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어난 지 15일⋯아이는 그렇게 쓰레기 소각장에서 삶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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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태어난 지 15일⋯아이는 그렇게 쓰레기 소각장에서 삶을 마감했다

2020. 07. 08 17:07 작성2020. 07. 08 17:28 수정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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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애원하는 시선 외면한 채⋯아이 죽자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 비정한 엄마

한부모가정에 지원되는 아동수당 신청하지 않자⋯공무원이 조사 요청하며 사건 드러나

태어난 지 15일 된 아이. 짧은 생을 살다 간 아이의 마지막은 안타까운 한 줄로 정리됐다. /셔터스톡

아이는 흔적 없이 사라졌다. 경찰 수십명이 동원되고, 탐지견까지 아이를 찾아 나섰지만 어디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태어난 지 15일 된 아이. 짧은 생을 살다 간 아이의 마지막은 한 줄로 정리됐다.


"수사보고(경사 〇〇〇) : 의정부시의 모든 생활 쓰레기는 소각 처리되는 사실을 확인했다."


목욕시키다 떨어트려⋯아이는 계속 울었지만 병원엔 가지 않았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17년 7월로 올라간다. A씨가 처음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건 출산하기 4개월 전이었다.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임신중절수술을 받으려고 했지만, 너무 늦은 상태였다. A씨는 홀로 아이를 키우기로 했다.


그러다 '실수'를 했다. A씨는 아기를 목욕시키던 중 욕실 바닥에 떨어트렸고, 하필 가장 먼저 부딪힌 곳이 머리였다. 아기는 한참 동안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애써 먹인 분유 역시 전부 토해버렸다. 이상 증세가 분명했다. 하지만 A씨는 119에 신고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그저 달래기만 했다. 그러다 깜빡 잠들었다.


다음날 오전. 아기는 숨을 쉬지 않았다. 이때라도 신고했다면 좋았겠지만 A씨는 '사체 유기'를 선택했다. 아이를 기저귀 포장 봉투와 쓰레기 종량제 봉투로 돌돌 말아 집 근처 길가 쓰레기장에 버렸다.


"출생신고를 했는데 왜 아동수당 신청 안 하지?" 공무원의 의문에⋯수면위로 드러난 사건

이후 A씨는 "아기 사진을 보여달라"고 한 친구들에게 "가족이 중국에 데려갔다"는 거짓말을 하며 1년을 숨겼다.


덜미가 잡힌 건 출생신고를 했음에도 '한부모 가정 아동 수당'을 신청하지 않은 A씨를 의정부시가 수상하게 여기면서다. 아기는 1년 뒤 '위기 아동'으로 분류됐고, 경찰의 수사 협조가 이어지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경찰은 수색견까지 여러 차례 동원하면서 쓰레기 집하장을 샅샅이 뒤졌지만, 끝내 아기를 찾지 못했다.


1심 재판부, "구호조치 해야 했다" 하면서도 선처⋯집행유예 4년

지난해 11월 열린 1심 재판은 의정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강동혁 부장판사)가 맡았다. 재판부는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와 형법상 '사체유기'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A씨 측은 사고 당시 "분유를 먹이고, 재우는 등 필요한 조치를 다 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장은 "이것만으로는 필요한 조치를 다 했다고 볼 수 없다"며 "119에 신고하는 등 구호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다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법원의 '선처'였다. "일반적인 아동학대치사 범죄와 죄질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이유였다. 지인과 주고받은 문자에 아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부분이 그 근거가 됐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이 어린 나이에 출산한 점, 그리고 주위 도움 없이 홀로 양육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었으며, 피해자에게 별일 없을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도 범행의 한 원인"이라고 했다.


1심 판결 이후 A씨는 항소했다.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이유였다.


2심 재판부, 항소 기각하며 "잘못을 숙고하고, 반성하라"

2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제12형사부(재판장 윤종구 부장판사)는 지난 4월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원심(1심)은 비교적 가벼운 형을 선고했다"며 "(A씨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무거워 부당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숙고하고, 반성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에게는 자녀를 지켜주지 못한 데 따른 '책임의 무거움'과 '생명의 숭고함 또는 존엄성'을 숙고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할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윤종구 부장판사는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한 국가⋅사회의 책임도 매우 크다"면서도 "피고인(A씨)의 책임이 더 무겁고 엄중함은 물론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례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판결문 곳곳에 남겼다.


"(당시) 피고인은 지켜달라고 애원하듯 물끄러미 쳐다보는 피해자를 외면했다"며 "피해자의 시신은 지금도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적었다. 이어 "피해자는 세상을 향해 미처 꿈을 꾸거나, 펴보지도 못한 채 피고인 잘못으로 생후 보름 만에 숨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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