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망가진 의료체계⋯도로에서 눈 감는 응급환자의 억울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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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망가진 의료체계⋯도로에서 눈 감는 응급환자의 억울한 죽음

2020. 02. 26 15:24 작성2020. 02. 26 15:33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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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찾아 이동한 '코로나19' 환자와 일반 환자⋯5명 사망

병상 확보로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 있는 국가

사망한 환자는 국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21일 경북 청도대남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날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는 상태가 악화돼 사망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가 바이러스가 감염되지 않은 일반 환자까지 죽이고 있다. 코로나19에 병상과 의료진을 대량으로 빨아들이면서, 응급 의료 체계에 공백이 생긴 탓이다. 이런 사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정부의 예측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면서 벌어졌는데, 그 여파가 일반 환자들을 덮쳤다.


실제 지난 22일 병상을 찾아 병원을 떠돌던 한 응급환자가 도로 위에서 죽음을 맞았다. 경북의 청도 대남병원에 입원해 있던 A씨는 상태가 위급해지면서 상급의료기관에 이송돼야 했다. 하지만 찾아간 병원마다 진료를 거절당했다. 모두 7곳의 병원이 그랬다. "병상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였다. 그 결과 A씨는 치료 한번 받지 못한 채 사망했다.


병원 찾아 헤매이다 사망한 환자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뒤, 앰뷸런스 안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사건은 모두 다섯 건 벌어졌다. 앞서 나온 A씨를 제외한 나머지 네 건은 모두 코로나19 확진자였다. 코로나19로 사망한 2번째, 4번째, 6번째, 7번째 사망자의 경우다.


지난 21일, 역시 청도 대남병원에 입원해 있던 B씨는 1시간 20분쯤 떨어져 있는 부산대병원까지 이송됐다. 지역에 음압 병상이 없었기 때문에 정해진 이송결정이었다. 이송 과정에서 상태가 악화돼, 부산대병원에 도착한 지 2시간 만에 숨졌다. 다른 사망자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사망에 이르렀다. 경북에서 서울에 있는 병원까지 이동했지만 죽음을 맞은 경우도 있다.


이런 사건이 되풀이되자 위급한 환자를 무리해서 이송시키느라 사망에 이르게 한 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 나아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병상 확보를 국가가 제대로 해두지 않아 생긴 일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정부에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변호사와 함께 알아봤다.


헌법 제 34조 제6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안을 검토한 변호사는 원론적으로 "국가는 위기 상황에서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에 대한 국가의 기본적인 의무다. 그 근거는 헌법 제 34조 제6항에 있다.


해당 조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에 따라 국가는 대한민국 국민인 코로나19 환자뿐 아니라 일반 환자도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병상 확보'도 국가가 해야 할 노력 중 하나다.


'법무법인 참진'의 이홍걸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참진'의 이홍걸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참진의 이홍걸 변호사는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재해의 피해자이므로 직접적으로 국가가 병상을 확보하지 않은 책임을 물을 권리가 있다"며 "일반 환자는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해 평상시라면 쉽게 치료받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경우가 되므로 그 역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볼 수 있어 (국가에) 책임을 물을 권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는 위기 상황에서뿐 아니라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 변호사는 "헌법 제10조와 제37조 제1항 등에 의해 국가는 기본적으로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고, 국민은 이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가 아닌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망한 환자들은 모두 병상을 찾다가 시간이 지체돼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이를 병상을 확보하지 않은 국가 탓이라고 보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이 변호사는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배상 청구를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 근거 또한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가의 책임을 명시한 헌법 제 34조 제6항에 있다.


이 변호사는 "국가의 국민보호의무는 '결과적으로 모든 국민은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노력해야 한다'"라며 "(국가가) 경제적 여건 등 현실적인 여건 안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실질적으로 그 책임을 배상받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력해야 한다"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따라서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보호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국민은 국가에 책임을 물을 권리는 있지만, 그 책임을 법원에서 인정받긴 어렵다는 취지다.


오히려 지금은 국민의 기본권 제한이 가능한 '국가적 위기' 상황

이홍걸 변호사는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선 오히려 국가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을 보장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등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국가의 병상 사용 제한이 헌법에서 규정한 '필요한 경우'에 해당할 때는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변호사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일반 환자들이 병원과 병상을 이용하는 데 지장이 있는 것을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제한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침해에 이를 정도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합헌적이고 합법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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