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난게 아니다⋯배드파더스 무죄 이끈 최희정 변호사 "2심 준비로 바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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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난게 아니다⋯배드파더스 무죄 이끈 최희정 변호사 "2심 준비로 바쁘죠"

2020. 01. 31 12:41 작성2020. 02. 11 17:01 수정
안세연 인턴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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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파더스' 재판 이끈 12명의 변호인단, 여성변호사회 이사 최희정 변호사 인터뷰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국가적 과제, 사적 채무 아닌 '특수성' 있어"

"문제 개선을 위한 첫걸음⋯계류 중인 법안 통과돼야"

'양육비 문제는 법률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무를 가지고 있고, 양육비 채무의 불이행은 결국 자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로 단순한 금전 채무와는 다른 특수성이 있다'. 최희정 변호사는 인터뷰를 하던 중 판결문의 이 부분을 꼭 읽어주고 싶다고 했다. /안세연 기자

"양육비를 제때 주지 않은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배드파더스(Bad Fathers)의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배드파더스 무죄 선고는 거대한 태풍처럼 다가왔다. 재판부가 "신상 공개에 따른 명예훼손보다 이를 공개해서 얻게 되는 공익이 더 크다"고 한 기념비적인 판결이었다. 당장이라도 온갖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선고 이틀 만에 어떤 '배드 파더'가 찬물을 끼얹었다. 재판 결과에 아랑곳하지 않고 "양육비를 달라"고 찾아온 전 아내를 무참히 폭행했다. 그가 밀린 양육비만 수천만원이었다.


게다가 그즈음 1심에서 패소한 검찰이 "무죄 선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를 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이렇게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버리는 걸까. 1심 무죄 판결을 이끌었던 12명 변호인단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약 2주 만에 만난 여성변호사회 대외협력이사 최희정 변호사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검사가 항소한 거 알고 계세요?" 첫마디였다. 2심 준비에 바쁘다고 했다.


Q. 판결 이후 양육비를 달라고 전 남편을 찾아갔다가 폭행을 당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정말 안타깝고, 속상하다. 할 말이 없다. 폭행 피해자가 재판 때 제가 증인신문을 했던 사람이다. 소송을 8차례나 거쳤는데도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마침 저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더라. 제가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 마을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분만큼은 꼭 도와드려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런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래도 이런 이슈를 공론화하는 건 필요한 것 같다. 지금은 폭력을 휘두른 전 남편을 고소하려고 준비 중이다. 전 남편은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Q. 소속이 다른 총 12명의 변호인이 뭉쳤다. 각자 재판도 있었을 텐데 준비 과정은 어땠나?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을 이용해서 밤낮없이 소통했다. 새벽에도 알림이 울리는 일이 잦았다. 그냥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계속 말을 걸었다. 그렇게 편하게 소통하면서 시너지를 낸 덕분에 좋은 결론이 나온 것 같다. 각자 열정을 가지고 공익활동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


배드파더스 소송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15시간에 걸친 재판 끝에 7명의 배심원은 만장일치로 무죄 의견을 냈다.


'배드파더스(Bad Fathers)' 운영자가 지난 15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뒤에는 그를 도운 변호인들이 있었다. 이날 무죄 선고 뒤 수원지법 형사 법정 앞에서 변호인단과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가장 왼쪽이 최희정 변호사. /수원=안세연 기자


Q.재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

"감성적으로, 이성적으로 모두 호소했다. 변론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는 방청객이 많았다. 특히 이번에 폭행을 당한 증인은 과거에도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부부였다.


법리적인 부분 역시 변호인단이 정말 검토를 잘했다. 최후변론에서 양소영 변호사가 '이 사건을 유죄로 판단해서 우리가 얻는 것이 무엇이냐'고 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만약 유죄가 나온다면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양육비 미지급자들이 득달같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것이다. 민사상 위자료 청구까지 하면 오히려 지금보다 더한 혼란 상태가 된다.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전체적인 관점에서 봐달라.'


이런 식으로 변호인단에서 호소한 부분들이 잘 전달된 것 같다."


