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뉴스'가 쏘아 올린 질문…55년 전 '평양 위장 작전', 법정 간다면?
영화 '굿뉴스'가 쏘아 올린 질문…55년 전 '평양 위장 작전', 법정 간다면?
"평양입니다" 김포공항에 간판 건 정부
거짓말로 인질 구하려 한 작전, 법적 문제는 없을까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포스터 모습. /넷플릭스
"평양 도착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1970년 3월 31일, 김포공항에 북한의 평양 순안국제공항을 흉내 낸 어설픈 한글 플래카드가 걸렸다. 군인들은 북한군 군복으로 갈아입었고, 공항 관제사는 평양 관제사 행세를 하며 납치된 항공기를 유도했다. 129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국가가 거대한 연극 무대를 꾸린, 사상 초유의 기만 작전이었다.
최근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가 공개되며, 당시 정부의 작전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일본 적군파의 항공기 납치…"목적지는 평양"
사건은 1970년 3월 31일, 승객과 승무원 129명을 태우고 도쿄를 이륙한 일본항공(JAL) 351편, 일명 '요도호'에서 시작됐다.
일본의 극좌파 조직 '적군파' 소속 대원 9명이 일본도와 폭탄을 들고 조종실을 장악, 북한으로의 망명을 요구했다. 그들의 무기는 훗날 장난감으로 밝혀졌지만, 당시 기내는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연료 부족을 이유로 중간 급유를 위해 후쿠오카 공항에 착륙했던 요도호는 다시 이륙해 한반도 상공으로 진입했다. 이때 대한민국 중앙정보부 주도하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기만 작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요도호를 김포공항에 착륙시킨 뒤, 공항 전체를 평양처럼 위장해 납치범들을 속이고 인질을 구출하려 한 것이다.

국가의 거짓말은 정당했나…법적 쟁점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거짓말을 동원한 이 작전은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될까. 여러 법적 근거를 들어 "정당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우선, 이 작전은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다른 나라의 영토에서 무력을 사용해 자국민을 구출하는 것은 국제법상 주권 침해 소지가 크지만, 요도호 사건은 납치범들이 스스로 한국 영토에 착륙했기에 주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정부의 행위는 무력이 아닌 비폭력적 기망 전술이었다는 점도 중요한 판단 근거다. 이는 인질범을 사살하는 등의 과잉 진압과는 성격이 다르다.
법적으로는 '긴급피난'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 긴급피난이란 자신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현재의 위협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처벌하지 않는다는 법리다(형법 제22조).
당시 100명이 넘는 인질의 생명이 위협받는 급박한 상황에서, 비폭력적 속임수를 통해 인질을 구하려 한 시도는 더 큰 비극을 막기 위한 합리적 조치로 볼 수 있다. 이는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해야 한다"는 국가의 기본적 의무를 이행하려는 행위이기도 했다.
'굿뉴스' 뒤에 가려진 개인의 희생
하지만 작전은 오래가지 못했다. 공항에 있던 미군 수송기를 발견한 납치범들이 이곳이 평양이 아님을 눈치채면서 기만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3일 밤낮의 대치 끝에, 일본 정부의 야마무라 신지로 운수성 정무차관이 승객들을 대신해 스스로 인질이 되겠다고 자원하면서 사태는 극적으로 타결됐다.
영화 '굿뉴스'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영화의 제목은 성공한 작전처럼 포장된 '좋은 소식' 이면에 숨겨진 조작과 진실의 부재를 꼬집는 반어적 의미를 담고 있다.
국가가 주도한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 한 개인의 숭고한 희생으로 문제가 해결된 아이러니를 통해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작전의 최전선에 섰던 공군 관제사 채희석 씨의 삶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기지를 발휘해 요도호를 김포공항으로 유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이후 중앙정보부의 압박으로 직업을 잃는 등 불운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1970년 정부의 기만 작전은 법적으로는 정당화될 수 있는 행위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굿뉴스'가 모두에게 '굿'이었는지는 여전히 생각해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