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피싱·불법도박 자금, 무방비로 발급된 5만개 가상계좌로 들어갔다
1조원대 피싱·불법도박 자금, 무방비로 발급된 5만개 가상계좌로 들어갔다
은행과 가상계좌 발급 계약 맺은 업체가 정보 팔아넘겨
대포통장보다 감시 소홀⋯광범위한 사기 가능했던 이유

5만개에 달하는 가상계좌를 보이스피싱·불법 도박 범죄 조직에 넘긴 결제 대행업체 대표와 브로커 등이 경찰에 적발됐다. /셔터스톡
보이스피싱과 불법도박 판돈 등에 이용된 1조원이 고스란히 범죄 조직의 손에 들어갔다. 시중은행이 대포통장을 적극 관리하고 있지만 범죄 조직으로 이처럼 큰돈이 유입되는걸 막지 못 했다.
상대적으로 시중은행 감시에서 벗어나 있는 '가상계좌'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범죄 조직에 가상계좌를 넘긴 결제 대행업체 대표와 브로커 등을 사기 방조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중 혐의가 중한 7명은 구속됐다.
가상계좌는 공과금이나 세금을 납부할 때, 기부금을 낼 때 등 일상에서 널리 사용된다. 가상계좌 번호는 각기 달라도 이를 통해 입금된 돈은 모계좌로 한 번에 모인다는 편리성 때문이다.
그런데, 은행과 발급 계약을 맺고 있던 한 결제 대행업체가 중간에서 가상계좌 정보를 범죄 조직에 팔아넘기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일반적인 통장과는 달리 가상계좌를 이용하면 각종 범죄 수익을 넘겨받더라도 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 은행들 역시 모계좌와 달리 가상계좌는 철저히 감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범죄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된 가상계좌는 약 5만개에 달한다. 결제 대행업체는 브로커에게, 브로커는 다시 범죄조직에 가상계좌 정보를 넘기면서 사실상 사기 범죄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셈이 됐다.
현재 검거된 결제 대행업체 대표 등은 "범죄에 쓰일 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상계좌 자체가 각종 금융거래와 직결되는 특성 등을 고려하면 고의성을 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에 따라, 사기 범죄로 50억원 이상을 취득하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제3조 제1항 제1호). 징역에 더해 벌금도 부과할 수 있다(제3조 제2항). 또한 형법은 직접 사기를 친 사람뿐 아니라, 이를 방조한 이들도 처벌한다(제3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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