Q. 재판을 쭉 지켜보니, 양육비를 미지급해도 큰 불이익이 없어 보였다.

"이런 말 많이 하지 않나. '판결문 받아도 휴짓조각이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도 그런 경우가 많다. 양육비 지급 판결을 받아도 재산을 빼돌리거나, 명의를 바꾸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에도 양육비 감치(監置 ⋅양육비 지급 이행 명령 등을 어긴 사람을 경찰서 유치장에 최대 30일까지 가두는 제재) 재판을 다녀왔다. 그런데 보통 '감치'라고 하면 엄청난 제재를 가하는 수단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질적으로는 큰 불이익이 없다. 감치 명령이 나와도 숨어버리면 방법이 없다. 강제집행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Q. 이번 재판으로 이런 실태가 많이 드러난 것 같다.

"현재 양육비 미지급 피해 아동의 숫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에도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양육비 이행관리원이 있긴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 씨도 재판 과정에서 그런 부분을 잘 설명했다."


지난 14일 열린 배드파더스 국민참여 재판에서 양육비 지급 현실에 대해 많이 알려졌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실제로 지난 국민참여재판 당시 구씨는 배석판사로부터 "여성가족부 산하에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있지 않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법적인 지원 제도가 있는데도 양육비 지급 현실이 왜 이렇게 미흡하냐는 의문이었다. 이 질문에 구씨는 "실제로 양육비 이행관리원을 통해 해결되는 사례는 아주 적다"며 "담당 직원의 숫자가 너무 적다"고 했다.


Q. 해외에서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어떻게 다루나?

"선진국에서는 양육비 문제를 국가적인 과제로 인식한다. 미국은 양육비를 안 주는 채무자의 위치 탐색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형사처벌 및 여권발급거부 등 불이익을 적극적으로 가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민사적인 채권,채무 관계를 국가가 조금 도와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


재판 준비 과정 중 어려움이 있었는지 묻자 최희정 변호사는 "열정을 가지고 공익활동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고 답했다. /안세연 기자


Q. 양육비 문제 개선을 위한 첫걸음을 뗀 것으로 보인다.

"맞다. 여태까지 양육비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많았다. 불과 한 달 전에도 경찰청이나 법무부에서 관련 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냈다. 개인 간의 문제인데 국가가 나서서 여권을 제한하면 안 된다는 논리를 펴더라. 불과 한 달 전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번에 재판부가 아주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 판결문에서 양육비 문제를 공적인 채무 관계로 보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꼭 읽어드리고 싶다. 이 부분이다.


'양육비 문제는 법률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무를 가지고 있고, 양육비 채무의 불이행은 결국 자녀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로 단순한 금전 채무와는 다른 특수성이 있다'


이거다. 이걸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양육비 문제에 대해 공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정당한 논리가 생겼다. 정말 중요한 선례가 생긴 것이라고 본다."


Q. 국회에서 양육비 관련 법안 10개가 계류 중인데,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 것 같나?

"이제 법안 통과가 돼야 한다. 여러 절차가 필요한데 그때 법무부나 경찰청에서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해줬으면 좋겠다. 양육비 문제의 특수성을 이해하길 바란다.


이제 투표 연령이 만 18세로 낮춰져서 청년을 위한 정책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투표권이 없다. 그런 아이들의 생존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법안이 잘 통과되기를 희망한다."


최희정 변호사는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에 대해 "아이들의 생존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법안이 잘 통과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왼쪽이 안세연 기자. /조하나 기자


Q. 마지막으로 '배드파더스' 나 '배드마더스'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이번에 양육비를 달라고 했다가 폭행을 당한 부암동의 여성분에게 용기를 드리고 싶다. 정말 대단한 용기다. 대부분의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이 쉽게 나서지 못한다. 보통 고통을 받더라도 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분은 폭력을 몸으로 받아내면서까지 문제를 제기했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배드파더스'는 궁극적으로 없어지는 게 맞는 단체다. 운영진과 변호인단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또 '돈 주면 마음 간다' 이런 말도 있지 않나. 양육비를 잘 주면 애가 잘 크고 있는지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다. 돈뿐만 아니라 사랑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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