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했던 동료가 회사에 '비밀 대화 카톡 제출…회사가 '자진 퇴사' 압박하는 데, 해결법은?
친했던 동료가 회사에 '비밀 대화 카톡 제출…회사가 '자진 퇴사' 압박하는 데, 해결법은?
징계위 열겠다며 사퇴 종용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최근 회사에서 자신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심지어 한때 친했던 동료 B씨가 A씨와 함께 있던 카카오톡 대화방을 캡처해 회사에 넘긴 정황도 확인했다.
회사는 이를 근거로 징계위원회를 열 수 있다며 A씨에게 자진 퇴사를 압박했다.
A씨는 회사가 자신을 내보내기 위해 표적 조사를 벌인다고 보고, 회사와 조사 담당자, 동료 B씨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사적인 대화를 근거로 한 회사의 퇴사 압박, 법적으로 문제는 없을까?
동료가 대화방 캡처해 회사에 제출
변호사들은 대화 참여자 중 한 명인 동료 B씨가 대화 내용을 캡처해 회사에 제출한 행위 자체만으로는 형사상 '비밀침해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봤다.
비밀침해죄는 봉함된 문서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해 타인의 비밀을 몰래 알아내는 행위 등을 처벌하는데, B씨는 자신이 참여한 대화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태림 서영은 변호사는 "본인이 참여하지 않은 비공개 대화를 제3자가 몰래 녹음·청취한 경우에는 통신비밀보호법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단순히 카카오톡 대화 캡처를 전달받은 경우에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 역시 "해당 팀원이 본인도 참여한 카카오톡방을 직접 캡처해 회사 조사담당자에게 제출한 것이라면 이를 곧바로 형법상 비밀침해죄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만 유포된 내용이나 범위에 따라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별도로 성립할 수 있다고 변호사들은 덧붙였다.
진짜 문제는 '조사 방식'과 '징계 목적'…직장 내 괴롭힘 소지
변호사들은 카톡 유출 자체보다 회사가 이를 이용해 A씨를 압박하는 과정에 더 큰 법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퇴사를 유도할 목적으로 진행된 표적 조사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팀원들을 동원한 표적 조사, 자진 사퇴를 유도할 목적 등은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업무와 무관한 사적 대화를 징계 사유로 삼는 것 자체도 부당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는 "업무와 무관한 사적 대화를 동의 없이 수집해 징계 사유로 삼는 것은 부당징계로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는 "회사나 조사담당자가 비밀번호를 알아내거나 기기·계정에 무단 접근하여 대화내용을 확보했다면 별도의 형사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보 취득 방식의 위법성도 문제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소송하겠다" 섣부른 압박은 금물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섣불리 소송을 언급하며 회사를 압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태림 오상원 변호사는 "형사 조치 가능성을 언급하며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형태가 되면, 정당한 권리 행사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며 "이미 담당자에게 그런 취지로 말했다면 이후 대화는 신중하게 하는 편이 좋겠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 확보다. 법률사무소 유 (唯) 박성현 변호사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조사담당자와 회사 측의 발언, 징계 관련 통보, 카카오톡 캡처의 전달 경위 등 증거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압박에도 사직서는 쓰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태안 변호사는 "지금은 어떤 상황에서도 사직서를 작성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조사담당자가 사적 대화를 언급하며 징계나 사퇴를 압박하는 정황이나 징계 통보서를 반드시 객관적인 증거로 확보해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