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지키는 청원경찰에 발레파킹 시킨 구의원…직권남용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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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지키는 청원경찰에 발레파킹 시킨 구의원…직권남용 아닌가요?

2021. 09. 14 16:38 작성2021. 09. 15 17:16 수정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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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광산구의회 의원들, 청원경찰들에게 '발레파킹' 맡겨와

"주민들 섬기겠다던 의원들의 갑질"이라는 공분 일었지만⋯형사처벌은 어렵다

직권남용 적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직무상 권한'이 애초에 없었기 때문

구의회 청원경찰들은 본 업무인 청사 경호와 관련 없는, 구의원들의 주차 시중을 들어야 했다. 전체 의원 16명 중 대부분이 소속 청원경찰들에게 발레파킹을 맡겨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튜브 'SBS 뉴스'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차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오자, 누군가 차 문을 대신 열어줬고 허리 숙여 인사했다. 당연하다는 듯 이어진 '발레파킹(Valet parking⋅대리 주차)'까지. 이런 극진한 대접을 받은 사람은 누구였을까.


이들은 광주광역시 광산구의회 소속 의원들이었다. 구의회 청원경찰들은 본 업무인 청사 경호와 관련 없는, 구의원들의 주차 시중을 들어야 했다. 전체 의원 16명 중 대부분이 소속 청원경찰들에게 발레파킹을 맡겨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기간만 무려 3년 이상이었고, 청원경찰들은 구의원들의 차량 종류와 차량번호까지 숙지해야 했다.


그런데도 의회 측은 단순히 '관행'이라고 해명했다가, 역풍을 맞은 뒤에야 '바로잡겠다'는 입장을 새롭게 밝혔다. "주민들을 섬기겠다던 의원들의 갑질"이라는 공분이 나오는 가운데, 구의원들의 '발레파킹'은 법적으로 문제없을까.


변호사들은 이에 대해 "잘못된 행동은 맞지만, 죄를 묻기엔 애매하다"고 분석했다.


강요죄 성립 어려운 이유⋯폭행 또는 협박 없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

우선, 형법상 강요죄(제324조)를 검토해봤다. 의원들이 청원경찰들에게 발레파킹을 강요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이 죄가 성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렵다.


강요죄는 ❶폭행 또는 협박으로 ❷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게 했을 때 성립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청원경찰들이 발레파킹이라는 하지 않아도 될 일(❷)을 한 건 맞지만, 의원들이 이를 하도록 협박(❶)했다는 정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실제로 그랬다면 강요죄의 성립은 어렵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에스제이파트너스의 옥민석 변호사, 법무법인 온세상의 설현섭 변호사. /로톡 DB
(왼쪽부터) 에스제이파트너스의 옥민석 변호사, 법무법인 온세상의 설현섭 변호사. /로톡 DB


에스제이파트너스의 옥민석 변호사는 "강요죄가 성립하려면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한다"며 "이번 사건에서 강요죄가 성립하려면 의원들이 '발레파킹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해고 등 신분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식의 협박을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설현섭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성립 어려운 이유⋯애초에 권한이 없었기 때문

구의원도 공직자이니,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제123조)를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죄 역시 "성립하기 어렵다"고 변호사들은 밝혔다.


이 죄는 ❶공무원이 ❷직권을 남용해 ❸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을 때 성립한다. 변호사들은 "공무원인 구의원들이(❶), 발레파킹이라는 의무 없는 일(❸)을 하게 한 것처럼은 보인다"면서도 "그렇지만 직권을 남용했다고(❷)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직권을 남용하려면, (남용할) 직권이 존재해야 한다"는 게 우리 법원의 판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초에 발레파킹 지시는 구의원의 직무상 권한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옥민석 변호사는 "발레파킹 지시는 구의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이 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설현섭 변호사 역시 "구의원에게 청원경찰에 대한 직무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구의원들이 잘못된 특권의식을 갖고있는 것은 명백하지만, 이를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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