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는 부서지는데…월 7만원 낸 보안업체는 오지 않았다
가게는 부서지는데…월 7만원 낸 보안업체는 오지 않았다
취객 난동과 비상벨, 그러나 '침입 징후 없다'며 출동 취소한 보안업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경기도 양주에서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는 박형준 씨의 아침은 싸늘한 배신감으로 시작됐다. 매장 자동문이 굉음과 함께 망가져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웃 가게 사장님을 통해 전해 들은 밤사이의 소동은 충격적이었다. 한 취객이 가게 문을 수차례 발로 차며 난동을 부렸고, 결국 경찰까지 출동해 그를 연행했다.
CCTV에는 이 모든 과정이 생생히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박 씨가 매달 7만 원을 꼬박꼬박 내며 믿었던 보안업체 직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문밖 소란은 침입 아니다?"…귀를 의심케 한 변명
박형준 씨는 곧장 보안업체에 전화를 걸어 거칠게 항의했다. 고가의 골프 장비들을 지키기 위해 맺은 계약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답변은 그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보안업체 직원은 태연하게 "침입 징후는 없어서 관제사가 자체 판단을 하고 대원 출동을 일단 취소했다"고 말했다. 경비 구역이 가게 '안'으로 한정되기에, 문밖에서 벌어진 소란은 계약상 출동 의무가 없다는 논리였다.
박 씨는 "재산을 지켜달라고 계약한 건데, 사이렌이 울리고 경찰까지 오는 상황을 보고도 침입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법의 명령은 '신속 대응'…'자체 판단'의 여지는 없다
보안업체의 '자체 판단'이라는 변명은 법의 엄격한 잣대 앞에서 설 자리를 잃는다. 경비업법 제8조는 기계경비업자가 경보를 받으면 '신속하게 사실을 확인하는 등 필요한 대응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시행령은 경보 수신 후 '늦어도 25분 이내 도착'할 수 있는 대응 체제를 갖추라고 강제한다.
법은 경보의 원인이 경비구역 '내부'인지 '외부'인지를 따지지 않는다. 경보가 울린 그 자체가 '비상 상황'이며, 신속 출동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다.
취객이 문을 파손하는 명백한 위험 신호를 무시한 행위는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경비업법 제7조의 기본 의무마저 저버린 행위다.
밖에서 훑어보기만 해도 '중과실'…하물며 출동조차 안 했다면?
과거 법원의 판결은 이번 사안에 더욱 무거운 책임을 예고한다.
대법원은 과거 한 도난 사건에서 "경비업체 직원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밖에서만 대충 훑어보고 철수해 도난사고가 발생했다면 중대한 과실(중과실)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대법원 96다37589 판결). 현장에 도착하고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만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하물며 이번 사건처럼 경보를 받고도 아예 출동조차 하지 않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의무 위반이다.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보안업체 측은 "약관상 침입 의도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도 "앞으로는 경비구역 외부 상황도 면밀히 살피겠다"는 뒤늦은 입장을 내놨지만, 법적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매달 7만 원에 담긴 고객의 신뢰는 그렇게 산산조각이 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