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제가 물게요" 학부모의 말 믿고, 학원강사가 수업 이어갔다면 생겼을 일
"과태료 제가 물게요" 학부모의 말 믿고, 학원강사가 수업 이어갔다면 생겼을 일
'강사 모임 카페에 올라온 문자'라는 제목으로 SNS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가
방역 수칙 잘 지키고 있는 학원 강사에게 "스터디 카페에서 수업 해달라" 요구
변호사들과 이 문자 둘러싼 법적 쟁점을 모두 따져봤다

최근 "방역 수칙을 어기고 대면 수업을 해달라"고 요구한 학부모의 문자가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이 문자를 둘러싼 법적 쟁점을 따져봤다. /연합뉴스⋅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수도권의 모든 학원이 28일까지 문을 열지 못하게 된 지금. 최근 SNS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간 '강사 모임 카페에 올라온 문자'가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문자 내용에 따르면, 방역 수칙대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던 학원강사에게 학부모는 방역 수칙을 어기고 스터디 카페에서 대면 수업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
학원이 신고하지 않은 시설에서 수업하는 건 그 자체로 불법이다. 학원법 위반(위치 무단변경)은 당연하고, 감염병예방법 위반의 소지도 다분하다. 학부모도 불법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제가) 과태료 그냥 물게요", "쌤(선생님)도 그냥 감안하시고요"라고 하며 같은 요구를 반복했다.
강사는 "과외를 하시는 것은 어떨까요?"라며 설득도 해보고, "제게는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있고, 국가 지침을 어길 의무가 없습니다"라는 등 확실하게 반박도 해봤지만, 모두 통하지 않았다.
"돈에 미친 X." 돌아온 건 욕설 세례였다. 학부모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전액 환불을 해달라"며 "자격도 없는 돈에 미친 X", "X발X이 따박따박 말대꾸야"라는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이 문자 내용이 사실이라면, 학부모에게 어떤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실제 요구를 따랐다가 문제가 생기면 여기에 대한 법적 책임을 학부모에 전가할 수 있을지 따져봤다.
변호사들과 가능성 있는 모든 죄명을 검토했다. 우선 "돈에 미친 X" 등 노골적인 욕설을 했다는 점에서 ①형법상 모욕죄(제311조), ②정보통신망법상 불안감조성죄(제44조의7)를 검토했다.

또한 "스터디카페에서 (수업을) 해달라"는 등 방역 수칙과 정반대되는 불법 행위를 요구하고, 여기에 불응하자 "전액환불 안 하시면 신고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검토했다. ③형법상 협박죄(제283조)와 ④형법상 강요미수죄(제324조)의 소지가 있는지 확인했다.
우선 "모욕죄(①)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 죄의 기본 구성요건 중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공연성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내용을 접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1대1 문자 대화에서는 이러한 공연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마이법률사무소의 김지혁 변호사가 설명했다.
새벽 3시라는 심야 시간에 욕설을 보냈다는 점에서 정보통신망법상 불안감조성죄(②)도 검토됐지만, 이 역시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죄는 이런 문자를 '반복적으로' 도달하게 했을 때 성립하는데,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행해진 것이 아니므로 어렵다"고 법무법인 해자현의 조은결 변호사가 설명했다.
협박죄(③)와 강요미수죄(④)에 대해서는 변호사들도 의견이 갈렸다.
협박죄(③)가 되려면, '해악(害惡·해로움을 끼치는 나쁜 일)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마이법률사무소의 김지혁 변호사는 "대화상 '전액 환불을 안 해주면 신고하겠다'는 정도가 해악으로 인정되기는 어렵다"며 "단순히 막연하게 떼를 쓰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우리 판례는 '해악'의 기준에 대해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발생 가능한 해악이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협박죄가 성립되지 않으면, 강요미수죄(④)도 성립하지 않는다. "강요미수죄가 성립하는 기본 전제가 '폭행 또는 협박'이기 때문"이라고 김지혁 변호사는 설명했다.
하지만 조은결 변호사는 "협박죄(③)와 강요미수죄(④)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을 같다"고 밝혔다. '전액 환불을 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표현한 것을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법률 자문

학부모는 강사에게 "저희도 스터디카페에서 해달라"며 "과태료 (제가) 그냥 물게요"라고 말한다. 향후 방역당국 및 교육청에 적발될 경우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강사가 학부모 말대로 대면 수업을 진행했다면 받게 될 처벌과 불이익은 크게 세 가지다. 형사적 처벌인 벌금, 행정적 처분인 벌점, 민사적 손해배상이다. 학원 강사는 '학부모의 사전 약속'을 근거로 "대신 내달라"고 할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어렵다"고 봤다. 어쨌거나 불법행위를 한 건 학원 강사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에 어떠한 형태의 금전적 비용도 강사가 학부모에게 대신 짊어지게 할 수는 없다고 봤다.
김지혁 변호사는 "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학원이 불법 운영했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은 온전히 학원에 있다"며 "향후 학원이 물게 될 지도 모르는 손해배상금 등을 학부모에게 부담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은결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학부모의 '과태료를 물겠다'는 표현을 '향후 학원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금전적 손해를 대신 부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지자체가 학원에 방역비 등을 청구한 경우'는 "가능할 것 같다"고 봤다. 조 변호사는 "지자체가 학부모와 학원을 공동불법행위자로 함께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지자체가 학원만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때도, 학원이 이후 학부모에게 별도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발언 자체가 학부모가 지게 될 책임 비율을 높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결국 종합했을 때 학부모의 '이 말'은 믿으면 안 됐던 말이고, 실제 믿지 않은 학원 강사는 법적으로도 '잘한 선택'을 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