그 몇 배를 더 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자는 얻은 이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조사가 시작되자 부당이득으로 산 외제차와 아파트를 처분해 현금화한 정황도 양형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문 변호사는 재판부가 이를 "추징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 보고 불리하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가족 계좌 빌려줬다면? "공모공동정범 될 수도"
이들은 거액의 대출은 물론 가족 명의의 계좌까지 동원했다.
문 변호사는 "단순히 배우자가 주식 투자를 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처벌이 어렵지만, 계좌 명의자가 거래 사실을 알면서 계좌를 제공했다면 공모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공개정보를 전달받아 투자한 지인들 역시 자본시장법상 정보수령자로 규제 대상이 되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문 변호사는 이들의 항소심 전망에 대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장기간 조직적 범행, 위법한 방법 사용, 수사 과정에서의 진술 번복, 범행 후 재산 처분 등은 항소심에서도 불리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폭적인 감형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