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에 총 쏘고 ‘정당방위’ 주장하는 홍콩 경찰⋯한국에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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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에 총 쏘고 ‘정당방위’ 주장하는 홍콩 경찰⋯한국에서라면?

2019. 10. 02 18:19 작성
안세연 인턴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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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측 “정당방위” vs. 시위대 “살인”

법조계 “한국이라면, 정당방위 인정 어려워”

[홍콩 경찰의 정당방위 주장, 당시 영상을 보니…] 사건 직후 홍콩 경찰 측은 ‘정당방위’라는 입장을 내놓았으며 오히려 총상 입은 남성을 폭행 혐의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상=글로벌뉴스, 영상편집=조하나 기자

벌써 116일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결국 핏빛으로 얼룩졌다. 시위에 나선 18세 남학생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쓰러졌다. 경찰은 그의 바로 앞에서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은 심장 왼쪽 3cm 위치에 박혔다. 경찰 실탄에 시위대가 맞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1일은 공교롭게도 중국 건국 70주년이었다. 이날 베이징에선 국경절 기념식이 열려 사상 최대의 군인 행진과 퍼레이드 등이 벌어졌다. 축제 분위기였다. 반대로 홍콩에선 당국의 불허 방침에도 ‘국경절 애도 시위’가 열렸다. 시민 수만 명이 검은 옷을 입고 반중국 정서를 드러냈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쐈고, 시위대는 화염병과 벽돌로 맞섰다.


경찰관 한 명을 에워싸고 우산과 쇠막대기로 내려치던 시위대가 경찰의 발포 이후 흩어지고 있다. / 영상=South China Morning Post, 영상편집=조하나 기자


‘실탄 발사’ 사건은 이날 오후 4시 15분(현지 시각) 홍콩 췬안 타이호 거리에서 일어났다. 당시 사고 장면을 찍은 영상을 보면 경찰관 한 명이 바닥에 넘어지자, 시위대 수십 명이 그를 에워싸고 우산과 쇠막대기로 내려친다. 발길질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를 본 다른 경찰관이 다급하게 동료를 구하기 위해 뛰어온다. 이때 총구가 시위대를 향해 겨눈 모습이 분명하게 확인된다. 그럼에도 시위대 중 한 명이 총구 앞에서 쇠막대기를 휘두르며 응수하자, 결국 총구에서 불꽃이 튀었다. 시위자는 고꾸라지고 시위대는 흩어졌다.


이 영상은 ‘홍콩 시위자가 가슴에 총을 맞았다’는 제목으로 전세계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경찰 “생명의 위협을 느껴 사격” vs. 시위대 “살인이나 다름없다”

사건 직후 홍콩 경찰 측은 ‘정당방위’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 대변인은 실탄 발사 사실을 인정하면서 “(현장 경찰관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 사격한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븐 로 홍콩 경찰청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총상 입은 남성의 폭행 혐의에 대한 조사가 실시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우리의 국경일에 일부 시위대가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시위대는 격분했다. 공개적으로 ‘피의 대가’를 예고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위대는 이번 사건을 두고 “살인이나 다름없다”라는 논평을 냈다. “피의 빚을 졌고, 반드시 피로 갚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실탄 발사 행위를 ‘반인권 범죄’라고 하며 국제사법재판소 회부를 요구했다. 지난달 송환법 폐지 발표로 동력을 잃던 시위가 재점화할 조짐을 보인다.


결국 이번 사건의 쟁점은 경찰의 이번 행위가 ‘정당방위가 맞느냐’로 집중됐다. 한국에서라면 같은 상황에서 위협 받던 경찰의 실탄사격이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있을까.


1일 오후 4시 15분(현지 시각) 가슴에 총상을 입은 남성이 길가에 누워있다. 남성은 즉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 사진=더스타티비

한국이었다면⋯ "정당방위 인정 어렵다"

집회 시위가 격화되면 경찰은 불법의 정도에 비례해서 대응 수위를 정한다. 이른바 ‘비례의 원칙’이다. 이러한 법 집행 기조는 우리나라도 홍콩과 같다. 다만 우리나라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경찰관의 무기 사용을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 방호 등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당 경우를 제외하고 무기 사용으로 사람에게 위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했다.


이번 사태가 국내에서 벌어졌다고 가정해본 변호사들은 “정당방위가 어려울 것”이라고 공통적으로 분석했다.


‘변호사 최진혁 법률사무소’의 최진혁 변호사는 “급박한 상황이긴 하나 정당방위로 인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제압 목적으로 허벅지 등을 향하여 발포하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현재의 조석근 변호사도 “시위대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으로 엄한 처벌을 받겠지만, 국내라도 실탄 발사는 정당화되기 어려워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변호사들은 “경찰관의 무기 사용이 적합한지에 대한 여부는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위험성이 큰 권총의 사용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는 뜻이다. “당시 범인과 경찰관의 수, 주변의 상황, 사회통념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현실적으로 '강제 연행'이 최선

한편 경찰 내부에서는 실무적으로 강제 연행이 최선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경찰 장비의 사용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법적으로 이미 마련되어 있지만 법 집행의 실효성은 없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무기 외 경찰봉, 최루탄 등의 장구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따른다는 대전제를 두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과잉 진압’이라는 비판을 살 수 있어 경찰 내부에서는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전해진다.


지난 2015년 민중총궐기 당시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법은 현장 살수요원 2명과 지휘관 1명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시위대의 안전을 위해 주의를 기울이는 게 어려울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직격 살수’를 할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백남기 씨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있다 / 연합뉴스


또한 지난 8월 서울고등법원은 당시 총책임자였던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서도 1심을 뒤집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당시 총책임자가 구 전 청장이었다는 점을 주목하며 “경찰 쪽이 집회시위에 대응해 적정 수준을 초과한 수단을 사용했다면 그에 따른 법적 책임도 피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물대포 살수만을 반복적 지시한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 정도도 "경찰이 적정 수준을 초과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 우리 법원의 엄중한 판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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