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은 배달 알바, 조합장은 20억 펜트하우스…용인 ‘공사비 뒷돈’ 조합장 징역 5년
조합원은 배달 알바, 조합장은 20억 펜트하우스…용인 ‘공사비 뒷돈’ 조합장 징역 5년
조합원은 배달 알바 뛰는데 조합장은 20억 펜트하우스
법원 "개인 욕심에 서민 주거 꿈 짓밟아" 징역 5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담보로 수십억 원의 뒷돈을 챙기고, 수백억 원의 공사비를 부당하게 증액시킨 경기 용인시 보평역 지역주택조합 전 조합장이 결국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시공사 부사장과 짜고 공사비를 부풀린 대가로 고가의 아파트를 사들이는 등 파렴치한 행보를 보인 결과다.
내 집 마련 꿈이 '빚더미'로… 조합원 피눈물 흘린 4년의 기록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용인시 보평역 인근 1,963세대 규모의 아파트 신축 사업을 이끌던 전 조합장 A씨는 선출된 지 불과 7개월 만에 검은 유혹에 빠졌다. 시공사 전 부사장 B씨로부터 공사비 증액과 공수 수주를 대가로 거액을 받기로 약속한 것이다.
이들의 '검은 거래'는 치밀했다. 실제 물가 상승에 따른 정당한 공사비 증액분은 142억 원 수준이었으나, 이들은 이를 385억 원으로 부풀렸다. 아무런 근거 없이 추가된 금액만 무려 243억 원에 달한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987명의 조합원에게 전가됐다.
결과적으로 조합원들은 일반 분양자보다 평형별로 1억 원에서 2억 원이나 비싼 가격에 입주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에 놓였다. 무주택자나 소형 주택 보유자였던 조합원들은 감당할 수 없는 추가 분담금을 갚기 위해 대리운전, 배달,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반면, A씨는 뒷돈으로 받은 돈을 모아 시가 20억 원 상당의 고가 아파트를 취득하며 호화 생활을 누렸다.
법원 "조합장 신뢰 저버린 중죄"… 배임수재·업무상 배임 모두 유죄
수원지법 형사11부(송병훈 부장판사)는 28일 배임수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8억 8,000여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공사비 증액 대가로 돈을 건넨 시공사 전 부사장 B씨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핵심을 '신뢰의 배반'으로 보았다. 지역주택조합장은 조합원의 재산을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한 청탁을 받고 개인의 이익만을 탐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특히 공사비를 부당하게 증액해 조합원들에게 막대한 추가 분담금을 지게 한 행위는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며, 그 이득액이 5억 원을 훌쩍 상회함에 따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이 적용되어 가중 처벌이 내려졌다.
정치권 로비 싸움이 부른 나비효과… 줄줄이 드러난 비리 사슬
이번 대규모 비리는 엉뚱한 곳에서 꼬리가 밟혔다. 방음벽 공사업체 대표 D씨가 우제창 전 국회의원과 로비 자금 액수를 두고 다투다 공사에서 배제되자, 우 전 의원을 검출에 고소하면서 수사의 물꼬가 트였다.
조사 과정에서 이정문 전 용인시장 역시 D씨로부터 청탁 명목으로 1억 9,000만 원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이번 판결을 통해 조합장과 시공사, 분양대행사로 이어진 거대한 비리 사슬의 전모가 완전히 밝혀지게 되었다.
조합장의 '검은 거래', 왜 징역 5년인가?
이번 판결은 지역주택조합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비리 유형에 대해 사법부가 엄중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요 법적 쟁점은 다음과 같다.
1. 배임수재죄와 업무상배임죄의 경합
법원은 A씨가 시공사 등으로부터 공사 수주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행위를 배임수재(형법 제357조 제1항)로, 부당한 공사비 증액으로 조합에 손해를 끼친 행위를 업무상배임(형법 제356조)으로 각각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84도1906)에 따르면 이 두 범죄는 별개의 독립된 범죄로 간주되어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
2. 특경법 적용 및 재산상 손해의 입증
재판부는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된 추가 분담금을 실질적인 재산상 손해로 인정했다. 배임죄에서 손해는 현실적 손해뿐 아니라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례한 경우도 포함된다(대전지법 2021노661). 이번 사건은 증액분 243억 원이라는 명확한 수치가 존재해 특경법상 가중처벌 요건을 충분히 충족했다.
3. 양형의 결정적 이유
재판부는 "피고인이 조합장 선출 직후부터 범행을 모의했고, 피해자들이 입은 경제적·심리적 타격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을 양형의 주요 이유로 꼽았다. 이는 유사한 지역주택조합 배임 사건(울산지법 2021고합407 등)과 비교했을 때도 중형에 해당하며, 서민 주거 안정을 해치는 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보여준 결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