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나오는 줄 알았는데" 3억 싹둑 깎인 주담대…매수자 구제에 대한 법원 시선은
"6억 나오는 줄 알았는데" 3억 싹둑 깎인 주담대…매수자 구제에 대한 법원 시선은
은행권 잇단 대출 한도 축소
실수요자들 잔금 마련에 '비상'
법원 "대출 한도 변동은 매수자가 예상해야"

KB국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3억으로 낮췄다. 기존 대출 한도를 기준으로 계획을 세웠던 매수자들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은행 대출만 믿고 집 계약했는데, 갑자기 한도를 반 토막 내면 저는 어디서 돈을 구합니까?"
최근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려던 30대 직장인 A씨는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달 초, 수도권의 한 아파트를 12억에 매수하기로 계약하고 잔금 날짜만 기다리던 중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 한도를 6억에서 3억으로 전격 축소했다는 뉴스였다.
원래대로라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를 적용받아 4억 80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바뀐 규정 탓에 A씨가 받을 수 있는 돈은 3억이 전부다.
하루아침에 1억 8000만 원이라는 거금을 만들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 문을 두드려 봤지만, 잇단 '대출 조이기' 기조에 신규 대출 접수마저 막힌 곳이 부지기수다.
A씨처럼 갑작스러운 은행 대출 규제로 잔금을 치르지 못할 위기에 처한 매수자들. 만약 돈을 구하지 못해 계약이 깨진다면, 이미 낸 계약금은 돌려받을 수 있을까? 억울하게도 법의 대답은 '아니오'에 가깝다.
대출 실패 책임은 오롯이 '매수자' 몫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주고받는 일이다. 이때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매수인의 개인적인 사정일 뿐, 매도인이나 법이 책임져 주지 않는다.
법원은 일관되게 "자금 조달 방법은 매수인 선택에 따른 계약 이행 방법에 불과하므로, 그에 수반되는 위험 역시 매수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출을 받든, 적금을 깨든, 부모님께 빌리든 그건 매수자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뜻이다. 위험이 현실화되어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매수인이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법원의 굳건한 입장이다.
"대출 안 되면 돌려준다" 특약 써도 방심은 금물
그렇다면 계약서에 "대출이 안 나오면 계약금을 조건 없이 돌려준다"는 특약을 넣었다면 어떨까? 이 특약이 매수자를 무조건 구제해 주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법원은 특약이 있더라도 '매수자가 대출을 받기 위해 얼마나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깐깐하게 따진다.
만약 신용등급이 낮거나 다른 대출이 많아 대출이 거절됐다면, 이는 매수자의 잘못으로 보아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이번처럼 '정부 정책 변경이나 은행 한도 축소'라는 불가항력적인 외부 요인으로 대출이 막힌 경우라면 희망의 끈이 있다.
법원은 특약에 매수인 귀책사유에 대한 명시적인 조건이 없다면, 이러한 외부 요인으로 인한 대출 불가를 계약금 반환 사유로 인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출 불가 시 계약금 조건 없이 반환"이라고 적었다면 계약금을 돌려받을 확률이 높지만, "외부 요인으로 대출 불가 시 반환"이라고 적었더라도 매수인이 다른 은행을 알아보는 등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반환을 거부당할 수 있다.
글자 하나, 단어 하나에 수천만 원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것이다.
"내 잘못도 아닌데" 억울…계약 해제 피하려면?
정부나 은행이 갑자기 규칙을 바꿔 대출이 막힌 상황. 매수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민법 제537조(채무자위험부담주의)는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법원은 이 조항을 대출 축소 문제에 적용하지 않는다.
매수인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것일 뿐, 돈을 지급하는 행위 자체가 완전히 불가능해진 것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 상황에 따른 대출 한도 변동은 매수인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위험으로 간주한다. 부동산 거래라는 큰 투자를 결정하면서 대출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점까지 미리 염두에 뒀어야 한다는 가혹한 논리다.
만약 잔금 제때 치르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다행히 잔금 날짜가 지났다고 그 즉시 계약금이 떼이는 것은 아니다.
매도인은 먼저 매수인에게 "언제까지 돈을 달라"고 독촉(이행 최고) 해야 한다. 그럼에도 돈을 내지 않을 때 비로소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챙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낭패를 막으려면 계약 전 철저한 대비가 필수라고 조언했다.
계약 체결 전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을 확인하고, 계약서에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출 특약을 삽입해야 한다.
이미 계약을 맺어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다면, 매도인과 솔직하게 상황을 공유하고 잔금 기일을 연장하는 등 합의점을 찾는 것이 현실적인 최선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