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로 우울증" 군대 안 가려 거짓말한 그는 사실 학폭 가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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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피해로 우울증" 군대 안 가려 거짓말한 그는 사실 학폭 가해자

2023. 01. 26 09:14 작성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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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치 '병역 면탈(기피)' 혐의 판결문 분석⋯실형은 없었다

원래는 전과 생기면 병역 의무 면제되지만⋯'병역 면탈' 경우는 전과+군 복무

최근 병역 면제를 노린 스포츠 선수⋅래퍼 등이 브로커와 짜고 뇌전증 등 허위 질환을 꾸며낸 사례가 적발됐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병역법 위반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해서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로톡뉴스는 판결문을 통해 이를 직접 확인해봤다. 병역 면탈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최근 병역 면제를 노린 스포츠 선수⋅래퍼 등이 브로커와 짜고 뇌전증 등 허위 질환을 꾸며낸 사례가 적발됐다. 지난 1월 13일에는 그룹 빅스 멤버 라비의 이름이 브로커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하는 과정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10월 훈련소 입소 전 자신의 SNS에 '건강상 이유'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게 됐다고 밝혔었다.


브로커들이 잇따라 구속되는 등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는 가운데 실제 병무청 법무관 출신 윤병관 변호사(법률사무소 성공)는 YTN 라디오에서 "귀신이 보인다며 정신질환자 행세를 하는 등 병역 면제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고 경험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병역법 위반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해서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로톡뉴스는 판결문을 통해 이를 직접 확인해봤다. 병역 면탈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15명 중 15명 모두 '집행유예'⋯실형은 없었다

병역법 제86조는 '병역의무를 기피⋅감면받을 목적으로 도망가거나 또는 신체를 손상하거나 속임수를 쓴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 법으로 정한 형량은 다소 무겁다.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다. 벌금형 없이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한 것이다. 판결문에서도 해당 범죄에 대해 "죄질이 안 좋다"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음과 같은 엄숙한 판시 사항을 통해서다.


"대한민국 성인 남자라면 누구나 성실하게 이행해야 할 병역의무를 저버려 가깝게는 묵묵히 병역의무를 이행했거나 이행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허탈감을 준다. 나아가 병역의무 회피 풍조를 조장해 대한민국의 안전 확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선고 경향은 꾸짖음에 비해 가벼웠다. 대법원이 인터넷에 공개한 최근 1년치 판결문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해당 조항 위반으로 처벌된 이들은 총 15명이었다(열람 제한 판결문 제외⋅단순 도주 사건 제외⋅23년 1월 기준). 이중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법원은 15명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선처했다. 그중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12명(80%)으로 압도적이었다.


병역법 제86조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15명 중 15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병역법 제86조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15명 중 15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정신질환자 행세한 경우가 15건 중 9건

이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거짓말로 병역 의무를 피했을까. 눈으로 보이지 않기에, 판단하기 어려운 정신질환자 행세를 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15건 중 9건(60%)이었다.


이들은 입대 전후로 갑자기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호소했다. 발병 원인도 비슷했다. "학창시절 집단구타 피해 경험이 있다", "어릴 때 아버지한테 학대를 받아 남자들을 대할 때 위축된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은 말과 달랐다. 오히려 본인이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경우도 있었다. 가족과의 유대관계도 좋았다.


입대 직후 육군훈련소에서 귀가 조치된 A씨. 그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엔 "쾌활하며 유머 감각이 있어 학급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적혀있었다. 또한 그는 입대 직전까지 인터넷 BJ로 활동하며 타인과 활발히 소통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갑자기 대인기피증을 호소하며 병역 기피를 시도했다.


체중 감량하고, 잠 안 자고, 약 복용 일부러 중단하고⋯

그 외에는 4급 판정(공익)을 받기 위해 신체검사에서 속임수를 쓴 경우가 많았다.


키 181cm에 50kg 후반대 몸무게였던 B씨. 그는 신체검사(병역판정검사)를 앞두고, 급격히 몸무게를 감량했다. 그렇게 약 두 달 만에 약 6kg를 감량해 50kg 초반이 됐고, 4급 사회복무요원(공익근무) 판정을 받아냈다. 재판에 넘겨진 B씨는 혐의를 부정하며 "자연스럽게 체중이 감소한 것"이라고 했지만, 역시 말과 '행동'이 달랐다. 과거 인터넷 카페에 "5kg만 더 빼면 킹익 가능", "4급 확정. 이제 운동한다" 등의 글을 썼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 외에는 4급 판정(공익)을 받기 위해 신체검사에서 속임수를 쓴 경우가 많았다. /대법원·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그 외에는 4급 판정(공익)을 받기 위해 신체검사에서 속임수를 쓴 경우가 많았다. /대법원·편집=조소혜 디자이너


C씨는 일부러 '고혈압' 판정을 받기위해 수를 썼다. 약을 먹지 않는데도 복용하는 것처럼 처방전을 제출했고, 검사 당일엔 화장실에서 운동을 하며 혈압을 상승시켰다. 그런가 하면 검사 며칠 전부터 잠을 3~4시간만 자며 수면시간을 일부러 줄여 몸 상태를 일부러 악화시켰다.


"척추측만증을 앓고 있다"고 한 D씨는 신체검사를 앞두고 갑자기 병원을 찾아가 "허리와 등이 아프다"며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신체검사 당일 엑스레이를 촬영할 땐 상체를 일부러 앞으로 기울여 척추가 휜 것처럼 측정했다. 하지만 이후 동영상 판독 결과, 보행 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평소 두드러기 증상을 보이긴 했지만, 병역을 감면받을 정도로 증세가 심하진 않았던 E씨. 그는 신체검사를 앞두고 복용 중인 약을 끊고, 일부러 피부를 손톱으로 긁는 등 상태를 악화시키기도 했다.


징역형 전과 생기면 병역 의무 면제⋯단, '병역 면탈' 혐의는 전과+군 복무

결국, 현역 입대를 피하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했지만 전과자가 된 15명의 피고인들. 하지만 이렇게 법적 책임을 지는 것과 별개로 군 복무는 해야 한다.


현행법상 누구든 1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으면 병역 의무가 면제되고, 1년 이상의 징역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보충역으로 편입된다(병역법 시행령 제136조). 즉, 징역형 이상의 전과가 생기면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15명처럼 병역 면탈을 시도해 처벌된 경우엔 여기서 제외된다(같은 조 제1항 제1호⋅같은 조 제1항 제2호 가목). 병역 의무를 끝까지 져야 한다. 만약 사회복무요원 등으로 근무하고 있던 경우는 새로 군 복무를 시작해야 한다. 즉,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기간은 인정받지 못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0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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