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궁은 규제, 양궁은 클릭하면 배송…청주 공원 겨눈 활, 처벌 규제는 ‘구멍 숭숭’
석궁은 규제, 양궁은 클릭하면 배송…청주 공원 겨눈 활, 처벌 규제는 ‘구멍 숭숭’
청주 도심 광장서 벌어진 '활쏘기'
뚫려있는 살상 무기 규제

청주 청소년과장에 날아온 화살 모습. /연합뉴스
지난 7일 밤, 충북 청주 청소년광장에서 반려견과 산책을 즐기던 50대 여성 A씨의 귀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단단하게 언 화단 흙바닥에 길이 80cm의 물체가 박혔다. 화살이었다.
화살이 꽂힌 위치는 A씨로부터 불과 1~2m 떨어진 거리였다. 조금만 방향이 틀어졌다면 끔찍한 인명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도심 한복판을 공포로 몰아넣은 이 화살은 어디서 날아온 것일까.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승민 작가가 전한 CCTV 영상 속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트렁크에서 꺼낸 활, 도심 광장을 겨누다
공개된 CCTV 영상에는 주차된 차량 트렁크에서 길쭉한 장비를 꺼내는 두 남성의 모습이 담겼다. 한 명이 활시위를 당기는 자세를 취하자 다른 한 명도 거들었고, 이내 그들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원 쪽을 향해 활을 겨눴다.
화살은 광장을 가로질러 약 70m를 날아가 꽂혔다. 발견된 화살은 플라스틱 재질의 대에 금속 화살촉이 박혀 있었는데, 꽁꽁 언 땅에 손가락 두 마디 깊이로 박힐 만큼 위력이 강했다.
경찰은 이를 살상력이 있는 양궁용 화살로 추정하고 용의자를 쫓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위험천만한 무기를 누구나 제재 없이 손에 넣을 수 있다는 현실이다.
"석궁은 안 되지만 양궁은 됩니다" 법의 이중잣대
현행법상 활에 대한 규제는 반쪽짜리다.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포화약법)'은 화살을 걸고 기계 장치로 발사하는 석궁에 대해서는 엄격한 허가를 요구한다.
유 작가는 방송에서 "석궁은 기계 장치가 발사를 대신하기 때문에 미성년자가 다뤄도 살상력이 커 경찰이나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구매와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 사건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컴파운드 보(Compound Bow)'와 같은 양궁 장비는 사정이 다르다. 조준과 발사가 전적으로 사용자의 근력에 의존한다는 이유로 스포츠 용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등록이나 신고 의무가 전혀 없다.
이로 인해 살상력이 충분한 활임에도 불구하고 구매 장벽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유 작가는 "인터넷에서 1분만 검색해도 수만 가지 제품을 찾을 수 있고, 별도의 자격증 없이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판매자들이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사용하라"는 경고 문구를 적어놓지만, 이는 권고일 뿐 법적 강제성은 없다.
뚫린 구멍 사이로 반복되는 화살 테러
규제의 빈틈을 타고 활을 이용한 범죄와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10대 아들이 말다툼 끝에 아버지의 복부에 컴파운드 보 화살을 쏘는 존속 상해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해, 발사된 화살이 120m를 날아가 주차된 SUV 차량의 문짝을 관통하는 사고도 있었다.
특히 '갑질 폭행'으로 공분을 샀던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직원 워크숍에서 살아있는 닭을 활로 쏘게 한 사건 당시 사용된 도구 역시 컴파운드 보였다.
이 사건들을 계기로 경찰청은 컴파운드 보 구매 규제를 포함한 법령 개정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유 작가는 "양궁협회를 중심으로 한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며 "규제가 도입될 경우 스포츠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고 전했다.
2천 원이면 살상 무기 개조 가능... 대책 마련 시급
규제 논의가 멈춘 사이, 위험은 일상으로 파고들었다. 지난해에는 양궁 동호회 회원들이 컴파운드 보를 들고 다니며 흑염소 14마리를 불법 사냥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손쉬운 개조 가능성이다. 유 작가는 "카본 화살은 2,000원 정도면 구매가 가능한데, 화살촉이 나사형 구조라 사실상 교체가 가능하다"며 "마음만 먹으면 무쇠 촉 등으로 교체해 사제 무기로 제작할 수 있는 허점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