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하나 안 했을 뿐인데" 6억 배상 판결... 의료소송상담으로 필승 증거 확보하라
"검사 하나 안 했을 뿐인데" 6억 배상 판결... 의료소송상담으로 필승 증거 확보하라
의료 전문 지식의 장벽을 허무는 법원의 판단 기준 기사 부제
사고 직후 증거 확보가 승패를 결정짓는 이유

의료진의 사소한 검사 누락과 설명 부족이 거액의 배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신속한 진료기록 확보와 증거보전이 의료소송 승소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의료소송은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불린다. 고도의 전문지식을 가진 의료진을 상대로 정보가 부족한 환자가 과실을 입증하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의료진의 진단 지연이나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 추세다. 실제로 척추 수술 전 검사를 소홀히 한 병원이 환자에게 6억 원이 넘는 거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의료계와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6억 배상 이끌어낸 'MRI 검사 누락'... 사실관계로 본 의료사고의 실상
최근 의료소송 승소 사례들을 살펴보면 의료진의 사소한 판단 착오나 부주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진단 지연이다. 환자 A씨는 척추추간판염과 경막외 농양 증세로 수술을 받았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의료진이 요추 부위 MRI 검사만 시행하고 전 척추 MRI 검사를 하지 않은 탓에 제4~8 흉추 사이에 있던 농양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서울고등법원은 2023년 12월 14일, 의료진의 검사 소홀 과실을 인정하여 병원 측이 환자에게 6억 6,920만 8,189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2023나2013297).
분만 과정에서의 과실 역시 빈번하게 발생하는 쟁점이다. 임신성 당뇨 과거력이 있는 고위험군 산모의 경우 정밀한 혈당 검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의료진이 이를 소홀히 한 채 자연분만을 강행하다 신생아의 상완신경총이 손상된 사건에서, 수원고등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해 5,106만 2,609원의 손해배상을 확정했다(2023. 5. 25. 선고 2022나19111).
의료 행위 자체뿐만 아니라 병원 시설 관리 소홀로 인한 사고도 배상 대상이다. 병원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골절상을 입은 환자에 대해 법원은 공작물 설치 및 보존상의 하자를 인정해 병원 측에 20%의 책임을 물어 약 1,229만 원을 배상하도록 했다(수원지방법원 2022. 6. 24. 선고 2020나54104).
"왜 미리 말 안 했나" 법원이 강조하는 의사의 '설명의무'와 입증책임
이러한 사실관계들을 바탕으로 법원이 내리는 법적 판단의 핵심은 '주의의무 위반'과 '설명의무'에 있다. 의료진이 당대 의료 수준에 비추어 마땅히 해야 할 검사를 하지 않았거나, 환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대법원은 특히 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단순히 수술 직전에 서명을 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취지다. "의료행위가 행해질 때까지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설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다(2022. 1. 27. 선고 2021다265010). 환자가 가족과 상의하고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은 채 진행된 수술은 그 자체로 위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일반인인 환자가 의학적 과실을 직접 증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법원은 '증명책임의 경감'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2010. 6. 24. 선고 2007다62505)에 따르면, 환자 측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의료상의 과실을 입증하고 그 결과가 다른 원인 때문이 아니라는 점만 증명하면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해 준다.
승소의 마침표 찍으려면? '진료기록 확보'가 첫걸음이자 끝
결국 복잡한 의료소송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증거 자료를 신속하게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사건 발생 직후 '증거보전절차'를 활용할 것을 조언한다. 병원이 보관하고 있는 진료기록부, 간호기록부, 수술기록부 및 각종 영상 자료(CT, MRI)는 시간이 지날수록 위·변조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진료기록 외에도 의료진의 과실을 뒷받침할 영상자료와 검사 결과, 그리고 사망 사고의 경우 부검감정서가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특히 의료기관 내부의 CCTV 영상이나 의료사고 보고서 등은 사실관계 확인에 매우 유용한 도구다. 만약 병원이 기록을 성실히 작성하지 않아 진료 경과가 불분명해졌다면, 법원은 그 불이익을 의료진에게 돌리는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대법원 95다41079).
의료소송은 사안이 복잡하고 전문적이지만, 명백한 과실이 있고 이를 입증할 자료를 체계적으로 준비한다면 환자도 정당한 권리를 되찾을 수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한 조정 절차나 의료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도 승소 가능성을 높이는 실무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