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마, 월권" 사표 제출한 판사 저격 글 실명으로 올린 현직 부장판사
"총선 출마, 월권" 사표 제출한 판사 저격 글 실명으로 올린 현직 부장판사
이수진⋅최기상⋅장동혁 부장판사, 최근 총선 출마 위해 사표
잇따른 판사의 총선 출마에⋯선·후배와 동기 가릴 것 없이 비판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현직 판사 3명이 잇따라 사표를 제출했다. 왼쪽부터 이수진 부장판사, 최기상 부장판사, 장동혁 부장판사. /연합뉴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현직 판사 3명이 잇따라 사표를 제출하자 현직 부장판사가 "'삼권분업(三權分業)'을 시도한 것만으로도 이미 월권"이라는 비판 글을 올렸다.
삼권분업이란, 사법부는 행정부⋅입법부(국회)와 독립돼야 한다는 삼권분립(三權分立)의 원칙을 어겼다는 취지에서 비꼬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다.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올라온 이 글에는 "남은 법관들에게까지 법복 정치인의 혐의를 씌워 사법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기 힘든 일"이라고 비판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욱도(44·사법연수원 31기) 대전지법 홍성지원 부장판사 17일 법원 코트넷에 '법복 정치인 비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정 부장판사는 이 글에서 "법관의 정치성은 가급적 억제되어야 하고, 불가피하게 드러낼 때조차 지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법관은 정치적으로 무능한, ‘정치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바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관의 정치성은 발현된 곳이 음지이건 양지이건, 밝혀진 때가 현직이건 전직이건, 방향이 보수이건 진보이건 상관없이 언제나 악덕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법관이 악덕을 체현(體現⋅사상을 구체적인 형태나 행동으로 표현)하며 다른 국가기관의 통치에 참여하는 '삼권분업'을 시도한 것만으로도 이미 월권이라고 생각한다"며 "법관은 통치에 대한 통제를 위임받았을지언정 통치에 대한 참여를 위임받은 바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부장판사는 최근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낸 판사들을 겨냥해 "변신하는 분들은 법복을 벗자 드러난 몸이 정치인인 이상 그 직전까지는 정치인이 아니었다고 아무리 주장하신들 믿어줄 사람이 없다"며 "본인만 혐의를 감수하는 것이 아니다. 남은 법관들, 특히 같은 대의를 따르던 다른 법관들에게까지 법복 정치인의 혐의를 씌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 부장판사가 저격한 판사들은 이수진(51·31기) 수원지법 부장판사, 최기상(51·25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장동혁(51·33기) 광주지법 부장판사 등 세 사람이다. 이 부장판사와 최 부장판사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설 것으로 알려졌고, 장 부장판사는 야당인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총선에 도전한다고 알려졌다.
정 부장판사는 "사법개혁을 바라는 입장이지만 법복 정치인의 손을 빌려 이루어질 개혁은 달갑지 않다"며 "제발 과거의 동료들을 도매금으로 정치집단이라는 매도 앞에 내던지지는 말아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그것이 당신에게 법관으로서의 입신 기회를 주고 정치인으로서의 발판까지 되어준 사법부에 대한 마지막 예의가 아닐까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