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상표의 흥망성쇠 이야기(1) '불닭' 상표권 분쟁과 그 교훈
유명 상표의 흥망성쇠 이야기(1) '불닭' 상표권 분쟁과 그 교훈
독점상표가 보통 명칭으로⋯이젠 한류가 되어버린 '불닭'

유명상표가 되더라도 꾸준히 상표관리를 하지 않으면 누구나 통용하는 보통 명칭이 되어 버려서, 부지불식간에 상표의 본질적 기능인 '식별력'을 상실하고, 상표권자가 독점적 지위를 잃게 되는 경우도 있다. '불닭'이 바로 그런 경우다. /게티이미지코리아
#1 상표의 본질과 기능
상표의 1차적 목적은 '자타상표 식별기능'에 있다. 즉 자기 상표를 상품에 표시하여, 그 상표의 표시로 인하여 타인의 상품과 구별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다. 동일한 상표를 표시한 상품은 동일한 출처에서 나오고, 그 품질도 동일한 것으로 보증함으로써 상표권자의 신용을 지키고, 광고 선전 효과도 거둘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소중한 '무형재산'이 된다.
특허청에 등록된 수많은 상표 가운데, 실제 유통시장에서 상품이나 서비스의 우수성이 널리 인식되어 '유명상표'가 되기는 대단히 어렵다. 설령 유명상표가 되더라도 꾸준히 상표관리를 하지 않으면 누구나 통용하는 보통 명칭이 되어 버려서, 부지불식간에 상표의 본질적 기능인 '식별력'을 상실하고, 상표권자가 독점적 지위를 잃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상표등록'은 창업단계에서 필수조건이고, '상표관리'가 사업 성공을 위한 충분조건이다. 2000년대 초중반 한때 유명상표였던 "불닭" 요리의 흥망성쇠와 그 상표권 분쟁을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바로 그것이다.
#2 불닭 상표분쟁
매운맛 닭고기 요리로 유명한 '불닭'은 원래 강원도 원주시 소재 특정 업체가 출원·등록한 독점 상표였다. 그런데 "홍초불닭"이라는 후발 업체가 젊은 층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얻고, 전국 각지에 프랜차이즈 식당을 열었다. 그 이후 상표권자는 후발 업체의 "홍초불닭"상표에 대해 '요부(要部·가장 중요한 부분)'가 동일하다는 이유를 들어 상표무효 소송을 걸어서 승소하였고, 그 결과 후발 업체 임직원은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일반 유통시장의 상황은 그 정반대였다. 특정인의 등록상표·서비스표인 "불닭"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해도 전혀 이상한 느낌이 들지 않는 보통 명칭이 되었고, 이미 방송 매체 및 소비자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어 온 관계로 사실상 '식별력'을 상실하였다.
#3 요리 명칭으로서 불닭
요리 명칭으로서 '불닭'을 살려야 하는 이유는 뚜렷하다. 바로 2000년대 중반 한국 음식문화의 대표적인 표현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불닭'은 매운맛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입을 타고 순식간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여기에는 무슨 불법성이나 상표권 논쟁 등이 파고들 틈이 없었다. 이미 보편화되고 대중화되어 버린 맛있는 닭고기 요리, 그리고 다양한 조리법과 응용표현을 부정하게 된다면 오히려 혼란이 야기될 상황이었다. 심지어 먹는 즐거움, 즉 헌법상 기본권인 행복추구권과 표현의 자유마저도 앗아갈 수 있다. 이런 요리 명칭으로서의 '불닭'을 상표권 소송으로 그 자유 사용을 막는다는 것은 손바닥이나 우산으로 햇빛을 가리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불닭 요리는 이미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은 물론 미국까지 세계 주요 국가에 "한류"의 하나로 퍼져나갔다. 이처럼 우리의 음식문화와 일상 언어생활 가운데 뿌리를 내려버린 불닭 요리 명칭을 특정 상표권자 아니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게 막는다면, 그 혼란과 손실은 불문가지(不問可知)였다.
#4 권리범위확인심판과 특허법원 소송
이런 유통시장의 상황에서 후발 업체의 위기는 새로운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과연 여태까지 상표무효 소송을 통해서 상표권자가 얻은 것이 무엇인가, 음식문화와 일상 언어생활의 트렌드에 반하면서까지 상표권을 독점 행사함으로써, 앞으로 잃을 것은 없는가, 냉철하게 따져보자는 것이다.
그 의문은 후발 업체의 확인대상표장인 "홍초불닭"이 선행상표인 "불닭"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소극적)권리범위확인심판 및 소송의 형태로 제기되었다. 이 소송은 확인대상표장인 "홍초불닭"과 선행상표인 "불닭"의 동일·유사 여부와는 상관이 없는 문제였다. 그 심판·소송은 원고와 피고 간의 권리분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벤처기업으로서, 열정 외엔 경험이 부족하고 상표무효 소송과 형사처벌을 둘러싼 일련의 법적 상황들이 너무나 당혹스럽고 가혹하게 느껴지는 상황이었지만, 불닭이 특정인의 독점상표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자유롭게 그 명칭을 사용해 온 수많은 매운맛 닭고기 판매업자들과 소비자들을 비롯한 일반 시민의 법적 불안을 제거하려는 공익적 성격의 소송이었다.
만일 그 소송에서마저 선행 상표권자의 주장을 인정한다면, 그것은 120여개의 가맹점뿐만 아니라, 전국각지에서 불닭을 판매하는 호프집, 치킨집, 야식집, 포차, 삼계탕집 등 생계형 매장에서 불닭 메뉴가 이름을 잃게 되고, 결국 '불닭' 요리 전체에 대한 사망선고가 될 것이라는, 안타까운 절규였다.
편집자주
'불닭' 상표와 관련된 정진섭 변호사의 칼럼은 총 3부작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