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피해자 동의 없어도, 가정폭력 가해자와 분리 가능"
대법 "피해자 동의 없어도, 가정폭력 가해자와 분리 가능"
분리 조치한 경찰 폭행…파출소 이동 후엔 키보드 파손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혐의 재판에 넘겨져
대법 "현장 출동한 경찰 판단으로 분리 조치 가능"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라 분리조치를 할 때, 피해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대법 판단이 나왔다. /게티이미지코리아·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피해자의 동의가 없어도 가해자를 분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5일, 대법원 2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20년 2월 7일 자신의 집에서 여자친구 B씨와 말다툼을 했다. 이후 B씨 연락을 받은 B씨의 어머니는 "딸에게서 '남자친구가 자기를 죽이려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112 신고를 했다.
이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얼굴에 폭행당한 흔적이 있는 B씨를 집 밖으로 이동시키며 A씨에게 "떨어져 있으라"고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욕설을 하며 경찰관을 밀어 넘어뜨렸다. 이후 파출소로 이동한 뒤엔 '공무집행방해로 조사받을 수도 있다'는 경찰관의 말에 책상 위로 올라가 키보드를 깨뜨렸다.
A씨는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와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경찰관 등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을 폭행 또는 협박했을 경우 성립한다. 처벌 수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제135조). 공무소(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손상시킨 경우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7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141조 제1항).
1심 재판부는 A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과 80시간의 사회봉사, 40시간의 폭력치료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이어진 항소심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A씨는 재판에서 "경찰을 밀어 넘어뜨려서 폭행한 적이 없으며 여자친구에 대한 위법한 보호조치에 저항한 것이므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경찰의 진술과 바디캠 영상 등을 근거로 A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찰은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른 보호·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며 "경찰이 '피고인이 여자친구를 죽이려고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B씨를 피고인과 분리한 행위는 법에 따른 응급조치로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사건 당시 B씨 얼굴에 폭행당한 흔적이 있던 점 △A씨가 과격한 언행을 보인 점 △112신고 내용에 비춰봤을 때, 경찰관이 A씨와 B씨를 분리조치를 취한 것은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 제1호에 따른 응급조치로서 적법하다는 판단이었다.
해당 조항은 가정폭력범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폭력행위를 제지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때 가정폭력은 가정 구성원 사이의 신체적·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가정 구성원에는 배우자뿐만 아니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
재판부는 "A씨가 여자친구를 '내 마누라' 라고 지칭한 점 등을 보면 경찰관이 피고인과 B씨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가정 구성원으로 본 것은 타당하다"며 "가정폭력처벌법의 입법목적과 범죄 특수성을 고려하면 가정폭력행위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에 피해자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설령 피해자가 분리조치를 희망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했더라도 경찰관이 현장의 상황에 따라 분리조치를 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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