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어려서⋯" "나이가 많아서⋯" 성범죄 다 봐주면 처벌은 누가 받나요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나이가 어려서⋯" "나이가 많아서⋯" 성범죄 다 봐주면 처벌은 누가 받나요

2020. 05. 13 13:51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양형 사유로 유리하게 참작하는 '나이'

피해자 보호보다는 피의자 보호 측면이 중시되는 형법과 형사소송법

변호사들 "성범죄 등 특정 범죄에 한해 법관의 양형 권한 조정할 필요"

실제 재판에서 '연령'은 양형을 정하는 요건 중 하나다. 나이가 어리면 어린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양형의 유리한 부분으로 참작한다. 변호사들은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게티이미지코리아

"나이가 많다 해서 형량이 내려간다는 걸 알면, 나이 먹고 (범죄를) 하려고 할 것입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A양(15세)의 글이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받고 있다. "저 같은 성범죄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법을 강화시켜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A양은 자신을 성범죄 피해자라고 밝히며, "가해자가 고령이라고 감형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한 이유는 A양 사건의 가해자인 할아버지 B씨 때문이다. 손녀 A양을 성폭행해 징역 6년을 선고받은 B씨는 재판 당시 고령을 근거로 감형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A양은 '가해자 위주의 법'이라고 말했다.


실제 재판에서 '연령'은 양형을 정하는 요건 중 하나다. 나이가 어리면 어린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양형의 유리한 부분으로 참작한다. 이는 어느 한 범죄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살인, 성범죄, 폭행, 절도 등 흉악한 정도를 따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어리거나 고령인 피고인'들이 등장하는 성범죄 사건 판결문을 정리해 봤다.


20대 후반의 가해자에게도 "나이가 어리다"며 감형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들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받는 '소년 재판'. 나이가 어린 피고인들에게 처벌보다는 기회를 주려는 취지의 재판이다.


하지만 이 연령을 벗어나 일반 재판을 받는 성인 중에도, 재판부의 "어리다"는 판단을 받는 경우가 있다. 강력한 처벌을 받기에 어리다는 의미다. 이때 나이는 피고인이 감형을 받는 유리한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아동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혐의로 미국 송환 절차를 밟고 있는 손정우다. 그의 경우 범죄의 정도가 무겁지만 1심 재판부는 나이가 어리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지난 2018년 한 고등학교 특수반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피고인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감형받았다. 그는 학교 재학생인 지적장애 3급의 학생 2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고 관련 혐의만 5가지에 달했다.


하지만 해당 사건 판결문에는 피고인이 "아직 어리다"는 내용이 양형 사유로 나온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것을 보아 성인임이 분명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나이가 어리다고 보고 기회를 준 것이다. 이 사건 피고인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성폭행 미수 사건에서는 '20대 후반'의 피고인을 '젊은 나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술집에서 처음 만난 피해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이었다. 지난해 12월,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피고인의 장래가 촉망되고 20대 후반이라는 젊은 나이'인 점 등을 유리하게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이 피고인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성범죄 저질러도 "고령인 점을 감안"하는 재판부

'75세로 고령인 피고인.'


지난달,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자신의 가사 도우미와 비서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재판을 받았다. 지난 2016년, 가사 도우미를 8차례에 걸쳐 성추행과 성폭행한 혐의였다. 지난 2017년 자신을 보좌하던 비서를 29차례 성추행한 혐의도 있었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의 혐의는 모두 인정하면서도, 75세의 고령인 점을 양형 사유 중 하나로 삼았다. 그 결과 김 전 회장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지난 2013년 울산의 한 문구점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에서도, 피고인의 72세라는 나이가 양형에 반영됐다. 자신이 운영하는 문구점을 방문한 피해자를 아이스크림으로 유인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지만, 재판부는 사회적 유대 관계가 분명한 점 등과 함께 고령을 감안했다.


그 밖에 다른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고령' 피고인들의 나이는 70세, 79세, 84세 등이었다.


검사 출신 변호사들 "양형 기준 일부 조정할 필요 있어"

'나이가 어리면 어려서, 나이가 많으면 나이가 많아서 감형된다'는 비판에 대해 변호사들은 어떤 의견일까.


법무법인 세안의 이임표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나이로 감형이 되는 게) 맞지만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의 변호사다.


이 변호사는 "형법 제51조에는 양형의 조건이 열거돼 있는데, 그 규정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범인의 연령"이라며 "이런 요소를 먼저 고려함에 따라 피해자 보호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의 입장을 먼저 고려하게 된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대한민국은 법관이 굉장히 넓은 범위의 양형권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사회적으로 볼 때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가학적 성범죄, 아동성범죄, 미합의된 경우 피해자의 의견 반영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양형 권한을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일부 범죄들에 한해서 판사의 재량권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20년 경력의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동광의 민경철 변호사는 "피고인의 연령은 사건의 종류에 따라 고려가 되기도 한다"면서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으며, (연령은) 양형을 고려하는 다양한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당 판사가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지가 더 중요하게 반영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민 변호사도 양형 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민 변호사는 "일반인의 법 감정과 법원의 양형 기준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므로, 그 간극을 좁히는 것이 필요하다"며 "비난 가능성이 높은 일부 범죄에 대해서는 양형 기준을 변경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세안의 이임표 변호사, 법무법인 동광의 민경철 변호사. /로톡 DB
법무법인 세안의 이임표 변호사, 법무법인 동광의 민경철 변호사. /로톡 DB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